[인터뷰] ‘2025 인천 영화 주간’ 김경태 프로그래머
“인천하면 떠오르는 여행, 영화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눠요”
국내 첫 상영 美 ‘도쿄 카우보이’ 개막작
가족·사랑·성장… 8개 섹션·36편 선정
“특정 주제 정면에… 타영화제와 차별점”

올해로 5회째를 맞은 ‘2025 인천 영화 주간’(INCHEON FILM WEEK 2025)은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영화제다. 그렇게 5년을 이어오면서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한 형식의 영화제로 자리를 잡았다.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2025 인천 영화 주간’은 ‘떠나다 머물다 마주치다’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CGV 인천연수와 스퀘어원을 비롯한 인천 전역에서 열린다. 2021년 ‘인천’을 주제로 시작한 영화제는 ‘가족’(2022년), ‘사랑’(2023년) ‘청춘’(2024년)을 거쳐 올해 주제를 ‘여행’으로 선정했다.
최근 인천영상위원회 회의실에서 만난 김경태(사진) ‘2025 인천 영화 주간’ 프로그래머는 “지난 영화제에선 보편성을 띤 주제를 정해 영화를 모았다면, 이번에는 다시 한 번 인천을 되새길 수 있는 주제를 고민했다”며 “인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여행,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이기 때문에 ‘여행’을 주제로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는 개막작 선정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 개막작은 이미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었는데, 올해 개막작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마크 매리엇 감독의 미국 영화 ‘도쿄 카우보이’(2023)다.
김경태 프로그래머는 “일본인 비즈니스맨이 본사가 인수한 미국 소목장으로 출장을 떠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라며 “어떠한 공간에서 부딪히면서 그 공간의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서의 여행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프리미어(최초 상영)인데, 영화제가 내실 있게 성장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주연을 맡은 일본인 배우 이우라 아라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에 페르소나처럼 자주 등장한 배우인데, 일본인 배우가 주인공인 미국 영화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2025 인천 영화 주간’은 8개 섹션에서 총 36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섹션과 상영작 수가 늘었다. 단순히 여행을 주제로 한 영화를 모은 것이 아니라 주제 안에서도 가족, 사랑, 성장 등 소주제로 세분화한 섹션을 구성해 관객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했다. 상영작 절반 정도는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이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영화다. 관객층을 폭넓게 받아들이고자 했다는 게 김경태 프로그래머 설명이다.
김경태 프로그래머는 “사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볼 수도 있지만,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혹은 극장에서 감독·평론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영화들을 선정했다”며 “한편으로는 낯설지만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영화들도 상영작으로 선정했는데, 한국 영화는 주로 독립영화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머의 개인적 추천작은 ‘큐레이션Ⅰ: 여행의 끝에서 마주한 가족’ 섹션에서 상영하는 ‘미스 리틀 선샤인’(2006)이다. 김경태 프로그래머는 “여행이라는 주제를 정했을 때 이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경태 프로그래머에게 ‘인천 영화 주간’ 5년의 의미를 물었다.
“‘영화 도시 인천’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영화 축제라는 취지가 명확해졌습니다. 기존 영화제들이 신작을 공개하거나 인지도 있는 감독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인천 영화 주간’은 주제를 가장 정면으로 내세운다는 점이 다릅니다. 특정한 주제로 시대와 국가를 넘나드는 다양한 영화를 한 공간에서 30편 넘게 상영하는 영화제는 없잖아요. 이러한 방식의 영화제가 인천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해마다 시민들이 호응하고 찾아주기 때문입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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