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차·충전 민원 月 1000건... 정부 “주민이 결정” 뒷짐

김아사 기자 2025. 10. 12. 17: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대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 중 불이난 전기차./대구소방안전본부

지난달 16일 서울 강서구 A아파트의 전기차 차주들은 전기차의 지하 주차를 제한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대해, 서울시에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6월 강서구 B아파트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시로 전달됐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수원, 고양, 성남, 부천, 파주 등에서도 전기차 주차, 충전 관련 주민 간 분쟁이 발생해 경기도로 민원이 제기됐다.

전기차 화재 우려에 따른 주차, 충전기 설치 문제 등을 두고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매달 1000건가량 민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현행법상 아파트 주차장 문제 등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정하게 돼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까지 줘가며 전기차 도입을 늘리자고 주장하지만, 전기차 확산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주차 문제 등 갈등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1~8월) 서울, 경기 지역에서만 약 7900건의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전체 민원 수치(1만400건)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현행 법규정상 전기차 충전기는 지하 3층 이상이면 어느 곳에나 설치할 수 있다. 그동안 지하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지하에 설치했다. 주차를 하면서 충전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겨울철에 전기차를 야외에 두면 배터리 방전으로 성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인천 청라에서 대규모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자, 전기차 화재 우려 공포가 커지며 여론이 바뀌었다. 지하 주차장은 화재가 발생하면 열기가 머물고 가스가 잘 빠져나가지 않는 데다, 소방차 진입도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전기차를 지하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꺼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차 차주들과 입주민들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 등이 나서 이를 해결하기 어렵단 것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단지 안 주차장 등의 유지·운영 기준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 사항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라 사고 후 서울시가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주차할 수 있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반발이 일자 이를 철회했는데, 실제 현장에선 다툼과 민원이 증가하는 등 혼란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무작정 방치할 게 아니라 국토부가 안전이나 권리와 관련한 최소 기준은 명확히 하고, 관련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는 식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금지를 규정하는 현행 법령이 없는 상황에서 입대의가 이를 의결한 것을 두고 소송이 진행될 경우,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윤종군 의원은 “전기차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는 국가가 의무화해놓고 정작 주차, 운영 갈등은 각자 해결하라는 건 정책의 불일치”라며 “정부가 나서 불필요한 분쟁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