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관광지’ 남이섬 만든 그가 움직였다…10년 가꾼 제주돌밭도 입소문
제주서 ‘제2 남이섬’ 키우고
새 직함엔 ‘상상하는 기술자’
“다음 트렌드는 바이오 여행”
자연 축내지 않는 관광 꿈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관광객 지갑을 여는 게 아니라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며 “여행자가 직접 여행지를 가꾸고 사랑해야 지속 가능한 관광지가 된다”고 말했다. 남이섬은 2002년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명성을 얻었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메타세쿼이아 길이 유명해졌으니 이제 여기저기서 똑같은 길을 조성할 테고, 자칫 남이섬은 그들 중 하나로 전락할 거라고 봤어요. ‘겨울연가’ 관련 간판은 다 치우고 나무를 수백 그루 더 심었죠. 덕분에 지금은 남이섬만의 숲이 우거졌습니다.”
그는 ‘역발상의 디자이너’다. ‘팔리면 상품, 안 팔리면 작품’ ‘내버리면 청소, 써버리면 창조’ 등 말장난에 도를 트고 상상을 판다. 누군가는 그를 봉이 김선달, 또 누군가는 피터팬이라 불렀다.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디자이너 출신이 2001년 당시 60억원 부채를 떠앉은 남이섬에 대표로 취임했을 때, 이곳이 연 매출 290억원의 문화예술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리라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수재 민병도 선생(1916~2006)이 섬을 1965년에 인수한 이래, 상상을 현실로 만든 전문경영인은 강 전 대표가 처음이었다.
나무 수백그루 심어 차별화
서울서 처치곤란 낙엽 조달
은행잎 카페트 만들어 대박

2014년 남이섬을 떠나 제주 한림읍 중산간의 10만㎡(약 3만 평) 돌밭에 가꾼 또 다른 생태공원 ‘탐나라공화국’에도 지혜가 가득하다. 버려진 자재를 재활용한 예술품, 빗물을 활용한 80여 개의 연못 등이 볼거리다. 전국에서 공수한 30만여 권의 헌책 도서관도 갖췄다. 아직 남이섬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천년의 유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 “10년 동안 투자만 했으니 자본 상태가 좋진 않아요. 주변에선 여행사를 끌어들여서라도 매출을 만들라고 하지만, 내겐 1000명이 아니라 1000명을 움직일 1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버텼어요. 곧 때가 올 겁니다.”
빗물을 활용한 연못 80여개
헌책 수만권 도서관 지어서
공원 ‘탐나라공화국’ 조성

요즘도 일상의 절반은 탐나라공화국에서 보내지만, 경영 대표이사에선 지난해 스스로 내려왔다.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만 남겨두고 이젠 젊은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줄 생각이다. 새 명함엔 직함 대신 ‘이매지니어’(상상하다 ‘Imagine’과 기술자 ‘Engineer’의 합성어)라 적었다. 그는 “예술만 해선 굶어 죽고, 기술만 해선 빌어먹는 세상 아니냐”며 웃었다. 9년 전 탐나라공화국에 미리 세운 비석엔 이런 묘비명을 새겼다. ‘상상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땅을 남긴다.’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재봉틀로 그림 그리는 ‘소잉 아츠’(Sewing Arts)에 푹 빠졌다. 얇은 쇠 바늘을 붓 삼은 자칭 ‘바느질리스트’다. 내로라하는 경영자들이 직함을 내려놓고 공허에 빠지는 모습을 봐왔지만 “나는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걸 직접 해봤으니 지금도 표현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경력이나 연륜으로 남한테 일 시키는 건 그만두세요. 매일 아침 세숫물 버리고 다음 날 새 물을 떠 세수하듯이 살아보세요. 내가 일흔에도 여전히 꽤 참신한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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