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까지 깨는 '한국 과학', 노벨상 또 받은 '일본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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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과학상 발표 이후 한·일 양국의 과학기술계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한 임원은 "반도체도 결국은 물리와 화학이 기반"이라며 "기초과학을 꾸준히 쌓아온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정책 방향에 따라 연구 자원이 특정 분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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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유행 좇는 韓 '0명', 인재유출 심각
첨단산업 기반 돼 인류에 기여하는 기초과학
"창의성 갖춘 신진 인재 성장시킬 기반 필요"

올해 노벨 과학상 발표 이후 한·일 양국의 과학기술계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상을 두 개나 가져간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이번에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해서다. 과학기술 발전사와 문화적 토양이 달라 일본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기초과학 투자를 늘리고 연구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과 8일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교수와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가 각각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을 받으면서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누적 27명(일본 출신인데 수상 당시 외국 국적이었던 3명 포함)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 과학기술의 장기적 안목과 연구자 중심 지원 제도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연금 중도 인출 40대 연구자 2년 만에 5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과학기술을 경제 재건의 핵심으로 보고 기초과학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인을 존중하는 문화와 함께 연구의 자율성과 연속성을 보장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일례로 일본학술진흥회는 과학자가 자유롭게 주제를 정하는 '과학연구비보조금(KAKENHI)'을 운영해 창의적인 연구를 적극 돕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공계 인재 이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정부 과학장학금을 받은 학생 가운데 316명이 의학계열 등으로 진로를 바꿨다. 산업 맞춤형 인재를 키우는 반도체 계약학과에서도 중도 탈락이 속출했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중도 탈락한 비율은 10.8%에 달했다.
과학자를 꿈꿨던 청년들이 연구 현장을 떠난 건 낮은 연봉과 불안정한 처우 때문이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인공제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과학기술인 62명이 개인 회생과 파산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했는데, 그 규모가 13억8,000만 원에 이른다. 특히 40대 이하 인출자가 2022년 3명에서 지난해 15명으로 5배나 늘었다.
"첨단 반도체 산업 기반도 결국 물리와 화학"

노벨상이 주로 기초과학에 돌아가는 건 첨단산업의 기반이 돼 인류의 삶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투자가 유행을 좇아 특정 영역에 집중되거나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구조는 연구의 깊이와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한 임원은 "반도체도 결국은 물리와 화학이 기반"이라며 "기초과학을 꾸준히 쌓아온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정책 방향에 따라 연구 자원이 특정 분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대형 연구단을 운영하며 인프라 확대에 기여하고 있으나, 다양한 분야에서 신진 과학자가 성장할 수 있는 더 폭넓은 기반이 필요하다고 국내 과학기술계는 입을 모은다. 김자헌 숭실대 화학과 교수는 "대형 연구단 같은 집단 연구에만 집중되면 개인이 가진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첨단산업과 응용기술 투자도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눈앞의 성과에 대한 압박 없이 기초과학에 몰두할 수 있는 체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근영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는 "기초과학 분야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려면 여러 연구자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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