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다] ⑥ 바다와 시간이 빚은 섬 대이작도

정회진 기자 2025. 10. 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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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등에서 최고령 바위까지…하루 2번 열리고 닫히는 신비로운 모래 섬

[풀등]
바닷물 빠지는 썰물 때 3~4시간 정도 드러나
면적 최소 1000평·최대 75만평…물때따라 달라

[최고령 바위]
거북이 등처럼 생긴 바위 검정·회색 층층이 나눠져
우리나라서 가장 오래된 암석…대륙 연구 단서 제공

[부아산]
섬 중심 해발 173m…왕복 30~40분이면 등반 가능
정상서 하트 모양 해변 한눈에…풍경 또 다른 얼굴

[삼신할머니 약수터]
옛날부터 섬 주민들 약수 마시면 무병장수 설화
▲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에서 풀등이 거대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풀등은 강이나 바다 한가운데 모래가 쌓여 풀이 자라는 모래섬을 뜻한다. /인천일보 DB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는 바다가 만든 독특한 풍경으로 눈길을 끈다. 썰물이 시작되면 드넓은 모래섬 '풀등'이 모습을 드러내고, 바람과 파도가 만든 곡선이 햇살 아래 반짝인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가 맞닿아 하트 모양을 그린다고 해서 이름 붙은 '하트해변', 그리고 25억 년 세월을 품은 바위는 섬의 시간을 고요히 말한다. <섬, 하다>는 자연이 그려낸 대이작도의 풍경을 기록했다.

▲썰물에만 드러나는 거대한 모래섬, 풀등

"풀등을 밟으려면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합니다."

가을 하늘이 파랗던 지난달 9일 오후 1시쯤 찾은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바다 한가운데 나타난 거대한 모래벌판인 풀등에서 풀등유선 선장인 김유호(59) 대이작도 1리 이장은 이같이 말했다.

풀등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 3~4시간 정도 드러나는 신비로운 모래 섬으로, '풀치'라고도 불린다.

길이 수백m에 달하는 모래톱은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하루 2번 열리고 닫힌다.

그 모습은 '바다가 빚어낸 예술품'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김 이장은 "기상 상황과 선박 조건을 다 갖춰야만 풀등을 밟을 수가 있다"며 "지난해 대이작도 관광객이 5만 명이고 그중 약 2%인 800여 명 정도만 풀등을 밟아봤다"고 말했다.

▲ 지난달 9일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에서 풀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일보 DB

이날 대이작도 선착장에서 내려 풀등에 가기 위해 풀등유선에 올랐다. 풀등유선을 타고 10여 분을 달려 대이작도 풀등에 도착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모래 섬을 둘러보니 연흔(물결 흔적)과 파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한 발자국씩 걷다가 휴식을 취하려고 멈추니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는 몸을 감추기 위해 구멍까지 재빠르게 이동한 뒤 모래 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 주변에서는 게가 먹이를 소화한 뒤 입으로 내뱉어 만든 동그란 흙뭉치도 볼 수 있었다.

풀등 면적은 물때에 따라 달라진다. 김 이장은 "풀등 면적은 작게는 3305㎡(1000평), 크게는 247만9338㎡(75만 평)에 달한다"며 "대이작도 면적이 75만 평이다. 물이 제일 많이 빠지는 설날에는 대이작도보다 더 큰 면적의 풀등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어민들이 풀등을 건너며 그물과 조개를 챙겼다.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 됐다. 여름철이면 풀등 위에서 사진을 찍거나 조개를 줍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대이작도 주변 해역은 2003년 12월 풀등을 포함해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 풀등 면적은 여의도의 309배에 달했다. 김 이장은 "과거 해사(바닷모래) 채취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해양수산부에 대이작도 바다를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었다"며 "보호구역 지정 이후 해양생물 포획과 채취는 물론 해사 채취도 금지됐다"고 말했다.

풀등과 함께 삶을 이어가는 대이작도 주민들은 이 소중한 자연 유산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힘쓰고 있다. 김 이장은 "대한민국에 풀등은 많지만 그중 대이작도 풀등이 제일 크다"며 "주민들은 풀등을 아끼고 홍보하며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최고령 바위

같은 날 작은풀안 해수욕장 해안산책로를 걷다 보니 검정색과 회색으로 층층이 나뉘어 있는 바위를 만날 수 있었다. 마치 거북이 등처럼 생긴 모양의 바위들이 섬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 바위는 25억1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암석으로 한반도와 대륙의 발달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작은풀안 해변에 설치된 데크를 따라 걸으면 국내 최고령 암석을 만날 수 있다. 이 암석은 약 25억1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일보 DB

최고령 바위 안내판에는 "이곳 암석은 땅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에 의해 암석의 일부가 녹을 때 만들어지는 혼성암으로 지하 약 15~20㎞ 깊이의 고온(700~750℃)에서 생성됐다"고 적혀 있다.

김유호 이장은 "일부러 최고령 바위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이 있다"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자연사관 입구에는 대이작도에서 가져간 2t 규모의 큰 바위가 전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트 해변이 한 눈에 들어오는 부아산

대이작도에는 부아산과 송이산이 있다. 그중 섬 중심에는 해발 173m의 부아산이 있다. 왕복 30~4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아담한 산이다. 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마을에서 차를 몰고 주차장까지 가면 정상까지 15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산 능선에 설치된 70m 길이의 구름다리와 봉수대를 거쳐 정상까지 이어진다.

정상에 서면 서해의 풍경이 탁 트인다. 날씨가 맑았던 터라 인근 자월도와 소이작도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와 산을 동시에 품은 전망은 대이작도만의 특별한 선물이다.

▲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부아산 정상에서 소이작도를 내려다본 모습.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섬이 하트 모양을 그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하트 해변'이다. /인천일보 DB

정상에서 하트 모양의 해변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섬이 하트 모양을 그린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하트 해변'이다. 파도에 닿은 곡선이 만들어낸 이 독특한 지형은 연인들의 사진 명소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과 함께 찾는 가족 여행객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다. 자연이 빚어낸 낭만의 풍경은 섬의 또 다른 얼굴이다.

▲생명의 기원을 담은 삼신할머니 약수터

▲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삼신할미 약수터. 예로부터 병을 치유하고 소원을 빌던 신령한 약수로 알려졌다. /인천일보 DB

대이작도의 숲길을 걷다 보면 삼신할머니 약수터를 만난다. 옛날부터 섬 주민들은 이곳 약수를 마시면 아이가 무병장수한다고 믿으며 기도를 올렸다.

약수터 앞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고려시대부터 말 사육을 했으며 조선 태종 때 국영 목장으로 지정될 만큼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며 "삼신할머니 약수는 맛이 좋고 풍부해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부터 병의 치유 및 소원 성취의 정한수로 이용되어 왔다"고 적혀 있다. 이어 "그 주된 이유는 부아산 정기를 받아 아기를 점지하고 태아를 보호하며 산모의 건강을 지켜주는 생명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삼신할미 약수터. 예로부터 병을 치유하고 소원을 빌던 신령한 약수로 알려졌다. /인천일보 DB

작은 샘물이지만 그 물줄기에는 섬 주민들의 삶과 신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섬의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자리다.

대이작도의 풍경은 바위와 산, 바다와 약수가 어우러져 한 권의 이야기책처럼 펼쳐진다. 풀등의 신비로움을 보고 돌아가기엔 아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섬은 오늘도 묵묵히, 그러나 다채롭게 여행자를 품고 있다.

/대이작도=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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