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최고점에도 환율 급등, 한국인 ‘미국 주식 사랑’ 때문? [세모금]

홍태화 2025. 10. 1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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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4.2조원 매수한 외국인에도
환율 폭등…주식·외환시장 ‘부조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주가 및 환율 전광판 앞에 서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코스피 사상 최고가 경신에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전례 없는 주식 시장 활황과 자국 통화가치 하락이라는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에 따른 원화 실수요도 상당했지만, 달러 강세 흐름과 원화 가치를 둘러싼 국내외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이에 환율은 1430원대를 넘어 자칫 147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틀간 외인이 4.2조원 샀는데도 ‘환율 폭등’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61.39포인트(1.73%) 오른 3610.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48.90포인트(1.38%) 오른 3598.11로 출발한 뒤 장 중 한때 3617.86까지 뛰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를 견인한 주요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1270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10일에도 1조610억원을 사들였다. 이틀간 4조2000억원에 가까운 매수세를 보인 것이다.

경상수지 측면에서 봐도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91억5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693억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559억4000만달러)보다 약 24% 많다.

경상수지로 한 달에 100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내고 외국인이 이 정도로 한국 시장을 샀다면, 통상 환율은 하방 압력을 마주한다. 달러가 국내에 많이 들어오고, 주식을 사기 위한 원화 수요도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21.0원 뛴 1421.0을 기록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30일(1421.0원) 이후 가장 높았고, 일간 상승 폭도 4월 7일(33.7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환율 상승세가 이쯤에서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11일 새벽 2시(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대비 6원 더 오른 1427.0원을 기록했다. 장 중 한때는 1432.0원까지 올라 1430원 선을 돌파했다.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연합]
들어오기도 많이 들어왔지만…

외환시장이 주식시장 흐름과 다른 흐름을 보이는 기저에는 국내외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먼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세가 그다지 식지 않았다.

월간 시계열 흐름을 보면 경상수지 흑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을 국내 투자자가 매수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하방 압력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한은 금융계정을 보면 8월 증권투자에서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84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1~8월 누적으로는 633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앞으로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사랑은 꾸준한 환율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쫓는 거주자 해외주식투자, 수입업체 추격매수와 같은 실수요까지 가세한다면 (환율은) 고점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3500억달러 투자 협상에 따른 불확실성도 환율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만약 미국 정부의 요구처럼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면 외환시장은 전례 없는 폭등 위기에 부딪힐 수 있다.

3500억달러는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인 4220억2000만달러의 82.9%에 달하는 규모다. 사실상 미국의 요구처럼 조달이 어렵고, 조달한다고 해도 환율의 상방이 사라지게 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게 된다.

달러 강세 키우는 국제 정세…1470원 공포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꾸준히 글로벌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역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 될수록 안전자산 선호가 생기면서 원화 가치는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 제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곧 대규모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즉각적인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알렉산더 스텁 핀란드 대통령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AFP]

국제 정세도 원화 가치에는 좋지 않은 흐름으로 흐르고 있다. 엔화 등 달러의 가치를 평가하는 다른 기축 통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추석 연휴 기간 프랑스 총리가 1개월 만에 사임하며 프랑스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유로화가 급락했고, 엔화는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아베노믹스 정책이 부활할 것이란 시장 평가에 급락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로, 엔 가치가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부족한 원화는 달러화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1420원 대로 고점을 높였다”며 “만약 1420원 선을 쉽게 내줄 경우 전략적 환 헤지 발동을 알렸던 1470원 목전까지 상단이 열렸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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