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과 ‘도멘’을 구분한다면 당신은 진정한 부르고뉴 마니아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도멘은 자가 소유 포도로만 와인 빚는 생산자/200년 역사 알베르 비쇼 1831년 ‘메종’으로 시작 부르고뉴 전역에 ‘도멘’ 설립/대형 메종중 가장 많은 도멘 소유/단독 소유 ‘모노폴’서 고품질 와인 생산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다 보면 병 레이블 와이너리 이름 앞에 ‘메종(Maison)’ 또는 ‘도멘(Domaine)’이라 적힌 걸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와인 생산자를 뜻하지만 포도 조달 방식이 다릅니다.
▶메종(Maison)
메종은 프랑스어로 ‘집(house)’을 뜻합니다. 주로 포도를 직접 재배하지 않고 다른 재배자들로부터 구입해 와인을 만드는 상업적 네고시앙(negociant) 하우스를 의미합니다. 여러 포도 재배자에게서 포도를 구입해 블렌딩하기 때문에 와인 스타일의 일관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규모가 크고, 수출 중심의 상업적인 와이너리가 많습니다. 메종 루이 자도(Maison Louis Jadot), 메종 부샤르 페르 에 피스(Maison Bouchard Père & Fils), 메종 조제프 두르엥(Maison Joseph Drouhin)가 대표적입니다.

도멘은 라틴어 ‘도미니움(dominium)’에서 유래됐으며 소유권, 영지, 토지, 재산, 영역을 뜻합니다. 자신이 소유하거나 직접 관리하는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밭에서 병입까지 모든 과정을 한 생산자가 직접 책임집니다. 따라서 메종보다 생산량은 적지만 포도밭의 떼루아(terroir)를 고스란히 병에 담아 비교적 개성이 넘치고 정교한 와인을 만듭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로마네꽁띠를 생산하는 도멘 드라 로마네 꽁티(Domaine de la Romanée-Conti), 도멘 루플레브(Domaine Leflaive), 도멘 아르망 후소(Domaine Armand Rousseau)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메종과 도멘의 원래 의미는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현대에서는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대형 메종들도 대부분 일부 포도밭을 직접 소유해 도멘 와인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형 메종들이 저가의 부르고뉴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와이너리로만 여기면 큰 오산입니다. 대표적인 와이너리가 바로 알베르 비쇼입니다. 소유한 포도밭 면적만 놓고 보면 루이 자도(약 270ha)가 가장 크고, 부샤르 페르 에 피스(130ha)에 이어 알베르 비쇼(107ha)가 3위 정도이지만 부르고뉴 전역을 커버하는 도멘을 소유한 와이너리는 알베르 비쇼 뿐입니다. 루이 자도와 부샤르 페르 에 피스의 도멘의 포도밭은 주로 꼬뜨 도르에 집중돼 있습니다.

암사슴을 문장으로 사용하는 비쇼(Bichot) 가문의 첫 기록은 12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350년 비쇼 가문은 부르고뉴의 꼬뜨 도르(Côte-d’Or)의 중세 마을 샤토뇌프-앙-오수아(Châteauneuf-en-Auxois)에 정착합니다. 1831년 와이너리 1세대 베르나르 비쇼(Bernard Bichot)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꼬뜨 드 본의 볼네(Volnay)와 뫼르소(Meursault) 사이에 자리잡은 몽텔리(Monthélie) 마을에 와인 거래 회사(메종)을 설립하면 와이너리 역사가 본격 시작됩니다. 2세대 이폴리트(Hippolyte)가 볼네 마을 포도밭을 처음 구입했고 3세대 알베르 비쇼(Albert Bichot)가 1912년 와이너리를 현재 본(Beaune) 중심부로 옮기면서 조직을 정비하고, 판매를 확대해 오늘날의 알베르 비쇼의 기반을 마련합니다. 와이너리 이름이 알베르 비쇼가 된 이유입니다.



6개 도멘은 도멘 롱-드파키(Domaine Long-Depaquit·샤블리), 샤토 그리(Château-Gris·꼬뜨 드 뉘 뉘생조르주), 도멘 뒤 클로 프랑탱(Domaine du Clos Frantin· 꼬뜨 드 뉘 뉘생조르주), 도멘 뒤 파비용(Domaine du Pavillon·꼬뜨 드 본 포마르), 도멘 아들리(Domaine Adélie·꼬뜨 샬로네즈 메르퀴리), 도멘 드 로슈그흐레(Domaine de Rochegrès·보졸레 10 Cru 물레아방)입니다. 마꽁에는 도멘은 없지만 마꽁 빌라주(Mâcon-Villages), 푸이 퓌세(Pouilly-Fuissé), 생 베랑(Saint-Véran), 비레 클레세(Viré-Clessé)의 등 포도를 매입해 와인을 생산합니다. 알베르 비쇼 와인은 금양인터내셔날이 수입합니다.


도멘 롱-드파키 샤블리 그랑 크뤼 ‘레 끌로’(Domaine Long-Depaquit Chablis Grand Cru ‘Les Clos’)는 샤르도네 100%입니다. 레몬껍질, 시트러스 필향으로 시작해 꽃향기가 더해지고 온도가 오르면 구운 아몬드, 헤이즐넛이 더해집니다. 기분좋은 산도, 석회질 토양이 주는 미네랄도 잘 느껴지고 짤 자인 구조감, 풍성한 볼륨감이 돋보입니다.
도멘 롱 드파키가 소유한 포도밭은 51ha로 알베르 비쇼 도멘 와이너리중 가장 많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또 그랑크뤼 포도밭 레 끌로는 3.8ha로 샤블리 그랑 크뤼중 면적이 가장 크고 평균 수령은 37년입니다. 두 구획으로 나뉘어져 캐릭터가 좀 다릅니다. 경사면 꼭대기 포도밭은 토양이 돌투성이로 신선하고 균형잡힌 와인이 생산됩니다. 경사면 중간쯤 포도밭은 기온이 다소 높아 풍부하고 둥글둥글한 캐릭터가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두 구획의 포도를 섞어서 복합미를 끌어 올립니다. 효모 앙금 숙성을 거치고 스틸 탱크(65%), 1~5년 사용한 오크통(35%)에서 10개월 숙성합니다.





뉘 생 조르주에서 본사를 둔 도멘 뒤 클로 프랑탱은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심장인 꼬뜨 드 뉘의 여러 유명 마을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포도밭은 총 13.2ha 그중 3.9ha는 그랑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입니다. 그랑크뤼는 샹베르탱(Chambertin), 에세조(Échezeaux), 끌로 드 부조(Clos-de-Vougeot), 리시부르(Richebourg) 등이며 프리미에 크뤼는 본 로마네(Vosne-Romanée)의 ‘레 말꽁쏘르(Les Malconsorts)’ 등 다양합니다.


샤토 그리는 도멘 이름이자, 뉘 생 조르주 프리미에 크뤼 모노폴 포도밭 ‘샤토 크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샤토 그리는 이 모노폴 와인만 생산합니다. 모노폴(Monopole)은 한 생산자가 통째로 소유한 포도밭을 말합니다. 샤토 그리는 3.4ha로 알베르 비쇼 도멘중 포도밭이 가장 작습니다.
샤토-그리(Château-Gris)는 뉘 생 조르주 중싱부 포도밭 한가운데 있는 18세기 건축물입니다. 이름은 부르고뉴 지역에서는 드문 회색 슬레이트 지붕(gris)의 색에서 유래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르고뉴의 건물들은 기와 지붕이 많기 때문입니다. 포도밭이 위치한 곳의 지명 ‘레크로(Les Crots)’와 ‘샤토 그리’를 놓고 법적 분쟁이 일었는데 1920년 대법원 판결로 샤토 그리로 확정됐습니다. 이곳의 계단식 포도밭은 부르고뉴에서도 보기 드문 형태입니다. 해발 고도는 280m이며 성 주변의 낮은 구획에는 피노누아, 더 높은 구획에는 샤르도네 식재됐고 평균 수령은 40년 이상입니다. 포도밭 고도, 동쪽을 향한 급경사 지형, 그리고 특유의 점토질 석회암 토양 덕분에 샤토-그리는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을 생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도멘 뒤 파비용은 꼬뜨 드 본의 포마르 남쪽에 있으며 포도밭, 와이너리, 셀러, 18세기 저택이 모두 담으로 둘러 쌓인 빼어난 풍경을 자랑합니다. 파비용의 포도밭 면적은 총 19.5ha로 이 중 4ha는 도멘이 단독 소유한 모노폴(monopole) ‘클로 데 우실린(Clos des Ursulines)’입니다. 도멘 뒤 파비용은 코르통 그랑크뤼 모노폴 끌로 데 마레쇼드(Clos des Maréchaudes), 코르통 샤를마뉴 등 그랑크뤼와 알록스 코르통, 본, 포마르, 볼네, 뫼르소에서 5개 프리미에 크뤼 와인 등을 생산합니다.


도멘 아델리(Domaine Adélie)는 꼬뜨 드 뉘 남단 코트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의 메르퀴리(Mercurey) 마을에 있습니다. 포도밭은 7.4ha로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 관리하며 있으며 피노누아와 샤르도네 모두 생산합니다. 도멘의 이름 아델리는 2003년에 태어난 알베릭 비쇼의 딸 이름입니다. 비쇼 가문이 세대를 이어 부르고뉴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도멘 아델리 프리미에 크뤼 ‘샹 마르땡’(Domaine Adélie Mercurey 1er Cru ‘Champs-Martin’)이 대표 와인으로 피노누아 100%입니다. 신 체리, 라즈베리에 장미, 제비꽃향이 더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피, 감초의 향시료와 미묘한 오크향이 코 끝을 스치고 갑니다. 입에서는 벨벳처럼 매끈한 질감과 딸기, 바닐라 풍미가 어우러집니다. 샹 마르때 포도는 30~40년 수령이며 토양은 석회질 점토입니다. 온도 조절 대형 오크통 뱃(vats)에서 발효 한 뒤 12~14개월 오크통 숙성(새 오크 15~20%) 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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