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넘긴 나이에도 美 대학 농구팀 선수 지도한 수녀 선종
증손자뻘 선수들과 숙식 함께하며 기도 드려
약체 팀이 2018년 4강에 오르는 기적 일궜다
미국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 있는 로욜라 대학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톨릭 예수회가 세운 학교다. 한국으로 치면 서강대와 비슷한 이 대학에는 ‘명물’이 하나 있었다. 10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로욜라대 남자 농구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아 손자, 아니 증손자뻘 학생들에게 스포츠 정신은 물론 인생의 지혜를 가르친 진 돌로레스 슈미트 수녀가 주인공이다.
미국인들 사이에 ‘시스터 진’(Sister Jean)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아 온 그가 9일(현지시간) 106세를 일기로 선종(善終)한 사실이 전해졌다. 로욜라대 측은 10일 이 같은 소식을 알리며 “고인은 건강상 이유로 지난 8월 농구팀 지도자에서 물러났으나 최근까지도 고문으로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젊은 학생 선수들과 함께했다”고 밝혔다.

진 수녀는 한 세기 전인 1919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공황(1929)의 혼란과 오늘날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금문교 개통(1937)을 직접 곁에서 지켜봤으며 제2차 세계대전 발발(1939)도 뚜렷이 기억했다.
어릴 적에 종교적 소명을 접하고 수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스포츠에 관심과 재능이 남달랐다. 그래서 가톨릭계 학교에서 여학생들을 가르치며 농구팀 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1994년 진 수녀는 로욜라대 남자 농구 선수들을 위한 전담 교목이 됐다. 이 학교 농구팀은 결코 강팀이라고 할 수 없었다. 1985년 이후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주관하는 대학 농구 최대 이벤트인 64강 토너먼트, 일명 ‘마치 매드니스’(March Madness)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진 수녀가 부임한 뒤 선수들이 달라졌다. 그는 자신보다 70∼80세 어린 증손자뻘 학생들과 기숙사에서 숙식을 함께했다. 시합을 시작하기 전 간절한 기도로 영적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승패와 상관없이 선수 개개인에게 일일이 이메일로 격려 편지를 보냈다.

100세가 된 2019년 진 수녀는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축복을 받았다. 2022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의 103세 생일을 맞아 “수녀님은 ‘잘 산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라는 구절이 담긴 축하 메지시를 보냈다. 2023년 진 수녀는 ‘목적을 갖고 눈을 떠라: 100년을 살면서 배운 교훈’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 책에서 그는 삶을 대하는 긍정적 태도와 이웃에게 늘 베푸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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