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여사’가 나이키 부활시킬 제2의 조던이라고?…얼마나 대단하길래 [오찬종의 매일뉴욕]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5. 10. 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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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뉴욕 지점 모습. 자료=나이키
명절에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나이키 운동화였던 시대는 이미 지난 이야기입니다. 한때 스포츠웨어와 운동화를 대표하던 나이키의 명성은 예전만 못합니다.

점유율 기준으로는 여전히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온(ON)이나 호카(HOKA) 같은 신흥 브랜드의 등장으로 입지가 약화됐죠.

최근에는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장단 교체라는 극약 처방까지 단행했습니다. 26년간 회사에 몸담았던 하이디 오닐 소비자·제품·브랜드 부문 사장을 전격 경질했죠.

‘나이키 제품은 나이키만 판다’는 오만한 생각
1980년대 나이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마이클 조던과의 첫 콜라보 제품. 자료=나이키
실제로 나이키의 실적 부진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 2월 발표된 이번 회계연도 3분기(2024년 12월~2025년 1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줄어든 113억 달러(약 15조 500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2%, 주당순이익(EPS)은 29% 감소했습니다. 나이키는 최근 북미와 유럽은 물론, 한때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던 중국에서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나이키 몰락의 시작은 직접 판매 전략(D2C)의 실패였습니다.

트리플 더블 전략을 발표하면서 자신감에 넘쳤던 2017년 나이키. 자료=CNBC
나이키는 아디다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경쟁력 강화 전략인 ‘트리플 더블’을 발표했습니다. 혁신의 속도와 강도를 두 배로 높이고, 제품 출시 속도도 두 배로 빠르게 하겠다는 목표였죠.

그 일환으로 소비자와의 직접 연결 비중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유통 단계를 줄여 수수료를 줄이고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려는 의도였죠.

당시 전 세계 3만 개에 달하던 도매 유통망을 40개만 남기겠다고 선언하며, 가장 큰 바이어였던 아마존과도 결별해 충격을 줬습니다. 그 결과, 전체 매출에서 도매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85%에서 2022년 58%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물류, 배송, 재고 등 공급망 관리, 광고비, 각종 서비스 비용을 오롯이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전 세계 물류망이 흔들리자 나이키의 악성 재고는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나이키는 ‘에어포스 1’ 등 라이프스타일 모델의 재출시와 한정판 출시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오히려 혁신의 둔화라는 정반대 평가로 이어졌습니다.

역으로 경쟁 업체였던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은 도·소매점 확장을 통해 기회를 잡았고, 같은 시기 온 러닝, 호카같은 신생 브랜드들은 나이키가 비운 자리를 빠르게 메웠습니다.

은퇴한 32년 ‘나이키맨’ 다시 지휘봉을 잡다
다시 지휘봉을 잡은 ‘나이키맨’ 엘리엇 힐. 자료=나이키
흔들리는 왕조, 나이키는 다시 리더십을 재정비했습니다. 전설적인 ‘나이키맨’ 엘리엇 힐이 CEO직에 복귀한 것이죠.

힐은 1980년대 나이키에서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나이키 및 조던 브랜드의 마케팅 운영을 맡았으며, 2020년 은퇴 전까지 32년간 근무했습니다.

힐은 지휘봉을 다시 잡은 뒤 나이키를 본질로 되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디자인 중심의 패션 운동화보다는 혁신적인 기능성 러닝화와 농구화 등 본연의 제품군 강화에 주력했고, 망가졌던 도매업체와의 관계도 복구했습니다. 아마존에서도 다시 나이키 운동화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죠.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된 실적에서 나이키는 선방했습니다.

지난 분기 매출은 1% 증가한 117억2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였던 110억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앞서 나이키는 이번 분기 매출이 중간 한 자릿수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었죠. 주당순이익(EPS)은 0.49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0.27달러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힐 CEO는 도매, 러닝, 북미 세 가지 핵심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분기 도매 매출은 7% 증가한 약 68억 달러, 북미 매출은 4% 증가한 50억2000만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45억5000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제2의 조던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킴 카다시안’과 협업
나이키 사원증을 본인 SNS에 올리며 협업 사실을 공개한 킴 카다시안. 자료=킴카다시안SNS
미국 증권사 제프리스(Jefferies)는 “지금이 매수 시점”이라며 목표주가를 115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직전 주가 대비 약 66% 높은 수준입니다.

제프리스는 나이키가 지난 2년간 약 22% 하락하며 과잉 재고, 마진 축소, 신흥 경쟁사 호카(HOKA)와 온(ON) 등에 밀렸지만, 이번 분기부터는 기초 체력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편안함을 강조하는 나이키스킴스 제품. 자료=나이키
특히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부문은 여성복 라인입니다. 나이키는 이번 분기 미국의 대표 셀럽 킴 카다시안의 브랜드 스킴스(SKIMS)와 협업해 새로운 여성용 운동복 라인을 출시했습니다.

나이키가 단순 제품 협업을 넘어 타사와 공동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나이키는 다른 스포츠 브랜드에 비해 여성복 라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번 도전이 마이클 조던과의 농구화 합작 이후 최대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리스크는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관세입니다. 나이키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관세 부담으로 올해 약 10억달러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도 검토 중입니다. 또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과 러닝화 점유율 감소 역시 변수로 지적됩니다.

그럼에도 제프리스는 “나이키가 점진적인 개선만 보여도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며, 이번 실적 발표가 ‘잠자는 곰의 각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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