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일본 경제? 한국 앞날이 더 암울하다 [연금 구조개혁]①

이 단순한 그래프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인구 구조만 보면 우리에게 닥칠 위험은 확정적이다. 세금을 왕창 내줄 젊은 인구를 어디에서 수입해 오지 않는 한 위험을 회피할 방법은 없다.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만 남는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30년 장기 불황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가장 핵심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소비 축소와 노동력 감소를 꼽는다. 요즘 강조되고 있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폭망'했다고 하지만, 이미 2007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20% 돌파)에 진입한 일본이 과거의 유산으로 어렵게 버티고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럼,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될 나라는? 한국이다. 일본보다 18년 늦은 올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진행 속도는 일본보다 더 빠르다. 고령화 비율은 약 2040년대 중반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된다.
■ 세계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인구 전망은 2070년까지이지만, 이후 일본은 고령 비율이 약 40%대에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고령 비율이 2100년에 50%대까지 오른 후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그래프의 기울기, 즉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 한국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인구 충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빈부 격차가 심하고 복지 수준은 일본보다 허약한 한국이 고령화의 긴 터널을 잘 빠져나올 것인지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인재와 기업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한국이란 나라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그 사이에 벌어질 사회적 우울감과 자살, 세대 간 갈등과 범죄율 증가 등 암울한 한국 사회의 미래 모습을 예견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현실에서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그 어떤 나라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가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경제의 추락은 막대한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등 엄청난 재정 부담에 기인한다. 복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경제활동인구의 소득은 늘지 않고, 또 다른 성장의 축인 국가 재정의 역할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는 이미 75세 이상 노인이 됐다. 일본 부흥을 이끈 이 세대들에게 현재 일본의 일부 젊은 층이 표출하는 혐오감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젊어서는 나라의 호황기를 구가하고, 늙어서는 젊은이들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식의 비아냥은, 억울하지만, 한국의 베이비 부머가 겪을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 연금 개혁, 재정 위기 닥쳐서 하면 늦는다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건 2007년. 일본은 이에 앞서 2004년, 소위 '백년연금'이라고 불리는 공적연금 대수술을 단행했다. 당시 약 14%였던 후생 연금 보험료를 18.3%(2017년까지 단계적으로)로 올렸다. 우리의 연금 개혁 과정에서 반대가 컸던 자동조정 장치, 즉 연금액을 물가상승률만큼 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깎는 제도도 도입했다. 대신 그래도 모자라는 연금 급여의 절반을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백 년 동안 변하지 않는 연금 개혁을 했다는 취지로 '백년연금'이란 수식어를 붙였지만, 일본의 연금 개혁도 이미 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금 보험료 부담에다 건강보험 적자까지 보전하느라 젊은 세대는 쓸 돈이 부족해졌다. 백 년 동안 안심하는 게 아니라 백 년 동안 허덕이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노인 세대에 대한 혐오감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한국도 올해 3월 큰 폭의 연금 개혁을 이뤘다. 9%였던 보험료를 13%(45%P 인상)로 올리는 큰 변화다. 국민연금 역사에 기록될 만한 개혁에 성공했지만, 백 년은커녕 반쪽짜리 개혁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기금 고갈 시기를 약 10년 뒤로 연장시키긴 했지만, 후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재정 구조를 바꾸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같은 정부의 재정 투입 약속도 없다.

그나마 일본보다 나은 점은 한가지, 국민연금이 가진 기금 적립금이 GDP 대비 가장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과거 국민들이 모은 보험료로 조성된 것일 뿐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웃픈 현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기금을 가진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위 그래프는 OECD가 만든 연금 보고서를 기준으로 만든 것이다. 여러모로 한국과 일본의 공적연금은 보장 수준은 비슷하다. 보험료율은 일본보다 한국이 낮고, 보장 수준은 두 나라 모두 비슷한 수준인데 OECD 평균보다는 낮다. 그러나 연금 재정에서 정부가 기여하는 수준이 한국은 일본이나 OECD 평균과 비교해 1/3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출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기초연금 지급과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쓰고 있다.
정부가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 투입에 소홀하다는 것은 저소득층 지원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그 결과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비율은 한국이 월등하게 높다. 공적연금 제도가 성숙해져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앞으로도 계속 심각한 수준에 머물 것임을 암시한다.
■ 세대 간 공평 분담이라는 신뢰 깨져…."지속가능성 못 믿겠다."
그나마 국민연금 기금이 벌어들이는 수익률로 현재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재정위기가 시작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한국의 고령화 수준과 속도를 감안하면 기금 고갈 이후 후세대는 보험료든 세금이든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부담을 떠안게 돼 있다. 현재 정부가 연금 재정에 돈을 쓰지 않을수록 미래 정부의 부담은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 개혁이 일어나지 않으면 미래 정부는 각종 연금에 건강보험 적자까지 더해져 파산에 가까운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국회가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입법화해도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결국은 미래 정부는 후세대의 연금 급여를 깎으려 할 것이고, 미래 세대는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도 제대로 된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제도를 차라리 없애라고 아우성친다.

특히 정부 재정은 곧 국민이 내는 세금인데 저출산 시대엔 세금 역시 덜 걷힐 것이다. 반대로 노인 인구는 많아지기 때문에 연금(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수십조 원대 적자)과 건강보험( 내년 수지 적자 2033년 고갈 전망) 등 지출은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위 그래프처럼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제3차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정부 재정 수입은 2035년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경제가 과거처럼 고속 성장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가 발표한 장기 재정 전망은 미래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화할 것이란 것을 이미 공식화하고 있다. 정부 지출 가운데 가장 큰 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라고 볼 때 2035년 이후 돈을 쓸데는 급증하는데 세금은 오히려 덜 걷힌다면? 미래 정부와 국민은 빚더미에 허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국회 연금특위, 진단보다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지난 9월 30일 국회 연금 개혁 특별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렸다. 국회는 지난 3월 급하게 보험료를 인상하는 모수개혁을 통과시켰지만, 못다 한 구조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롭게 연금특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와 새 정부 구성 등 숨 가쁜 정치 일정으로 연금특위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다. 지난 9월 30일 전체회의가 사실상 구조개혁의 시작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동안 구성하지 못했던 민간자문위원회도 발족됐다.
지난 십여 년 이상의 연금 개혁 논의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번 연금 특위에서 어떤 주장과 논란이 불거질지 짐작이 가능하다. 과거 끝없이 평행선을 달리던 여당과 야당, 소득 보장론자와 재정 안정론자의 각종 진단은 수치만 바뀐 채 또다시 제기될 것이다. 물론 이 주장들은 모두 일리가 있는 것이기는 하나, 이제 지겹게 들었던 진단과 대립보다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지는 만큼 미래세대가 져야 할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야 정치권 모두 미래세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유원중 기자 (iou@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트럼프 “다음 달부터 중국에 관세 100% 추가” APEC 미중 회담 취소 가능성 시사
- “쟤들 다신 맥날 안 시키겠다” 비웃음…한국인, 인종차별에 눈물 [잇슈#태그]
- [단독] 경호처 군부대서 계엄 전 실탄 500발 사라져
- [단독] 국정원·군 사령부 위치 한 눈에…‘안보 구멍’ 지도 버젓이
- [단독] 도로표지판 9개로 안내하는 맛집?…알고보니 전직 의원 소유
- ‘카톡 개편 책임자’ 홍민택, 나무위키 본인 게시물 삭제 요청 [잇슈#태그]
- 노벨평화상, 베네수엘라 ‘독재 저항’ 마차도…‘눈독’ 트럼프 수상 실패
- 경찰차 들이받은 차량 절도범…도심서 실탄 사용해 검거
- 금, 주식, 비트코인 모두 ‘고공행진’…거품 우려는?
- ‘공흥지구 의혹’ 공무원 숨진 채 발견…“모멸감 느꼈다”·“강압 수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