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디지털헬스케어 ‘눔’ 이사회 의장, 정세주

그도 그럴것이 여수 출신으로 20대의 나이에 단돈 500만 원을 들고 뉴욕으로 건너가 5조원의 매출을 올린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눔’(Noom)의 창업자로 스타업계의 신드롬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국땅에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세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계 스타트업 창시자로 불리는 그는 제2, 제3의 정세주를 발굴하기위해 한인창업자연합(UNK)를 설립하는 등 미국 한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오는 16~18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는 ‘꿈(KOOM) 페스티벌’은 그 연장선이다.
K푸드, K팝, K뷰티, K패션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한 그는 “1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기업들의 위대한 창업 스토리를 알리겠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꿈 페스티벌’의 기획을 맡아 한달간 한국에 머무른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광주일보 자매지 ‘예향’과 만나 녹록치 않았던 창업 스토리와 새로운 도전 계획을 들려줬다.
◇지난 2005년 단돈 500만 원 들고 뉴욕행
한낮의 온도가 35도를 웃도는 8월 말, 정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시 서초동에 자리한 한정식 식당이었다. 20여 년 간 뉴욕에서 생활해온 만큼 서양식 레스토랑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토속적인 남도맛집이었다. 부모님 고향인 광주에서 올라오는 취재진을 위한 그의 배려였다.
정 대표는 “오랜만에 고향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식당”이라며 “남도의 음식을 먹으며 사투리를 듣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비대면 진료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탄력’을 받은 그의 기업은 식단, 스트레스, 수면 등 관리영역을 넓히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023년 기준 5억 달러(6650억)의 매출을 기록해 국제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비빌 언덕 하나 없는 뉴욕에서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 눈물겨운 그의 창업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예전에 ‘마음을 열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고생했던 시절을 ‘세게’ 이야기 하다 보니 눈물나게 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웃음) 제 고생은 그리 특별한게 아니거든요. 저와 비슷한 20~30대 시절을 거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고단한 시간을 보냈을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힘들었던 과거를 구구절절하게 말하는 걸 꺼려 해요. 개인적으로 운도 많았거든요.”
이런 겸손과 달리 미국에서 한인 스타트업의 창시자로 성공하기까지 그의 여정은 그야말로 가시밭이었다. 여수에서 병원을 운영했던 부친은 그의 롤모델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 의대진학을 꿈꿨지만 실패하자 큰 좌절에 빠진 그는 1999년 홍익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진학하면서 여수를 떠나게 됐다.
◇대학시절, 음반수입업체 ‘바이하드’ 설립
하지만 당시 학과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헤비메탈 음악에 빠져 음반을 구입하다 직접 외국의 프로덕션으로부터 국내 판권을 얻어내는 수완을 발휘하게 됐다. ‘바이하드’라는 판매 대행업체를 창업한 그는 설립 6개월만에 순수익으로 1억 원을 거머쥐는 등 잠재된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드러냈다.

한국인들이 많은 LA 대신 뉴욕을 택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는 사람이나 기댈 곳 하나 없는 환경에 ‘떨어져’ 스스로의 능력으로 일어나기 위해서였다. 한인 사회의 네트워크가 없는 ‘맨땅’에서 창업해야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꾸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뉴욕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수중에 있던 돈으론 변변한 거처를 마련하기 조차 힘들어 슬럼가의 반 지하에서 살아야 했다. 게다가 영어도 능숙하지 못해 뉴요커들과 대화도 나눌 수 없었던 그는 음식배달을 하며 6개월간 라디오를 끼고 사는 등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과학과 기술의 헬스케어, ‘눔’ 창업
그러던 지난 2008년,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미국인들의 비만과 식생활에 주목한 그는 식단, 운동, 스트레스 , 수면(회복) 등 네 가지를 심리적으로 활용해 건강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라이프 스타일을 도와주는 앱(App) 서비스를 창업한 것이다.

◇10월 뉴욕 ‘꿈 페스티벌’로 또 다른 도전
정 의장의 성공 스토리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여기 저기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그의 고향인 여수의 공공기관이나 학교에서 강연 요청이 많다고 한다.
정 의장은 “솔직히 얼마든지 내 경험이나 노하우를 직접 들려주고 싶지만 자칫 ‘희망고문’이 되지 않을까, ‘마음이 불편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노력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투자사 관계자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즐길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MZ세대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유명 K팝 가수들도 공연할 예정이다. 예상 참가자만 1만 여 명에 달하는, 말 그대로 매머드 축제다.
“꿈 페스티벌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데몬헌터스’처럼 K-코스메틱, 패션, 영화, 드라마, 음식 등 한국의 우수한 문화와 제품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축제입니다. 몇 년 전부터 꿈꿨던 일인데 막상 올 1월 공식발표하는 순간부터 ‘눔’ CEO로 일할 때 보다 더 바빠졌어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도 ‘꿈 페스티벌’에서 창업스토리를 들려줄 기업인들과 후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예요.”
◇AI시대, 문화의 경쟁력은 높아져
정 의장은 ‘예향 초대석’의 주인공답게 문화에도 해박한 지식과 이해를 지녔다. 과학과 예술을 삶의 가치로 삼고 있다는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문화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일각에서 AI로 인한 예술의 위기를 일축했다.
“처음 스마트 워치가 발명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태엽을 감는 스위스 시계의 몰락을 우려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워치가 편리하고 간편하지만 태엽 시계의 아날로그 감성과 클래식한 멋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스위스시계의 가치가 더 오르고 있어요. 문화예술도 마찬가지예요. 프린트로 인쇄된 ‘모나리자’를 보고 있으면 루브르 미술관에 가서 ‘직관’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지거든요. 그림이 걸려 있는 전시장의 분위기와 관람객들의 모습은 또 다른 즐거움이기 때문이예요.”
정 의장은 “AI 시대가 도래하면 일하는 양이나 방식에도 변화가 오게 되는 데, 첫 번째가 노동시간의 단축이에요. 노동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늘어난 여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냐가 새로운 화두가 된다”면서 “미술관의 전시를 관람하거나 콘서트를 즐기는 등 AI 시대에는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져 아시아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맨하탄에서 10월 16~18일 열리는 2025 꿈(KOOM) 스타트업 페스티벌
‘KOOM 2025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꿈 페스티벌’은 정세주 ‘눔’ 창업자가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새롭게 도전하는 매머드 프로젝트이다. 뉴욕 맨해튼의 한복판인 브루클린의 듀갈 하우스(Duggal Greenhouse, #268 Flushing Ave Brooklyn)에서 오는 16~18일까지 3일간 한국음식·음악·패션·영화·드라마 등 한국의 우수한 문화와 제품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축제의 장이다. 한국의 제품과 문화를 즐기지만 정작 한국 창업자들의 스토리는 알지 못하는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기업의 위대한 창업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기획한 뜻깊은 자리다.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정세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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