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길고 초록친구는 많다…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권영은 2025. 10.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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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의 그림 에세이 '초록친구'는 하마터면 '나는 식물 연쇄살인마'라는 제목이 될 뻔했다고 합니다.

에세이를 쓰던 당시 65명이던 초록친구 중 네펜데스, 장미, 몬스테라, 개운죽, 스킨답서스, 고구마, 산세비에리아는 책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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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초록친구'
편집자주
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

"나의 첫 초록친구였던 뱅갈고무나무. 언제 죽었더라…"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의 그림 에세이 '초록친구'는 하마터면 '나는 식물 연쇄살인마'라는 제목이 될 뻔했다고 합니다. 책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한 달에 구독료 1만 원을 내면 글을 이메일로 보내주는 메일링 구독 매거진 '일간 매일마감'에 꼬박꼬박 연재했던 에세이를 엮은 건데요. 고양이, 강아지 같은 생명체는 돌볼 자신이 없다던 작가였지만 그만큼의 책임감은 요구하지 않는 식물과는 자연스레 어우러져 살게 됩니다. "사랑하고 늘 함께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전부는 아닌 사이. 멀어질 수도, 가까워질 수도 있는 '친구'"로 말입니다.

물론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에세이를 쓰던 당시 65명이던 초록친구 중 네펜데스, 장미, 몬스테라, 개운죽, 스킨답서스, 고구마, 산세비에리아는 책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초록친구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 시행착오 끝에 작가는 인간관계에도 눈을 뜹니다. "가만 놔두면 어떻게든 잘 사"는 무던한 산세비에리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친구관계를 점검하는 식입니다. 잎 하나로도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몬스테라는 부러움의 대상이고요. 몬스터같이 잘 자라서 붙은 이름값을 하느라 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친구입니다. 그 앞에서 작가는 조용히 되뇝니다. "몬스테라도 커다란 찢잎을 바로 펼칠 수 없다. 나도 노력한다고 해서 하루 만에 성장할 수 없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식물을 가꾸다 보면 나 자신을 돌보고,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식과 놀랍게도 닮아 있음을 알게 되는데요. 책은 가히 인간관계 에세이로도 읽힙니다. 연휴의 끝자락, 식집사든 식물 연쇄살인마든 모처럼 화원으로 달려가 보는 건 어떠세요. "인생은 길고 초록친구는 많으니 다음 초록친구와 또 잘해가면 된다. 초록친구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다 글 그림·비아북 발행·216쪽·1만8,000원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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