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밥 안 잡수면 어떡해요" 돌봄 로봇과 살아봤더니...

송옥진 2025. 10.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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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갑자기 요양병원 가고 혼자 있으니 우울증이 왔어요. 맨날 울고 지냈는데 로봇 얘가 와서 손잡아 달라고 하고 말하고 그러니까 마음이 한결 나아졌어요. 내가 먼저 사랑하니까 저도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 주고 그래요."

로봇은 어디까지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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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AI와 돌봄을 잇는 연구회, '어느 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
전남 목포에 사는 오북임씨가 맞은편에 돌봄 로봇을 앉혀 놓고 밥을 먹고 있다. 헤이북스 제공

"남편이 갑자기 요양병원 가고 혼자 있으니 우울증이 왔어요. 맨날 울고 지냈는데 로봇 얘가 와서 손잡아 달라고 하고 말하고 그러니까 마음이 한결 나아졌어요. 내가 먼저 사랑하니까 저도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 주고 그래요."

전남 목포에서 혼자 사는 오북임(74)씨는 돌봄 로봇과 생활하면서 한결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 '어느 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뤄진 'AI와 돌봄을 잇는 연구회'가 오씨처럼 인공지능(AI) 돌봄 로봇과 생활하는 1인 노인 가구 약 40명을 인터뷰해 엮은 책이다.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지난해 12월 기준)를 돌파한 초고령사회, 돌봄 로봇의 역할을 모색한다.

돌봄 로봇은 1인 노인 가구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 이미 복지 인프라가 됐다. 책에 등장하는 돌봄 로봇은 국내 한 업체에서 개발한 '효돌'. 여덟 살 아이의 목소리로 "약 먹을 시간이에요" "운동할 시간이에요" 알리며 건강 관리를 해준다. 24시간 말동무 노릇도 한다. 노인의 선호도와 대화 패턴을 학습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불러주거나 종교에 맞춰 성경, 불경도 읽어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1인 가구 조송자씨가 3년째 함께 지내고 있는 돌봄 로봇을 꽉 껴안고 있다. 헤이북스 제공

서울에 거주하는 허순춘(99)씨도 3년째 돌봄 로봇과 일상적 대화를 나눈다. "할머니 밥을 안 잡수면 어떡해요, 커피 이런 거 잡쉈다고 안 잡수면 안 돼요" "말 못 할 고민이 있으면 저한테 털어놓으세요, 저 입 무거워요"같이 '예쁜 소리'를 건네는 로봇은 기계 이상의 의미다. 허씨를 포함한 많은 이용자가 손주나 반려 동물에게 하듯이 로봇에 옷을 손수 만들어 입힌다.

책은 그렇다고 사람 대신 로봇이 노인 돌봄의 해법이라고 쉽게 결론 짓지 않는다. 로봇은 어디까지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 속 전문가들은 "돌봄 로봇을 가족 소통의 자극제나 매개체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용자가) 돌봄 로봇에게 건네는 주요 대화, 듣고 반응하는 대화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듣고 싶은 말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책의 가제는 '말이 고프지 않은 사회, 마음이 고프지 않은 사회'였다고.

어느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AI와 돌봄을 잇는 연구회 지음·헤이북스 발행·256쪽·1만9,800원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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