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제주도에서 농구를...” 제주도농구협회 임병주 회장
“통합 농구협회지만, 엘리트 육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농구협회(이하 제주협회) 임병주 회장은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즐겼다. 지금도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으니 아주 오래된 생활의 일부다. 농구에 진심인 임 회장을 대의원들이 제주협회 회장으로 추천했다. 2021년 단독 출마해서 2대 통합 제주협회 회장이 됐다. 4년 임기를 마치고 2025년 새로운 4년 임기를 시작했다.

2025년 9월 기준 제주자치도에는 3개의 엘리트팀이 있다. 일도초와 함덕초, 제주동중이다. 고등학교가 없다. 그래서 엘리트 농구를 계속하고 싶은 제주동중 선수들은 육지로 나가야 한다. 충주고, 전주고, 송도고 등 전국 각지로 향한다. 자발적 선택이 아닌 강요된 유학이다.
고교 진학 이후 훈련이 없는 날, 집에 가려면 배나 비행기를 타야 한다. 집에 한 번 다녀가기 쉽지 않다. 제주협회는 이 선수들을 지원하고 싶다. 그러나 시스템과 인력이 부족하다. 제주협회에는 상근 직원이 없다. 임원들도 다 직장이 있다.
사실 유학 선수 지원보다 좋은 건 제주도 내에 고등학교팀을 창단하는 것이다. 대학교도 창단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제주도에서 성장한 프로 선수, 국가대표 선수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도 교육감, 체육회장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
도내에서 체계적으로 프로 선수, 국가대표를 육성하는 것은 다시 제주도 농구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를 보며 어린 유망주들은 꿈을 키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단 인센티브로 학교에 5천만 원 지원을 약속했다. 그래도 학교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
제주도 출신이라는 점이 마이너스가 되기도 했다. 평소에 친하게 왕래했던 교장 선생님이 “임 회장, 그 얘기로는 다시 나를 찾지 마세요”라고 냉정하게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멈출 생각은 없다. 임 회장은 남은 임기의 최우선 과제도 엘리트팀 창단이라고 강조했다.
▲ 엘리트 육성이 우선, 창단 인센티브 지원
“엘리트 육성 우선” 방침에 생활체육 출신들의 불만은 없는지 물었다. 전혀 없다고 했다. 이유는 “하나의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닌 두 개의 파이를 만드는 것”이라 설명했다.
임 회장 부임 후 생활체육은 더 탄탄해졌다. 14개였던 성인 동호회가 19개로 늘었다. 아이리그(i-League), 40대 리그전 등 대회도 신설했다. 임 회장에 의하면 “배드민턴, 축구, 야구 다음으로 동호인 수가 많은 것이 농구”다. 그러니 엘리트와 “시소처럼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에 불만이 없다고 단언한다.
임 회장이 동호회 출신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엘리트팀 창단 취지에 모두 공감한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12월에 제주도 체육회장 선거를 주시한다. 이 선거가 중요하다고 했다. 후보들의 공약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 했다.
경기도가 그랬다. 세종시도 그랬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도 그랬다. 엘리트팀 창단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지역 농구협회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체육회, 교육청과의 협조는 필수다. 그래서 체육회장 선거가 중요하다.
제주 출신이 아닌 농구인들도 힘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는 프로팀도 자주 찾는 전지훈련지다. 지난 8월에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제주도를 찾았다. 강혁 감독은 훈련 체육관으로 도내 3개 엘리트팀을 초청해 드리블과 돌파, 슈팅 훈련을 진행한 뒤 연습경기를 가졌다.
4월에는 김진 전 남자 국가대표 감독과 정태균 전 삼성생명 감독이 제주동중을 찾아 ‘농구의 정석’을 주제로 공격 및 수비 전술을 지도했다. 임 회장은 이들이 고맙다.
▲ 강혁, 김진, 정태균, 조상현
2022년 제주도를 찾은 조상현 창원 LG 세이커스 감독은 친근하다. 당시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농구 감독 조상현이 아닌 인간 조상현을 봤다고 했다. 임 회장에게는 엘리트 농구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였다.
제주도의 엘리트팀은 연습경기 한 번이 어렵다. 육지에서는 흔한 스킬 트레이닝이 귀하다. 대회 참가에 따른 예산 부담도 크다. 비행기로 왕복하고 대회 기간 선수단 버스를 임차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소한 일도 많다. 한 예로, 예선을 통과해 체류 기간이 늘어나면 없던 일이 생긴다. 지난 시즌, 제주동중이 협회장기 예선을 통과했다. 예상외의 선전이었다. 그 결과 중 하나는 긴급히 처리할 행정 업무 추가였다. 체류 기간이 길어지며 예산이 부족했다. 학교에 추가 예산을 신청해야 했다. 항공권도 변경해야 했다.

성적이 좋아지면 지원도 커질 것이다. 팀이 늘어나 경쟁 시스템이 갖춰지면 성적은 좋아질 것이다. 제주동중 코치를 겸하고 있는 장기동 제주협회 부회장은 “(제주도에) 90년대 후반까지 초‧중‧고 남녀가 모두 있어서 전국 대회를 나가려면 예선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여자부터 무너졌다. 여초, 여중, 여고가 사라졌다. 남자 고등학교도 해체했다”라며 “생활체육과 엘리트는 제주도 농구의 두 날개다. 제주협회는 한마음이다”라고 부연했다.
지금은 한마음이지만, 1997년 통합 1기 제주협회가 출범했을 때는 달랐다. 임 회장에 의하면 당시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해가 있고 갈등도 심했다. 임 회장의 지난 4년은 오해와 반목을 해소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것을 위해 많이 만나고 많이 대화했다. 엘리트팀 창단은 그 바탕 위에 추진되고 있다.
“대회가 있으면 모든 경기를 직접 가서 봅니다. 경기장 가면 인사하고 대화도 나누고…. 회장이 편하게 느껴져야죠. 제주도에서 농구하는 사람이면 ‘저 사람이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정도는 알아야죠. 동호회 회원들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도 반갑게 인사합니다. 대회 하다 보면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제가 현장에 있으니까 그런 것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전 (제주도에서) 농구하는 사람들이 농구공 다음에 (회장인) 저를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농구공 다음에 회장인 저를 알아봐야
지역 협회장 중에 비농구인 출신이 많다. 2017년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통합되면서 갈등이 많았다. 조직의 정비도 필요했다. 그러면서 경영자 출신 회장이 많아졌다.
임 회장은 중간에 있다. 엘리트로 대변되는 농구인 출신은 아니다. 그러나 중학교 때부터 농구가 생활의 일부였다. 기업 대표도 아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금의 회사와 고락을 같이하며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킨 임원이다.
농구에 대한 깊은 애정에 경영마인드를 접목했던 지난 4년을 임 회장 스스로는 70점으로 평가했다. 동호인 팀과 선수가 늘었다. 대회도 늘었다. 초등학교 클럽도 활성화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엘리트팀 창단은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했다. 엘리트팀 창단으로 농구 인기가 올라가길 바란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을 꾼다. 김정은 북한 정무위원장은 열혈 농구팬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체육 교류 시작을 '농구'부터 하자고 제안했을 정도다.
임 회장은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가 그것을 개최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는 예로부터 ‘대문, 도둑, 거지’가 없는 삼무(三無)의 섬이었다. 91년 한ㆍ소 정상회담, 2003년 남북평화축전 등 평화 사업을 적극 실천해 나가고 있다.

전쟁이 없는 소극적 의미의 평화,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가 역사에 스며들어 있다. 남북 관계가 회복되고 다시 교류가 시작되며 ‘남북 평화 농구’가 추진되면 개최지는 제주도가 돼야 한다고 오 회장은 강조했다.
제주도가 더 많은 팀의 전지훈련장이 되는 것도 기대한다. ‘바가지 요금’의 나쁜 이미지를 알고 있다. 제주협회가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농구팀만큼은 합리적인 가격에 훈련의 효과도 높일 수 있는 복수의 숙소와 식당을 제안할 수 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임 회장에게 농구는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인연”이라고 답했다. 좋은 인연이고 오랜 인연이다. 과거를 더듬어 미래를 꿈꾸고 계획하는 행복한 인연이다.
#사진_조원규 기자, 임병주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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