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조우진 "코미디 장르서 타이틀롤? 도전 의식 불타 올랐다"[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5. 10. 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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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스'서 보스 양보전 벌이는 조직 2인자 순태 역
배우 조우진 ⓒ하이브미디어코프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주연의 영화 '보스'가 개봉 8일 만에 전국 182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지난 3일 개봉한 '보스'는 개봉 당일부터 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등 승승장구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보스'의 이같은 흥행세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조우진을 향한 강한 신뢰감과 폭소탄과 연민의 감정을 두루두루 펼쳐낸 라희찬 감독의 연출 방향과 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 연기가 한몫을 했다.

영화 '보스'(라희찬 감독)에서 타이틀롤 순태 역을 맡아 극에 신뢰와 큰 웃음을 부여한 조우진은 지난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해 영화 '내부자들'(우민호 감독/2015)로 대중들에게 각인되기까지 16년의 무명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 썰고~'로 유명한 '내부자들' 조상무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과 영화계의 시선을 붙든 뒤로는 '강철비'(양우석 감독/2017)에서는 북한 암살요원 최명록 역을 맡아 정우성을 상대로 터미네이터'의 T-1000에 못지 않은 공포를 자아내며 타격감 넘치는 액션을 펼쳤고 이후 '마약왕'(우민호 감독/2018)에서 온몸에 타투를 뒤덮은 성강파 보스 조성강 역으로 변신의 끝판왕을 선보였다. 영화 '1987'(장준환 감독/2017)에서 박종철 삼촌 역을 맡아 폭풍 오열신으로 객석의 관객들마저 오열하게 만들었고, 영화 '국가 부도의 날'(최국희 감독/ 2018)에서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아 고위급 악역을 선보이며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배우 조우진 ⓒ하이브미디어코프

'외계+인'(최동훈 감독/2022) 1부와 2부에서 도사 청운 역을 맡아 염정아와 함께 코믹 열연을 펼치며 웃음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입증시켰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에서 시청자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도 자연스럽게 선보인바 있다. 

영화 '보스'는 차기 보스 0순위지만 조직이 아닌 중식당 미미루로 전국구 평정을 꿈꾸는 순태(조우진)와 조직 내 입지는 충분하나 운명처럼 만난 탱고에 인생을 건 차기 보스 유력자 강표(정경호), 유일하게 보스를 갈망하지만, 그 누구도 보스감이라 생각하지 않는 보스 부적격자 판호(박지환)가 차기 보스 자리를 놓고 벌이는 대결을 그린 코믹 영화. 여기에 미미루 배달원으로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 태규(이규형)까지 가세하며 치열한 보스 양보전은 예측불허 대혼란을 향해 내달린다. 

'보스'에서 타이틀롤 순태 역을 맡아 극에 신뢰와 큰 웃음을 부여한 조우진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우진은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하얼빈'에서 독립 투사이자 밀정인 김상현 역을 맡아 마음이 많이 무거웠기에 저 스스로 건강을 생각해야 할 정도로 치유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때 제안 받은 작품이 '보스'였고 마치 처방전처럼 저에게 큰 활력을 줬다. 이 도전은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보안관'이후 소동극인데다 코미디 장르인 영화를 접하니 도전 의식이 불타올랐다. 코믹 요소들을 잘 활용해 새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조직원들이 어디 가냐고 물을 때 '밥하러요'라고 답하는 신이 있다. 그 장면이 나순태의 정체성이다. 스스로 읊조린 한마디에 그 사람이 담겨있다. 이 대사는 정성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 본캐로서는 조직의 형님다운 모습을 보여야 했고, 보스의 적격 후보이기도 했다. 부캐인 요리사로서는 가족에 충실하려고 하는 가장으로서의 모습도 보여드려야 했다. 요리에 진심이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다 합쳐지고 정성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액션 연기도 중요했고 중식요리사로서의 장면도 중요했다. 두가지 측면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 둘 다 쉽지 않았지만 두 가지 중 무엇이 어렵냐고 물으신다면 요리가 어려웠다. 평소 요리를 하나도 못한다. 아내는 제가 도와주겠다고 하면 옆에 오지 못하게 한다. 오히려 제가 거들려고 하면 방해가 되는 편이다. 그런데 굉장히 큰 도구와 칼, 웍 등을 다뤄야 했다. 첫 수업을 여경래 셰프님과 함께 했는데 놀랍더라. '흑백 요리사' 박은영 셰프님도 함께 계셨다. 두 분 앞에 서니 눈앞이 깜깜하더라. 처음에는 두 번 정도 수업이 잡혔는데 시간만 나면 더 배우려고 했다. 죄송함을 무릎쓰고 자주 가서 괴롭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그냥 끓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물과 기름, 불을 다뤄야만 했다. 순태라는 인물이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의 꿈인 요리를 어설프게 보여드리면 관객을 설득 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기본기부터 충실히 배운 요리사로서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배우 조우진 ⓒ하이브미디어코프

-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 지금 기러기 아빠로 지내고 있어서 요리할 기회가 별로 없다. 최근 영화 홍보 일정을 열심히 다니다보니 집에서 눈붙일 시간도 적다. 그러다보니 요리와 멀어졌다. 하지만 얼마 전 안성재 셰프님을 만나서 떡볶이 만드는 법을 배웠다. 미슐랭 3스타 셰프님께 배운 조리법으로 딸을 위해 꼭 떡볶이를 해주고 싶다.

- '보스' 출연 제의는 어떻게 받았나. 

▶ 한참 '하얼빈' 촬영을 할 때 받았다. 독립투사이면서 밀정인 김상현 역을 맡아 일제 시대를 살아간 사람을 연기하다보니 캐릭터도 진중했고 저도 무거운 마음으로 임할 때였다. 그때 제게 다가온 작품이 가수 김동률 씨의 '황금가면' 뮤비 출연과 영화 '보스'였다. 두 작품이 저에게 나름의 활력이 됐다. 마치 처방전이 앞에 있는 느낌이었다. 이 도전은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영화 '보안관'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소동을 벌이고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야 하는 장르를 접하니 도전 의식이 불타올랐다. 코미디 요소들을 잘 활용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 함께 한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과는 서로 애정하는 사이가 됐다고 할만큼 가까워졌다고 들었다. 영화속 각 배우들의 장점을 꼽는다면. 

▶ 정경호 배우는 우아하다. 이번 캐스팅도 아이러니해서 좋았다고 생각했다. 정경호는 '보스'에서 청량음료 같은 느낌을 준다. 조폭물 같지 않게 친근하고 호감형으로 느껴지는 이미지가 아닌가. '야 먹고 다 죽자'라고 말하면 경호가 연기한 동강표는 '먹고 왜 죽어, 다 살아야지'라고 말한다. 그런 톤으로 대사할 수 있는 배우는 경호 밖에 없다. 이규형은 자신만의 스윗함과 귀여움으로 하드캐리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디저트로 먹는 달콤한 사탕 같았다. 박지환은 그렇게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질러도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에너지가 있다. 욕하면서도 특유의 열정이 담긴 비뚫어진 표정이 나온다. 그렇게 인상을 쓰면서도 사람을 웃기고 또 울릴 줄 아는 것이 박지환의 능력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때 보자마자 지환이에게 전화를 했었다. '너무 멋있다, 지환아'라고 말해줬다. 박지환은 마법 같은 배우다. 특정한 표현을 담아보자면 이금기 굴소스 같은 배우다. 

- 영화 '사마귀'에서도 액션신을 멋지게 펼쳤다. 촬영 순서는 '보스'가 먼저였나. 

▶ '하얼빈' 끝나고 '보스'를 찍었고 그 다음이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였고 그 다음이 '사마귀'였다. 너무 말라서 살이 빠진 조우진이 '보스'쪽이고 뱃살이 남아 있는 몸이 '사마귀'다. 최고 몸무게는  '강남 비-사이드'때였다. '사마귀'의 독고는 묵직해야 했다. 싸움 고수인 킬복순(전도연)과 차민규(설경구)와 동시대 살았던 킬러이니 몸은 좋아야 했는데 은퇴한 인물이다보니 살이 좀 있어야 했다. 그때까지는 몸무게를 살려놨었다. '보스'에서는 너무 말라 있었다. 당시 열심히 먹고 열심히 운동했었다. 말라있으니 앳되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배우 조우진 ⓒ하이브미디어코프

- 액션 연기에 꽤 일가견이 있다. 

▶ 연기 잘 하시는 선배분들과 함께 하다 보면 배우는 게 있더라. '내부자들' 떄 이병헌 형이 너무 잘 하시더라. 직업 앞에서의 어떤 정신이랄까 그런 것들을 많이 느끼고 배웠다. 제가 그분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연기 자세와 마음 자세를 보고 감화됐었다. 액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시는 정우성 형과 함꼐 할 때 우성 형이 이끌어 주셨다. 정통 액션을 못해본 저를 액션을 같이 하며 '우진아, 이게 어른 액션의 세계야'라고 이끌어 주신 느낌이 있었다. 정우성 형과 중환자실에서 한바퀴 돌면서 싸우는 신이 있다. 그 장면을 끝내고 우성 형이 '우진아 재미있지, 더 하다 보면 중독성이 생길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액션에서는 정우성 형이 국가대표라고 생각한다. 그 분과 정통 액션을 하고 났더니 덜컥 겁이 나더라. 하지만 그떄부터 액션에 대한 중독성과 재미를 느꼈다. 그때가 큰 토대가 된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는 합을 무리하지 않는 정도에서 소화를 했다. 그러다보니 액션에 있어서도 재미 요소를 넣어보기도 했다. 상대 배우와 합도 잘 맞추면서 웃겨도 보고 또 도구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우성 형과의 경험이 큰 밑걸음이 됐다. 

- '보스'의 액션을 구상할 때 레퍼런스 삼은 영화나 작품이 있다면. 

▶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를 가장 많이 참고했다. 그 시리즈를 보면 성룡의 액션이 참 재미있는 부분이 등장하는 장소가 참 버라이어티하다. 당시 백화점을 어떻게 부수면서 액션을 할까 이런 것들도 궁금했었다. 주변 환경이나 소품등을 활용하는 것을 보고 어릴 때 많이 따라 했었다. 이번 영화에 그런 장면이 꽤 있다. 난이도와 밀도는 조금 떨어질 수 있는데 꽤 아기자기하게 펼쳐봤다. 도구도 많이 쓰고 촬영팀도 액션을 함꼐 하면서 촬영하기도 했다. 커튼을 안고 도는 장면은 촬영감독님도 함께 액션하며 촬영하셨다. 액션을 하면 하루종일 찍을 때는 모르지만 집에 가서 샤워를 하다가 잔부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럴 때 배우들끼리 서로 다독여 가며 촬영을 해나갔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밝힌 무명 시절의 사연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 저 또한 순태처럼 배우라는 목표를 위해 10년 이상의 시간을 달려왔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버팀목은 꿈을 향한 제 마음과 투지였던 것 같다. 좀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정신이 늙지 않았던 것 같다. 정신과 마음이 늙었다면 못버텼을 거다. 추상적 표현이기는 한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성격이 무던했던 것도 버틸 수 있던 힘이었다. 마음에 고통이 오면 '아야' 정도의 마음으로 넘어갔던 것 같다. '유퀴즈'에서 무명 시절 고생한 이야기를 길게 할 생각은 없었다. 프로그램의 성격이 뭔가를 딛고 극복한 자기님들이 시청자들께 용기와 꿈을 드려야하는 것이다보니 저 스스로는 좀 간지럽기도 했다. 모든 직업군의 많은 분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시기 아닌가. 배우만 놓고 봐도 작품도 못하는 분들도 많으신데 그런 이야기를 펼쳐 놓고 한다는 것이 많이 미안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보스'를 위해 그런 점을 무릎쓰고 했다. 

- '보스'가 조우진에게 남긴 것?

▶ 결국 사람이 남았다. 흥행 성과도 있어야 겠고 연기적 성장 과정도 있겠지만 가장 크게 남은 건 사람이다. 이성민 선배님께 '어떨 때 가장 보람이 있으시냐'고 여쭈니 '사람이 남을 때 가장 보람 있어'라고 하시더라. 저 또한 그 마음을 깨닫게 됐다. 작품의 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고 홍보 활동도 있고 각종 방송이나 라디오, 유튜브 등과 협업도 있다. 이런 것들을 할 때 뒷받침 해주는 동료들이 없더만 거의 불가능하다.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님이나 직원분들도 늘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주셨고, 라희찬 감독님, 동료 배우, 형님들 모든 분들이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정성스럽게 연구하시고 연기하셨다. 매순간들이 감동이었다. 이런 마음을 한꺼번에 느낀 작품이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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