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0-5'… 같은 결과지만 히딩크호와 홍명보호는 다르다[초점]
[상암=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홍명보호가 야심차게 스리백을 내세웠지만 브라질에게 0-5 참패를 당했다. 2001년 히딩크호 이후 무려 24년 만에 한국 축구대표팀이 0-5 패배를 기록한 것이다. 홍명보호는 5점차 패배를 발판 삼아 히딩크호처럼 월드컵에서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브라질과의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0-5로 졌다.

완벽한 참패였다. 홍명보호는 이날 야심차게 스리백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브라질의 공격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중원은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이스테방과 호드리구에게 멀티골,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5점차 완패를 당했다.
공격진도 좀처럼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최전방에 포진한 손흥민도 오른쪽 윙에 배치된 이강인도 브라질 수비진을 뚫는 데 실패했다. 결국 한국은 2022 카타르월드컵 1-4 패배를 설욕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점수차인 0-5 대패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강팀과의 승부에 의미를 뒀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오늘(10일) 브라질하고 경기에서 궂은 날씨에 많은 팬들이 찾아주셨는데 좋은 결과를 드리지 못해'죄송하다. 팀으로서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강한 팀하고 붙어 많은 것들을 배웠던 경기"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개인적인 능력을 짧은 시간에 높은 수준까지 올리는 건 어렵다. 오늘 배웠던 부분들을 조금씩 메워나가야 한다"라며 한국 축구대표팀의 성장을 언급했다.
홍명보 감독의 해당 발언은 과거 2002 월드컵을 준비하던 히딩크호를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축구대표팀은 체코, 프랑스에게 0-5로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다. 2001년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게 당했던 0-5 패배가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0-5 패배이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로 인해 '오대영 감독'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이러한 세간의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팀과의 승부를 통해 얻을 것이 많다는 주장을 펼쳤다. 히딩크 감독의 이러한 지론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이어졌다. 히딩크호는 월드컵 무대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대로 무너뜨렸다.

홍명보 감독은 당시 히딩크호의 수비진을 이끌었던 중앙 수비수였다. 강팀과 맞붙어 성장했던 스토리를 너무 잘 안다. 브라질과의 승부에서 0-5로 패배했음에도 홍명보 감독이 성장을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경험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마냥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시 히딩크호와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당시 히딩크호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장기간 합숙훈련을 실시했다. 강팀과의 일전에서 패배한 후 문제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반면 홍명보호는 시간이 없다. 히딩크 감독 시절처럼 장기간 합숙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개월 만에 모여서 잠깐 호흡을 맞추기에 현재 드러난 많은 문제점을 월드컵 전까지 고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도 차이가 난다. 히딩크호가 프랑스에게 패배(2001년 5월)했을 땐 2002 한일월드컵 개막까지 12개월이 남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8개월 후에 2026 북중미월드컵이 열린다. 이 시점에서는 강팀과 맞붙더라도 너무 많은 문제점 대신 어느정도의 성과와 적당한 과제가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24년 만에 돌아온 '0-5' 참패. 이번에도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보약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낙관하기에는 홍명보호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히딩크호와는 놓여진 상황이 많이 다르다. 홍명보호는 희망보다 위기의식을 가져야할 때이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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