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산물 신활로 개척-호주]② “중국산은 서류만으로 패스, 한국산은 깐깐한 샘플 검사”… 수출 장벽된 ‘검역’

시드니(호주)=윤희훈 기자 2025. 10.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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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하나당 검역비 400만원 소요
검역비용, 가격에 전이되며 경쟁력 약화
국가간 검역 협정으로 K-농산물 수출 경쟁력 키워야
호주 시드니 실버워터에 위치한 KOFOOD 창고 내 간이 검역소에서 검역관이 사전 점검을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지난 9월 11일 시드니 외곽 ‘실버워터’ 지역에 위치한 KOFOOD 창고 내 간이 검역소로 검역관이 들어왔다. 검역관은 현미경과 확대경 등 검역 장비를 점검한 뒤, 관련 정보를 서류에 기록했다. 김양희 KOFOOD 대표는 “다음 주 쯤 들어올 컨테이너에 실린 농산물에 대한 검역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검역 전 사전 준비를 하러 검역관이 방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KOFOOD는 한국산 농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 규모 수입사다. 20년 전 호주로 이민을 온 김 대표와 가족들이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한 지 12년이 됐다. 주력 품목은 버섯이다. 호주에서 한국산 버섯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곳이 KOFOOD라고 한다. 새송이부터 팽이, 표고, 만가닥 등을 수입한다. 만가닥버섯은 지난해 수입 규제가 풀린 품종이다.

최근에는 배와 함께 한국산 쌀도 주요 품목으로 다루고 있다. KOFOOD가 연간 수입하는 한국산 농산물의 수입액은 약 100억원 정도다. 한국산 농산물은 중국산 농산물에 비해 시장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수요가 꾸준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고품질과 안전성이 한국산 농산물의 강점”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K-컬쳐도 K-농산물에 대한 신뢰 제고로 이어지는 듯 하다. 최근 호주 현지 쌀값이 급등하면서 한국산 쌀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가격 경쟁력 약화시키는 검역 절차·비용

한국산 농산물의 수출 확대를 위한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김 대표는 검역 절차 개선을 첫 과제로 꼽았다. 그는 “컨테이너로 들어오는 한국산 농산물의 상태가 훨씬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제품보다 검역 절차가 더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KOFOOD의 창고 내 간이 검역소에선 KOFOOD가 수입한 농산물뿐만 아니라, 다른 바이어 업체들이 들여온 컨테이너 속 농산물에 대한 검역도 같이 진행된다고 한다.

호주 현지에서 한국 식품 수입업을 하고 있는 KOFOOD의 김양희 대표가 창고 내 보관 중인 한국산 농산물을 보여주고 있다. /윤희훈 기자

김 대표는 한국산 농산물과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가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 컨테이너의 경우, 샘플로 10박스를 뜯어 1개 제품에라도 문제가 있으면 재검역을 받게 된다”면서 “이럴 경우, 재정비(Re-conditioning)를 한 후 다시 검사를 받거나, 백쉽(회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중국산 제품은 현지에서 보내온 검역 기록지를 제출하는 절차만으로 검역 절차가 마무리된다”라고 했다.

이는 중국과 호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농산물 검역과 관련해 검역 및 세관 검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위생 및 식물검역(SPS)을 완화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협약에 따라 호주와 중국은 상호 기준이 다르더라도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면 이를 인정한다. 또 수입국이 과도한 검사나 자료 요구를 하지 않도록 합의했다.

한·호주 FTA에도 SPS 조항이 담겨져 있지만, 수준이 중·호주 FTA 수준은 아니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검역 절차가 한국산 농산물의 수입 원가를 올리는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검역을 국가기관이 해, 수입사들이 따로 비용을 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도 “호주에서는 민간 업체가 검역 절차를 수행하는데,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역관 1명마다 시간당 200달러가 들어가는데, 컨테이너 한 개를 오픈하면 3명이 7시간가량 검사를 진행한다”라며 “컨테이너 하나 당 검역비만 4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셈”이라고 했다.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많이 찾는 마트 KMALL09에서 판매되는 신고 배 제품. '한고을배'라는 상표명이 한국산인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산이다. 제품 가격표에도 중국산임을 알리는 표시가 돼 있다. /윤희훈 기자

◇ 한국산 흉내내는 中 상품들… “K-브랜딩 강화해야”

김 대표는 중국산 제품들이 한국식 패키징과 한글 상표 등을 활용해 마치 한국산 제품인 것처럼 마케팅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김 대표는 시드니 내 한국 제품 전문 매장인 ‘KMALL09’에서 한글로 ‘한고을배’라고 써진 제품을 가리키며 “한국산 배 같지만, 중국산 배”라며 “중국산임을 뜻하는 ‘Product of China’라는 표시는 박스 하단 안 보이는 곳에 표기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스 단위보다 3개 등 소 단위 패키징을 찾는 수요가 있는 듯 해 작년부터 패키징을 달리해 납품을 했는데, 이번에 보니 중국 업체들도 패키징을 따라하고 있다”라면서 “(중국 업체들이) 벤치마킹을 너무 잘한다”라고 했다.

이날 ‘KMALL09’에서는 한글 패키징이 된 중국산 제품이 많이 발견됐다. 김 대표는 “K-문화에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소비 심리를 이용하려고 한글 패키징을 하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K-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선식품 박스나 외관에 ‘Product of Korea’를 직접적으로 표시하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브랜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중국산 농산물의 품질도 상당히 좋아졌다.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우리 농산물도 품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라면서 “외국인들의 입맛을 겨냥한 수출용 품종 개량도 보다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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