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만 14번 말했다, 대통령실 보란듯 더 세진 정청래

강보현 2025. 10. 1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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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당대 갈등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번째)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987년 체제 초유로 국회·정부를 장악한 일사불란한 정권. 이재명 정권의 인상이다. 하지만 권력이 가장 성성할 시기인 출범 4개월 만에 “대통령과 당이 각기 다른 이원화 정권으로 보인다”(언론인 이준희)는 말이 나온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사이, 특히 정청래 대표와의 온도차 때문이다.

정 대표는 추석 연휴를 마치고 복귀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에 맞선 이번 개혁은 이전의 개혁과는 달라야 한다”며 “반격의 여지를 남겨두면 언제든 다시 내란세력은 되살아난다. 다시는 내란을 생각하지조차 못하도록 하는 것이 빛의 혁명 정신을 이어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민생’을 강조해왔던 추석 민심에 대해서도 달랐다. 정 대표는 “내란수괴가 또 풀려나는 것은 아니냐, 재판이 왜 이렇게 늦어지냐, 이번에도 검찰개혁이 실패하면 어쩌냐는 걱정이 많았다”며 “당·정·대는 내란 종식과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팀, 원보이스로 국민이 오케이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민생경제보다 내란을 먼저 언급한 것이다. 이날 정 대표는 모두발언에서만 ‘내란’을 14차례 언급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9차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앞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까지 나서 “당정 온도 차”(6일 라디오)까지 거론하며 당의 강경 노선에 불편함을 비췄으나 정 대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더딘 개혁으로 ‘집토끼’들이 실망하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을 붙잡을 수 없다. 중도층을 잡는 건 지지층을 확실히 잡은 그다음”이라고 말했다. 일각의 우려에도, ‘지방선거 승리→당 대표’ 연임 가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지층 결집이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정 대표는 연휴 직전인 2일부터 호남을 1박 2일로 방문한 데 이어, 강청희·류삼영·이지은·김한나 등 ‘친(親) 정청래’로 분류되는 원외 위원장 등과 지지세가 강한 서울 마포와 강북구를 찾았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10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조회를 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는 지난 4개월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해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비정상의 정상화, 각종 재난과 사건·사고에 대응하느라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더 유능하고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으로 거듭나자”,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원팀이 돼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가 중요한 대통령 측과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당의 충돌은 늘 있었지만, 집권 4개월 만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중도층의 이탈을 우려하는 대통령실과의 마찰음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중도 확장 행보와 맞추도록 지도부 회의에서 몇몇이 유도는 하는데, 정 대표가 워낙 그립이 강해 지지층 중심의 전략을 바꿀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정 간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당연하다”며 “(발언)이후에 서로가 해석하면서 (일이) 커진 것 같다”며 수습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달 말까지 내년 6월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 룰과 공천 규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정 대표가 강조해 온 권리당원 권한 강화도 반영될 예정이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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