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백만장자들…미국은 연금, 한국은 부동산에 묶여

박유미 2025. 10. 1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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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용 별장, 개인 제트기와 요트, 오트 쿠튀르(고급 의상) 쇼핑 같은 고전적인 백만장자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10일 블룸버그는 “현금에 쪼들리는 백만장자(cash-strapped millionaires)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이 현상을 전했다. 자산은 주택이나 연금에 묶여 있고, 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이 겹치며 실제 느끼는 부유감(富裕感)이 떨어지고 있다. 상당수는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종이 백만장자’(paper millionaire·문서상 백만장자)라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정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전체 가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00만 가구가 순 자산 기준 백만장자로 분류된다. 최근 6년간 50%나 급증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순 자산이 100만~200만 달러(약 13억~26억 원)인 가구들은 가진 돈의 66%를 주택이나 은퇴 후 쓸 수 있는 연금(401(k), IRA)에 묶어두고 있었다. 2017년보다 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500만 달러 이상 자산가의 경우 현금화가 쉬운 은행이나 증권계좌 예치가 24%에 달하지만, 100만 달러 언저리 자산가의 경우는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비중이 17%에 불과했다.

마리너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애쉬튼 로렌스는 “백만장자라는 단어는 한때 자동으로 부유함을 의미했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더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높은 대출 금리도 ‘백만장자’의 통념을 바꾸는 데 한몫했다.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을 어렵게 해서다. 미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89%로 2022년의 두 배 수준이다. 증권사의 증거금 대출 금리는 10~11%에서 시작한다. “자산의 가치와 상관없이 이자율이 높으면 자신이 덜 부유하다고 느낀다”(재정설계사 니콜 고포이안 위릭)는 분석이다.

한국의 부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국 백만장자가 연금과 주택에 자산이 묶여 있다면, 한국은 부동산에 훨씬 더 기울어져 있다. KB금융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금융자산 10억 이상)의 부동산 비중은 55.4%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거주용 주택이 32%로 가장 비중이 크고,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은 11.6%에 불과했다. 소위 ‘부자’들 중에도 자산의 3분의 1이 주택에 묶여 있는 것이다.

박유미 기자 park.yu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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