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군단’ 앞 무기력했다.. 한국 남자 축구 브라질에 0대5 완패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처럼 세차게 몰아친 브라질의 공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골을 먹고 또 먹었다. 수비를 잔뜩 뒤로 물렸지만, 상대의 화려한 개인기와 물 흐르듯 이어지는 패스를 당해낼 조직적인 움직임이 없었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세계적 강호를 상대해야 할 축구 대표팀으로선 갈 길이 한참 멀다는 것을 절감한 경기였다. 전광판에 홍명보 감독이 비치자 팬들은 야유를 보냈고,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 나올 땐 되레 환호가 터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3위)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강호 브라질(6위)과 벌인 친선경기에서 0대5로 완패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1대4 패배의 설욕을 별렀지만, 후반 21분 김진규(전북)의 위력 없는 슈팅이 유일한 유효 슈팅일 만큼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한국 축구가 다섯 골 차 이상으로 진 것은 2016년 6월 스페인전 1대6 패배 이후 9년 만이다. 홈 팬 앞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오대빵’으로 진 것은 2001년 대구 프랑스전 이후 24년 만이다.

홍 감독은 이날 최근 애용하는 스리백 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주성(히로시마)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유민(샤르자)을 중앙 수비로 배치했다. 손흥민(LA FC)과 이강인(PSG), 이재성(마인츠)이 공격 삼각 편대로 나섰다. 브라질은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이상 레알 마드리드), 마테우스 쿠냐(맨유), 이스테방(첼시) 등 호화 공격진이 총출동했다.
브라질은 예상대로 초반부터 한국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전반 13분 브루누 기마랑이스(뉴캐슬)가 침투 패스를 찔러주자 페널티 박스 오른쪽으로 들어간 이스테방이 이를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수비의 핵 김민재가 투지를 불사르며 분위기를 되찾으려 했다. 전반 23분 김민재가 몸을 날리는 태클로 비니시우스의 드리블 돌파를 막아내자 경기장은 환호로 뒤덮였다. 하지만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이강인이 이따금 개인 기량으로 압박을 벗겨냈지만, 지능적으로 위치를 선점한 상대에게 막혀 후속 패스가 원활하지 않았다. 최전방 손흥민을 활용한 역습 전술은 쉽게 읽혔다.
전반 41분 브라질은 한 수 위 기량을 선보이며 추가골을 넣었다. 비니시우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공을 내주자 호드리구가 이를 뒤로 흘려주며 골문 앞으로 침투했다. 뒤에 있던 카제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원터치 패스로 연결했고, 호드리구는 손쉽게 수비를 제친 뒤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한국 수비는 페널티 박스에 9명이나 들어와 있었지만 브라질의 유기적인 패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반 슈팅 수 1-7, 점유율 38-62(%)로 밀린 한국은 후반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를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하지만 후반 2분 김민재가 김주성의 백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고, 이스테방이 공을 가로채 왼발 슛으로 골을 넣었다. 2분 뒤엔 호드리구가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8분 손흥민과 이재성, 김민재를 빼고 오현규와 박진섭, 김진규를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반격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32분 역습에 나선 비니시우스가 드리블로 한국 진영을 휘젓는 ‘원맨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경기장을 찾은 6만3000여 팬의 탄식이 메아리쳤고, 일부는 자리를 떠났다.
한편, 손흥민은 이날 한국 국가대표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 137번째 경기에 나서면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이 보유한 종전 최다 기록(136경기)을 넘어섰다. 손흥민과 동갑내기 이재성도 100번째 A매치로 ‘센추리 클럽’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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