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착취에 대출 가로채기까지…지난해 지적장애인 경제 학대 273건

장종우 기자 2025. 10. 1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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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한영숙(가명·60)씨는 지난 2020년부터 김아무개씨 고물상에서 일하며 참혹한 경제적 착취를 겪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언니를 통해 한씨 사건을 맡게 된 ㄱ노무법인 관계자는 10일 한겨레에 "김씨가 착취한 금액이 4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에 신고된 지적장애인 대상 학대 사례 가운데 경제적 착취가 20.8%로 집계되며, 여전히 학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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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한영숙(가명·60)씨는 지난 2020년부터 김아무개씨 고물상에서 일하며 참혹한 경제적 착취를 겪었다. 김씨 고물상 안에 있는 컨테이너에 숙식하며 일했는데, 임금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 병을 앓던 남편이 2022년 아파트 명의를 한씨에게 이전하자, 김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까지 받게 해 한씨 돈을 가로챘다. 한씨 명의로 땅을 사거나 신용카드를 발급해 쓰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언니를 통해 한씨 사건을 맡게 된 ㄱ노무법인 관계자는 10일 한겨레에 “김씨가 착취한 금액이 4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씨 쪽은 지난 5월 김씨를 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한 데 이어, 조만간 사기·사기 미수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노무법인 쪽은 “한씨가 부끄러움 탓에 장애인 등록은 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김씨는 ‘동업 관계였다’는 파렴치한 주장을 이어간다”고 전했다. 최근 측정한 한씨의 지능지수(IQ)는 지적장애인 기준(70 이하)에 해당하는 53이다.

지난해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에 신고된 지적장애인 대상 학대 사례 가운데 경제적 착취가 20.8%로 집계되며, 여전히 학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장애인의 사회·경제 활동이 활발해진 가운데 숫자나 문서 등을 이해하기 어려운 취약점을 악용한 범죄인데, 전문가들은 지적장애인의 의사 결정을 도울 지원 체계 확립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지난달 26일 발간한 ‘2024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 판정 사례는 937건(64.7%)으로 전체 장애 유형 가운데 가장 많았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신고를 받고 학대로 판정한 사례만 추린 것으로, 실제 벌어지는 학대 건수는 이보다 크게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을 대상으로 재산을 가로채거나 강제 노동을 시키는 경제적 착취는 273건으로, 전체 지적장애인 학대의 20.8%를 차지했다. 2023년을 제외하면 최근 5년 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사회·경제활동에 대한 욕구가 크지만 이를 주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착취 가해자도 주로 지인이나 가족이었다. 지인(179건)과 가족(81건)이 벌인 경제적 착취를 합치면 전체의 95.2%에 이른다.

지적장애인 대상 경제적 착취 가운데서도 최악의 사례는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다. 경기남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50대 남성 지적장애인 ㄱ씨는 최근 ‘돈을 벌게해 주겠다’는 초등학교 동창에게 속아 명의와 신분증을 건넸다. 동창은 ㄱ씨 명의로 휴대전화 11개와 은행계좌를 개통했다. 대포폰, 대포 계좌 개설에 가담하게 된 셈이다.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이건희 활동가는 “범죄자들이 경제 관념이 약한 지적장애인의 취약성을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최근 다수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적장애인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호하고 지원할 사회적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누군가 옆에서 챙겨줘야 한다. 도와줄 사람이 없는 장애인은 방치된다. 장애인 국가책임제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장애인 국가책임제는 장애인의 생존·사립·사회참여 등에 필요한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이건희 활동가는 “과거보다 사회 활동을 하는 지적장애인들이 늘었음에도 사회 제도는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동료 장애인, 사회복지사 등이 지적장애인의 의사결정을 돕는 지역 사회 중심 지원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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