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삭기법으로 빚은 생의 흔적… 이미애 개인전 ‘겁쟁이의 꿈’, 17~23일 서울아산병원 갤러리

김문석 기자 2025. 10. 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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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칼로 색을 빚어내듯 정연한 구성과 깊은 질감으로 회화적 풍미를 드러내는 서양화가 이미애 작가가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아산병원 갤러리에서 개인전 ‘겁쟁이의 꿈’을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병상에서 겪은 아픔과 회복의 시간을 창조적 원천으로 삼은 ‘꿈꾸는 겁쟁이’ 시리즈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든 경험은 작가에게 인간의 나약함과 생에 대한 의지를 다시 성찰하게 했다. 그는 그 고통의 시간을 예술로 전환하며,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의 힘을 색과 질감으로 표현했다.



이미애 작가의 작업은 조각칼을 활용한 조삭(彫削)기법으로 이뤄진다. 조각칼로 화면을 파고 깎으며 색을 쌓고 지우는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작가는 미묘한 색의 층과 시각적 깊이를 탐구한다. 그 과정은 마치 시간을 새기듯 집요하고 섬세하다. 색의 다층 구조 위에 형성된 조형성과 구도는 단순한 기법의 차원을 넘어, 회복과 성찰의 미학으로 확장된다.

조삭(彫削)기법은 조각칼로 형태를 세우고, 깎고, 긁어내며 화면을 완성하는 이미애 작가만의 독창적 회화기법이다.

숨바꼭질-꿈꾸는 겁쟁이, 72.7x53cmMixed media, 2025



작품의 표면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인내의 흔적이 남아 있다. 가까이서 바라보면 색과 질감의 층이 살아 움직이며, 꽃과 나무 등 구상적 형상은 어느새 추상적 패턴으로 변주된다. 보는 각도와 빛의 변화에 따라 다른 표정을 드러내는 화면은, 작가가 견뎌낸 시간의 무게와 감정의 깊이를 고스란히 전한다.

이미애 작가는 “‘꿈꾸는 겁쟁이’는 지금은 힘들지만 생에 대한 다짐을 키우며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여린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전시가 환자와 가족, 그리고 관람객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공감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이미애 작가는 홍익루트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다수의 개인전과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해왔다. 그의 예술 세계는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인간 내면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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