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관 주키퍼의 업세이] 가을, 생명의 속삭임

2025. 10. 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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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이 깊어진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다! 드넓고 푸른 가을 하늘 위로는 거대한 생명의 서사가 펼쳐지고 있다.

선명한 노란빛이 가을 햇살에 더 빛나는 이 아름다운 생명은 안타깝게도 점차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가을 산책길에서 만나는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깊은 사색을 선물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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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나누는 무당벌레들
남녘 향하는 철새의 대열
월동 준비하는 박쥐떼…
작은 생명들의 가을나기
함께의 의미 되새기게 돼

어느덧 가을이 깊어진다. 창밖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에 문득 사색에 잠기곤 한다. 곧 붉고 노란빛으로 물들 풍경 속에서 우리 주변 작은 생명들이 들려주는 이 계절의 속삭임들을 전하고자 한다. 혹 이번 가을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작은 생명들이 있다면, 이 글이 마음에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카펫처럼 깔린 숲길, 그사이를 비집고 가는 작은 그림자가 있다. 뾰족한 가시 옷을 입은 고슴도치는 영민한 코를 킁킁거리며 겨울을 위한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 작은 생명에게 겨울은 끝없는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다.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는 깊은 겨울잠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묵묵하고 꾸준한 발걸음으로 이 가을을 채워 나간다.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풀잎 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색색 고운 옷을 입은 무당벌레가 옹기종기 모여 몸을 비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차가워질 공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이 작은 존재들은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추위를 이겨내려 한다. 저마다 다른 무늬를 지녔지만 함께라는 이름 아래 겨울을 견뎌낼 은신처를 찾아나선다. 작은 몸으로도 한데 모여 따뜻한 연대를 이루는 모습에서 험난한 겨울을 맞이하는 생명들의 지혜와 희망을 엿보게 된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다! 드넓고 푸른 가을 하늘 위로는 거대한 생명의 서사가 펼쳐지고 있다. 여름 내내 우리 곁을 지켰던 철새들은 이제 아득한 남쪽 나라로 향하는 장엄한 여정을 시작한다. 멀고 험난한 비행이지만,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대열을 맞춰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때로는 삶의 고된 여정 속에서 홀로 지쳤다고 느낄 때, 저 드넓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철새들의 날갯짓이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그날을 꿈꾸며 그들은 오늘도 희망을 품고 창공을 가른다.

맑고 고요한 습지 근처를 거닐다 보면 어쩌면 노란 날개를 곱게 펼친 노란잔산잠자리와 마주칠지도 모를 일이다. 선명한 노란빛이 가을 햇살에 더 빛나는 이 아름다운 생명은 안타깝게도 점차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짧은 가을볕 아래 잠시 그 고운 자태를 뽐내다가 사라지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우리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사라져 가는 생명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자연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그들은 우리에게 '모든 생명은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라는 귀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가을밤이 찾아오면 숲은 낮과는 또 다른 신비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해가 질 녘 어둑어둑해지는 숲속, 그 속에서 올빼미들은 비로소 날개를 펼친다. 숲의 신비로운 사냥꾼인 이들은 크고 맑은 두 눈으로 어둠 속에서도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 소리 없는 날갯짓으로 밤의 공간을 가르며 먹이를 찾는 모습은 숲의 모든 변화를 감지하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지혜로운 존재의 표상이다.

깊은 동굴 입구로 수많은 박쥐가 모여드는 '스워밍(Swarming)' 현상 역시 가을밤이 선사하는 경이로운 풍경이다. 이들은 짝을 찾고, 함께 추운 겨울을 날 보금자리를 정하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든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오직 초음파에 의지해 세상을 인지하고 개개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집단의 연대로 삶을 이어 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함께'라는 것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생명을 이어 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고독한 존재가 아닌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가을 산책길에서 만나는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깊은 사색을 선물하리라 생각한다.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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