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탈세 의혹’ 프레임이 만든 시장의 불신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2025. 10. 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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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하면 늘 나오는 뉴스가 있다.

부동산 거래 과정을 국세청이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양한 탈세 의심 사례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국세청의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사례들이 세금 탈루 의심 정황만 있을 뿐 실제 탈세는 아니라는 점이다.

의심이 가는 사례들을 의심하고 조사하는 것은 국세청의 책무지만 불법이 아닌 사례들까지 뭉뚱그려 비난하는 것은 국세청의 월권이며 금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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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하면 늘 나오는 뉴스가 있다. 부동산 거래 과정을 국세청이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양한 탈세 의심 사례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국세청이 보도자료를 언론사들에 제공해 만들어진 뉴스였을 것이다. 

국세청 박종희 자산과세국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자와 최근 집을 사들인 외국인·연소자 등 탈세 혐의자 104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세청 제공

예를 들면 이렇다. 자기 자금 4억원뿐인 한 젊은이는 부친의 아파트를 15억원에 매수하면서 부친을 임차인으로 보증금 11억원의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자기 자금 17억원과 부친에게 차입한 30억원으로 47억원 아파트를 매수했거나 아파트 커뮤니티 앱을 통해 특정 가격 이상으로 단지 거래를 유도한 이야기도 있다. 심지어 2주택자가 친척이나 지인에게 주택 한 채를 서류상으로만 넘긴 뒤 양도차익이 큰 다른 한 채를 1가구 1주택 비과세로 신고하는 탈세 의심 사례도 나온다. 

국세청은 당연히 이런 의심 정황을 찾아 조사한 후 탈루가 있다면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문제는 국세청의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사례들이 세금 탈루 의심 정황만 있을 뿐 실제 탈세는 아니라는 점이다. 국세청이 조사도 해보지 않고 이런 의심 정황들이 포착됐다는 보도자료를 내놓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비싼 부동산을 거래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탈세범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친의 아파트를 아들이 매수하고 부친이 아들 아파트의 세입자가 되는 건 불법이 아니다. 실제로 돈이 오가고 전세금이 시세에 비해 과하게 높지만 않다면 문제가 없다. 아버지의 집을 아들이 매수하면서 타인을 세입자로 들여도 어차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부친에게 30억원을 차입해 47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것도 17억원의 자금을 스스로 마련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실제로 차입을 하고 이자를 지급했는지 아니면 자금출처 소명자료에만 그렇게 썼는지가 관건인데, 국세청 보도자료에는 아무 설명이 없다. 그냥 그런 거래가 있어 대단히 의심스럽다는 뉘앙스만 가득 풍긴다.  

2주택자가 주택 한 채를 친척이나 지인에게 넘기는 경우도 실제로 돈이 오간 일반 거래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 법에 친척이나 지인에게는 부동산을 팔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서류상으로만 넘기고 돈은 오가지 않은 가장 매매인지가 관건인데, 정작 중요한 포인트에 대한 국세청 설명은 없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정부가 속앓이를 하게 되면 여지없이 등장한다. 혹시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게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부동산 가격을 단기에 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정부는 종종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범들을 찾아 악마화하는 것으로 위기를 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심이 간다는 이유로 충분히 합법적일 수 있는 거래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들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유익함과 혜택을 준 대가로 돈을 번 사람들이다. 그래서 누구나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며, 그게 모두를 부유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믿음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전제다. 그런데 부자들의 부가 탈법으로 일궈진 것이라면 우리는 그 시스템에 저항해야 한다는 이중적 감정에 빠지게 된다. 부자들은 싫지만 스스로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대중의 모순된 감정은 그런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의심이 가는 사례들을 의심하고 조사하는 것은 국세청의 책무지만 불법이 아닌 사례들까지 뭉뚱그려 비난하는 것은 국세청의 월권이며 금기가 돼야 한다. 그 둘의 차이는 실제로 한 뼘도 안 되는 미세한 틈일 뿐이지만 이 작은 틈새에서부터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기도 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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