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지각변동 시작됐다…절대 강자 사라지나

이경남 2025. 10. 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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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오픈AI와 협력 시작…라이벌 구도 재점화
중국 반도체 굴기 시작…희토류부터 HBM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형 변화가 시작됐다. 절대 강자 엔비디아의 오래된 라이벌인 AMD가 AI(인공지능) 가속기 시장에서 핵심 고객인 오픈AI를 낚아채면서다. 여기에 더해 한국과 미국, 대만 등 일부 국가들이 중심이었던 시장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경쟁구도가 더욱 다각화 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 독주 막겠다는 AMD

지난 6일 오픈AI는 AMD의 AI인프라를 배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AMD의 AI가속기 등 AI인프라를 향후 AI서비스 개발 및 운용에 사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오픈AI와 AMD측은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조'단위 계약이 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 계약이란 점과 별개로 업계에서는 오픈AI가 엔비디아가 아닌 AMD를 차기 핵심 파트너 중 하나로 선정한 점에도 높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엔비디아는 AI서비스를 위한 AI인프라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잡으며 수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반도체 기업이 됐다. 그런데 이같은 시장에서 과거 그래픽장치(GPU) 시절부터 경쟁해오던 AMD가 AI시장 최대 고객과의 계약을 맺으면서 만년 2인자인 AMD가 AI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가 본격적인 AI시장을 열면서 엔비디아 역시 시장에서의 위치가 순식간에 바뀌어는데 오픈AI를 시작으로 AI서비스 제공자들이 연이어 엔비디아의 AI인프라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오픈AI입장에서는 엔비디아 제품 중심의 AI 인프라 구성이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보고 AMD와의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른 빅테크 기업 역시 엔비디아 중심의 AI인프라 공급체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AI인프라 시장은 엔비디아의 독주나 다름 없는데 AI시장 최강자 중 하나인 오픈AI가 AMD를 사실상 '인증'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뀔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히 이번 계약에는 오픈AI가 향후 AMD 지분을 획득할 수 있는 조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픈AI는 저가 매수 기회를 확보해 리스크를 줄이고 AMD는 오픈AI를 기술 보증인으로 세우는 효과가 있다고 볼 여지가 높다"라며 "외부에는 AMD의 인프라에 대한 기술력과 신뢰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향후 AMD의 추가 계약 수주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번 계약에서 AMD는 오픈AI에게 최대 1억6000만주를 저가로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옵션 행사 조건은 AMD의 AI인프라 배치 계약 이행 여부, 오픈AI의 성과 등을 바탕으로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지개 펴기 시작한 중국

미국에서 AMD가 엔비디아에 선전포고를 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모양새다. 

최근 중국의 빅테크 기업인 화웨이는 최근 자체 행사를 통해 AI칩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내년에 출시하는 AI칩에 자체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양쯔메모리도 내년부터 HBM 본격 양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HBM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일단 중국의 HBM이 당장은 시장을 위협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중국이 내놓는 HBM은 전세계 표준을 받는 절차(JEDEC)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타른 고객사 제품에 '호환'이 어렵다. 이 때문에 화웨이에서 내년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HBM은 HBM의 세대를 의미하는 HBM3나 HBM3E로 볼 수 없다. 이는 양쯔메모리도 마찬가지다. 해외 고객사에게 HBM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HBM이라는 반도체 핵심 시장에서 중국이 자체 기술만으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핵심 HBM 고객사의 기술력을 따라잡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HBM을 스스로 개발해 냈다고 선언한 점은 그만큼 기술력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라며 "해외 고객사 유치가 사실상 힘들지만 중국 내 기업들과의 계약을 통해 HBM 신뢰도와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고 이같은 검증 절차가 완료되면 해외에서도 상대적으로 저가에 공급 받을 수 있는 중국산 HBM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HBM에서 본격적인 약진을 선언한 데 이어 반도체 주권을 미국 등에 내주지 않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도 가속화 하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수출사업자가 해외에 중국산 희토류 관련 품목 수출 시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희토류는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핵심 보조 소재 중 하나로 중국이 전세계 공급량의 80~90%를 담당한다. 희토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반도체 공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HBM 자국화와 동시에 희토류 규제를 강화한 것은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속내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보조 소재 통재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이를 통해 번 시간 동안 자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검증할 수 있고 반도체 공급 안정성이라는 장점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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