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 음주운전 여자친구 신고 보도는 '공익'인가
[기자수첩] 연예매체뿐 아니라 일간지, 경제지, 방송사 일제히 보도… 어떤 공익 달성했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개그맨 이진호씨의 여자친구가 지난 5일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씨의 여자친구는 각종 뉴스에 자신이 언급되는 것을 놓고 심적 부담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오후 2시30분께 문화일보가 <[단독] '불법 도박' 개그맨 이진호, 인천~양평 100km 음주운전 적발> 기사를 냈다. 경찰이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이씨를 자택에서 체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의 소속사가 “깊이 반성한다”는 사과 입장을 내면서 포털에 관련 소식이 도배됐다.
약 4시간 뒤, 디스패치 <[단독] “술마시고 운전대 잡아요”…이진호, 음주 신고자는 여친> 기사가 나왔다. 이씨를 체포하기 전의 배경이 상세히 공개됐다. “디스패치 취재 결과, 이진호는 24일 새벽 인천에서 여자친구와 다툼을 벌였다. 술을 마시다 언쟁이 벌어진 것. 이진호는 운전대를 잡고 경기도 양평군 자택까지 약 100km를 운전했다. 여자친구가 이진호의 음주운전을 신고했다.”

그러자 언론들의 속칭 '야마'(주제)가 바뀌었다. 이씨의 '음주운전'에서 이씨 여자친구의 '신고'로 무게중심이 쏠렸다. <'음주운전' 이진호, 여친과 다투고 운전대…최초 신고자 정체>(TV리포트), <[속보] 이진호 음주운전 신고자 알고 보니 '여자친구'였다>(국제뉴스), <이진호 음주운전, 신고자는 여친이었다 “언쟁 뒤 이동”>(매일경제) 등의 기사가 디스패치 보도 직후 쏟아졌다.
어디까지가 공익인가. 음주운전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유명인에 해당하는 이씨의 음주운전 사실과 그 처벌 과정, 방송계의 후속조치 등은 충분히 공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 사회가 음주운전이라는 범죄를 어떻게 대하는지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의 신고 사실은 어떨까. 여자친구가 언쟁 뒤 이씨를 신고했다는 사실이 이씨의 음주운전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씨의 음주운전을 더 나쁘게 만들지도 않는다. 음주운전은 그대로 음주운전이며 그 책임은 이씨의 몫이다. 디스패치의 보도는 일련의 사태에 흥미성 서사를 부여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낭설을 부추겼다.
언론인권센터 미디어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으로 있는 김성순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통화에서 “가십성일 수밖에 없다. 이진호씨가 얼마나 공인인지도 쟁점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의 여자친구가 신고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보도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상황에서 음주운전 신고자까지 알려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 정보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도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신고자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가십성 받아쓰기로 고통받다 연예인이 사망하는 사례는 반복된다.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피해 사례까지 합치면 그 수는 늘어날 것이다. 이씨의 여자친구가 음주운전을 신고했다는 보도는 연예매체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문화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등 일간지,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경제지, 뉴스1 등 통신사, YTN, MBN 등 방송사까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언론은 이 보도들에서 어떤 공익을 달성했나. 언론 불신 사회에서 언론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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