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놀이에 ‘미친’ 강아지, 정말 장난감에 중독된 걸까

일부 반려견들은 공놀이에 유난히 집착하거나 특정 장난감에 특별한 애착을 보인다. 공만 보면 끊임없이 던져달라고 하거나 ‘삑삑이 인형’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개들의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만은 않다. 게임이나 일, 쇼핑 등 다양한 활동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인간들처럼 개들도 ‘중독’을 보이는 걸까.
10일(현지시각) 미국 과학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수의과대학 스테파니 리머 박사 등 연구진이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연구를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 결과, 과학자들은 개들이 특정 장난감에 보이는 행동이 인간의 도박이나 게임 중독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보도를 보면, 리머 박사는 반려인들이 공놀이를 좋아하는 개를 ‘공 처돌이’(Ball Junkie)라고 부르는 것을 익히 들어왔다. 그런데 장난감에 몰두하는 개들의 행동을 인간의 ‘중독 기준’에 대입해 살펴본 과학적 연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실험을 설계하게 됐다.
이들은 먼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행동 중독’의 지표를 참조했다. 이를 보면, 중독 증상은 특정 자극(약물·도박으로 인한 흥분감)에 대한 갈망과 강박, 그리고 그 보상을 얻었을 때의 기분 변화로 나타난다. 그 자극이 사라졌을 때는 금단 증상, 재발 위험 등이 뒤따른다. 리머 박사는 “중독이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행동을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개도 장난감에 대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연구진은 이에 답하기 위해, 1살~10살까지의 개 105마리(수컷 56마리, 암컷 49마리)를 대상으로 14가지 행동 테스트를 시행하고,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실험에는 셰퍼드, 테리어, 리트리버 등 다양한 견종이 참여했다.
행동 테스트는 장난감 선택, 장난감과 단둘이 있기, 상자·선반에 장난감 감추기, 장난감 대신 다른 보상(간식·보호자와의 놀이) 주기 등 다양한 상황에서 개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촬영한 뒤 각각의 행동을 분석해 점수를 매겼다. 장난감에 점프하거나 낑낑거리기, 닿지 않는 장난감을 잡으려는 시도, 간식보다 장난감을 우선하는 정도 등을 점수로 환산하는 하는 식이다. 보호자들에게는 행동 테스트로는 측정할 수 없는 나머지 중독 기준들(내성, 금단 증상, 재발 위험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연구에 참여한 105마리 개 가운데 33마리(약 31%)가 행동 테스트에서 인간의 중독과 유사한 행동 특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높은 ‘중독 점수’를 기록한 개들은 점수가 높은 개일수록 갈망, 자기 통제력 부족, 장난감 집착 정도가 더 심했다. 이 개들은 보호자가 작성한 질문지에서도 행동 테스트 결과와 비슷한 수준의 중독 유사 행동 점수가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여러 견종 가운데서도 셰퍼드, 테리어처럼 ‘워킹 도그’ 그룹에서 행동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셰퍼드 종은 방목·경찰 업무·수색 구조 등을 위해, 테리어 종은 사냥·해충 구제 등을 목적으로 육종된 견종들이다. 리머 박사는 “특정 품종에서 이런 행동이 두드러진다는 점은 유전적 요인과 관련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지속적인 집중과 강한 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품종을 개량하다 보니, 이러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과학자들은 개가 인간처럼 중독을 경험한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줄리아 에스피노사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 연구원은 “도박 중독의 경우 그 위험성을 인간이 인지하고 있으며, 위험성 자체가 중독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개는 중독의 부정적 결과를 인지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장난감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개들의 복지를 개선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다. 리머 박사는 “중독 수준에 이르는 개들의 경우, 특정 물체에 대한 집착을 완화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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