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산물 신활로 개척-호주]① 남반구 최대 식품쇼서 인기몰이한 ‘K-배’
한국 농산물 ‘배’, 외국인 입맛 사로 잡아
“외국선 작은 크기 선호… 국내 시장 보완 역할 기대"
“Nice crunch. So juicy.”(너무 아삭하고, 과즙이 많네요)
지난 9월 8일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 지역에 위치한 시드니 국제컨벤션센터(ICC). ‘파인 푸드 오스트레일리아(Fine Food Australia, 이하 FFA)’ 박람회장에 조성된 한국관을 찾은 외국인 참관객이 한국 배를 맛보더니 찬사를 던졌다. 이 참관객은 옆에 있던 동료에게도 맛을 보라고 손짓을 했다. 한국 배를 한입 베어물던 동료도 “이런 식감은 처음”이라며 “무슨 과일이냐?”라고 물었다.

호주에서 한국 배가 인기몰이에 나섰다. FFA는 매년 시드니와 멜버른을 번갈아가며 열리는 지구 남반구 최대 규모의 식음료 박람회 중 하나로 꼽힌다. 엑스포처럼 중국·이탈리아·스페인 등 국가관을 따로 만들어 식문화를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 ‘K-FOOD’ 내건 한국관, 한국 배에 쏠린 관심
FFA 메인 전시관은 ICC 1층과 4층에 설치됐다. 2층과 3층에선 주제별 세미나 등이 진행됐다. 한국관은 1층에 마련됐다. 전시관 천장에 붙은 ‘K-FOOD’라는 흰색 간판이 ‘여기가 한국관’임을 알렸다. 한국관에는 약 40개의 식품기업이 참가했다. 참가 기업 부스는 ‘백의의 민족’을 상징하는 흰색을 메인 컬러로,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기자가 찾은 시각 한국관 중 참관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한국 배’ 홍보 부스였다. 농업회사법인 한국배수출연합주식회사가 운영한 이 부스에서는 배 시식 행사가 진행됐다. 현지 바이어와 일반 참관객들이 몰려들어 “훌륭하다(Excellent)”, “좋다(Good)”를 외치며 호평을 쏟아냈다.
호평은 수출 계약으로 이어졌다. 배수출연합은 호주의 한국산 농산물 수입업체인 ‘KOFOOD’와 100만호주달러(한화 10억원) 규모의 수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외에도 현장 부스를 방문한 인도의 식품 바이어, 호주 브리즈번 지역 식품 유통업체 등과도 배 수출 MOU를 체결했다.

인도 바이어는 배수출연합 관계자에게 “한국 배 수입 경로를 알아보려고 한국에도 갔었는데, 허탕을 쳤다”면서 “호주 FFA에서 이렇게 한국 배를 수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배수출연합 관계자는 “우리 배의 아삭한 식감과 풍부한 과즙을 외국에서도 높이 평가한다”라면서 “특히 국내에선 선물용으로 알이 굵고 큰 배를 선호하지만, 해외에선 작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배를 선호하는 특성이 있어 국내 유통과 해외 수출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수확량 감소와 까다로운 검역 문제는 배를 비롯한 신선 과일의 수출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배수출연합 관계자는 “작년 봄철 냉해로 인한 흉작으로 국내 배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수출 물량도 크게 줄었다”라면서 “신선식품에 대한 수출국의 까다로운 검역 절차도 문제다. 조그만 문제가 발견되도 ‘백십’(반품) 명령을 내린다. 신선도가 생명인 과일에는 폐기 조치가 내려지는 셈”이라고 했다.
◇ 수향미, 숙취해소음료, 떡볶이도 현지인 사이에서 인기
배와 함께 참관객의 발길을 사로잡은 건 한국산 쌀이었다. 주인공은 ‘수향미’ 골든퀸이다. 누룽지향이 짙게 나는 수향미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엇갈린다. 하지만 외국인 참관객들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수향미를 살펴봤다. ‘K-Seed’ 부스를 차린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호주는 인종 구성이 다양해 외국산 쌀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라면서 “최근 한국 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개성이 강한 수향미를 소개하고자 들고 왔다”라고 말했다.
호주 농림수산부의 2025 작물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쌀 자급률은 70%가량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생산량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부족한 쌀은 태국이나 베트남, 인도 등 쌀 주요산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품종별로 보면 자스민쌀(Jasmine Rice) 처럼 장립종인 향미(Aromatic Rice)의 수입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다문화 인구가 증가하고,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아시아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향미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립종자원도 이 같은 호주의 쌀 시장 특성을 고려해 한국산 수향미를 들고온 것이다.
중견 음료기업 부스도 있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호주도 술을 많이 마시는 ‘헤비 드렁커’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라면서 “사전 시장조사에서 숙취해소음료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 행사에 참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실제 호주시장에선 ‘갈아만든 배’가 호주 유통체인 ‘울워스’ 등에서 숙취해소음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생수처럼 마실 수 있는 헛개차와 젤리스틱형 제품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 떡볶이, 냉동광어 등 가공식품 부스에도 참관객과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스턴트 떡볶이 브랜드 ‘요뽀끼’로 유명한 영풍식품의 부스도 그 중 하나였다. 영풍식품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호주 시장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해 있다”라면서 “덜 매운 로제나 짜장 떡볶이보다 매콤한 오리지널 떡볶이를 선호하는 것 같다. 한국의 매콤한 맛을 경험해보려는 해외 소비자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시음 불가한 ‘막걸리’ 부스… ‘K-콘텐츠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국 술을 알리고자 시드니를 찾은 주류업체 A사는 현장에서 시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호주의 주류 관련 제도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는 주류 제공을 위해 행정 관청에 신고하고, RSA(Retail Server Accreditation)라는 주류 서빙 허가를 받은 직원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탓에 행사 기간 내내 술병을 전시만 할 수밖에 없었다.
호주에서 한국술을 수입하는 글로바트라(GLOBATRA)의 이병은 대표는 “술은 맛을 봐야 매력을 알 수 있는데, 시음을 진행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상황을 미리 알고 지원을 요청했다면 RSA를 보유한 인력을 파견하는 등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식 기회를 제공하는 부스가 적고, K-콘텐츠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참가 업체 관계자는 “불고기, 김밥, 잡채 등 외국인이 좋아하는 K-푸드를 메인 공간에서 조리해 시식 기회를 제공했다면 더 흥행했을 것”이라며 “바로 옆 태국관에선 메인 부스에서 셰프가 직접 조리한 태국 요리를 제공한 것과 비교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관을 기획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시식 행사를 진행하려면 임시 식당으로 시드니시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라면서 “행사 준비와 행정 소요 시간 등으로 인해 이번 박람회에서는 한식 조리 및 시식 행사를 추진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 외국인 참관객은 “넷플릭스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다양한 한국 음식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부스가 많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aT측은 호주 사무소를 폐쇄하면서 현지 정보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aT는 작년까지 호주를 K-푸드 수출 유망시장으로 지정하고, 현장 사무소를 운영했으나 올해는 예산 문제로 철수했다고 한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사에서 호주 시장을 총괄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K-콘텐츠가 흥행하면서 한국 식품을 구입하고 싶다며 바이어들이 먼저 연락해 온다”라면서 “호주 시장에서도 한국 식품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수출 확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현지 사무소가 재가동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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