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전 논농사가 지구온난화 서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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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상하게도 지구의 메탄 농도는 1만2,000년 전 시작된 홀로세 들어 하강하다가 5,000년 전에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했다.
신석기 시대 농경이 일으킨 변화는 처음에 미미했지만, 수천 년 동안 문명이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기후에 차곡차곡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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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제라도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면 기후, 환경, 동물에 대해 알아야겠죠.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가 4주마다 연재하는 ‘인류세의 독서법’이 길잡이가 돼 드립니다.

추석은 고대 사회부터 이뤄진 농경 의례와 관련이 깊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농업과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에게 감사하는 가을 축제를 벌였고, 한국에서도 삼한에서 10월 제천 행사가 열렸다.
농업에는 인간과 자연의 평화적인 연결 관계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고기후학자 윌리엄 러디먼이 그래프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만 해도 평범한 상식이 깨질지는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그가 본 것은 남극 보스토크 기지에서 시추한 빙하코어가 수십만 년의 시간을 거슬러 복원해 낸 고기후 그래프였다. 이상하게도 지구의 메탄 농도는 1만2,000년 전 시작된 홀로세 들어 하강하다가 5,000년 전에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 농도도 마찬가지였다. 하강하던 그래프는 8,000년 전에 기이한 반등을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폭증해 지구를 벼랑으로 내몬 주범 아니던가. 그런데 우리가 '잃어버린 낙원'으로 생각했던 그 아득한 시절에 이미 온난화의 서막이 올랐다니!

러디먼은 이 책에서 그동안 자연적인 원인으로 치부했던 과학자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며 그 원인은 인간이라고 지목한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5,000년 전 메탄 배출량의 증가는 중국 황허강 일대에서 시작한 논농사와 관련이 깊다. 관개 기술을 도입해 벼논에 강물을 대자 미생물이 메탄을 생성했다. 8,000년 전,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어떠한가. 중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시작한 농업이 유럽으로 퍼져나가며 광활한 원시림이 불탔다.
우리는 '토끼와 거북이의 싸움'에서 거북이가 이겼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신석기 시대 농경이 일으킨 변화는 처음에 미미했지만, 수천 년 동안 문명이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기후에 차곡차곡 영향을 미쳤다. 신석기 시대부터 느리게 쌓인 온실가스의 총량은 산업혁명 이후 폭발적으로 뿜어낸 양보다 많다.

결정적 증거는 과거의 기록에서 나왔다. 지구의 공전 궤도, 팽이처럼 비틀거리는 지구의 세차 운동, 지축의 기울기 변화는 플라이스토세 이후 약 10만 년 주기로 빙기와 간빙기를 만든다. 과학자들은 과거의 간빙기 중에서 현재 홀로세와 지구의 궤도 조건이 쌍둥이처럼 닮은 시기를 찾아냈다. 바로 77만 년 전의 '해양 동위원소 단계 19(MIS 19)'다. 만약 신석기 시대 온실가스 변화가 자연적인 현상이었다면, MIS 19의 그래프와 똑같은 궤적을 그려야 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MIS 19 시기 온실가스는 정점을 찍고 꾸준히 하강했지만(추워졌지만), 신석기 시대에는 하강하다 말고 역주행을 시작했다(따뜻해졌다). 적잖이 충격적인 이야기다. 인류의 개입이 없었다면 지구는 이미 새로운 빙기의 문턱에 진입했을 거라는 얘기이니까.
기후위기에 대한 전망으로 곧잘 우리는 하늘에 감사 제사를 올렸던 과거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프가 말하는 바는 다르다. 우리에게 돌아갈 '자연'은 과연 있었는가? 그렇다면 이제 주어진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갈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종이 '어떻게 자연의 일부로서 온전히 존재할 것인가'가 된다. 휘영청 뜬 보름달을 기다리는데 생각이 복잡해진다. 이 책은 기후정의의 논의를 한층 복잡하게 한다. 인간 '종'으로서 책임 또한 응시하라고 말한다.
남종영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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