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세계드론제전 첫날 ‘대혼란’⋯드론은 20분, 교통지옥은 4시간
30분 거리 4시간 걸린 ‘교통지옥’
시민들 “드론 보러 갔다가 고생만”
“행사 못 보고 차 돌려” 아우성

포천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드론제전'이 첫날부터 교통대란에 휩싸였다.
9일 한탄강 생태경관단지에서 개막한 축제에는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주차공간 부족과 미흡한 교통대책으로 시민 불만이 폭발했다.
이날 오후 포천 오가교차로부터 행사장까지 이어지는 약 8㎞ 도로는 사실상 '주차장'으로 변했다.
행사장 인근 주차공간은 3000대 규모에 불과했지만, 몰려든 차량은 이를 훨씬 웃돌았다. 일부 운전자는 30분 거리인 구간을 4시간 만에 도착했고, 행사장 진입이 불가능해 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일부는 행사장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36)씨는 "축제를 준비했다면 교통대책부터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늘의 드론보다 도로의 혼잡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꼬집었다.

혼잡이 극심해지자 시는 이날 오후 8시8분쯤 "포천 한탄강 세계드론제전 한탄강 생태경관단지로 가는 전방향 교통체증 및 인근 주차장 만차로 출입 및 주차가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재난안전 안내 문자를 긴급 발송했다. 이미 교통이 마비된 뒤였던 만큼 현장 상황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도 87번 도로가 꽉 막히면서 출연 가수조차 제시간에 행사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한 가수는 공연 시작 20분을 앞두고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오토바이로 갈아타고 행사장으로 향했고, 헬멧을 벗자마자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가수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축제는 처음 봤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 종료 후에도 출차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탄강 일원 도로는 다시 정체 구간으로 변했다.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데만 2시간이 걸렸고, 일부 차량은 자정을 넘겨서야 시내로 진입했다.
시민들은 "20분짜리 드론쇼를 보기 위해 6시간을 쏟았다"며 "시가 홍보에만 열을 올렸지, 교통과 안전대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부 구간에서는 안내요원이 부족해 차량 통행이 뒤엉켰고, 행사장 입구에서는 주차를 둘러싼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시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주차장과 도로 폭이 좁은 점이 큰 문제가 됐다"며
"주차장 부족으로 교통 혼잡이 발생한 점은 인정한다. 특히 이번 주 내내 비가 예보돼 드론라이트쇼를 안전 문제로 취소했다. 임시주차장 추가 확보와 교통통제 인력 증원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행사 전부터 혼잡이 예견됐는데 사전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포천=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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