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금속 세계 1위 이끈 영웅, 마지막 회사 출근 마치고 영면

김성우 2025. 10. 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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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故 최창걸 명예회장 영결식 엄수
이제중 부회장 “現 고려아연 만든건 고인의 혜안”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 정재계 조문 잇따라
장형진 영풍 고문도 직접 조문
10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고인은 황무지 같았던 한국의 비철금속 제련 분야를 개척해 자원강국을 이루겠다는 신념과 열정으로 한평생을 달려온 분입니다. 오늘날 고려아연이 세계 제련업계 선두주자로 앞서가게 된 것은 격동의 파고를 헤친 명예회장님의 혜안과 진취적인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고려아연을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으로 일군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엄수됐다. 고인이 생전 일궈온 회사로의 마지막 출근이자, 지난 6일 타계 이후 회사장으로 치러진 나흘간의 장례식의 마무리다.

영결식에는 상주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유중근 경원문화재단 이사장 등 유가족, 그리고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치러진 영결식은 약력 보고와 추모 영상 시청, 조사, 헌화 등의 순서로 진행했다.

백순흠 고려아연 경영관리그룹장은 약력 보고에서 “최 명예회장은 부친(故 최기호 창업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고려아연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제련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평생을 기업 발전은 물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셨다”며 “사람을 존중하는 경영,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기업,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경영을 강조하시는 등 시대의 지도자로 존경받았다”고 추모했다.

영결식이 끝나자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도열했고, 영정은 장지인 남양주 모란공원으로 향했다. 이후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장식이 이어졌다.

최 명예회장은 지난 1974년 고려아연의 창립 멤버로, 회사를 세계 최고의 종합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사업을 통해 국가 공동체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내세웠으며,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정도경영’을 실천한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나는 혁신이나 개혁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매일매일 조금씩 발전해나가면 한꺼번에 큰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1941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최 명예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가운데 이제중(왼쪽) 고려아연 부회장이 추도사를 읽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그는 귀국 후 1970년대 초 정부가 추진한 중화학공업 육성계획 속에서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 집중했다.

당시 한국은 강원도 광산에서 채굴한 원광을 수출하고, 해외에서 제련된 금속을 다시 수입하는 열악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최 명예회장은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에 직접 호소해 자금을 유치했고, 총 4500만 달러의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1978년 온산제련소를 설립했다. 그는 현장에 상주하며 공정 하나하나를 직접 점검했고, 준공 2년 만에 정상 가동을 이뤄냈다. 1983년에는 영풍정밀, 1984년 서린상사, 1987년 코리아니켈 등 계열사를 설립하는 데도 기여했다.

특히 그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약 10년간 회장으로 근무하며 ▷연 제련공장 준공 ▷열병합발전소 준공 ▷아연전해공장 증설 ▷호주 아연제련소 SMC 설립 및 준공▷전사 ISO 9001 인증 획득 등의 성과를 내며 고려아연과 국내 제련업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최 명예회장은 제련업이 ‘공해산업’으로 불리던 인식을 바꾼 공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제련 후 남는 아연 잔재를 ‘청정 슬래그’로 만들어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자원 순환형 제련 모델의 출발점을 연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영성과의 공로를 임직원에게 돌리는 리더이기도 했다.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가운데)이 제련소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지난 7일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서범수·김용태·강득구·조승래·박성민 국회의원, 유인태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전 국회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빈소를 찾았다. 김정관 장관은 빈소를 약 1시간 가까이 지키며 상주인 최 회장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이사, 오치훈 대한제강 회장, 김용민 후성그룹 부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등이 조문했고, 장형진 영풍 고문도 빈소를 찾아 상주인 최 회장과 장례위원장인 이 부회장과 약 10분간 인사를 나눴다.

장 고문과 고인은 과거 동업 시절 함께 사업을 일궜던 인연이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앞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다퉈온 양측이 직접 마주한 만큼, 향후 경영권 분쟁이 전환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빈소에는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행정부·입법부 주요 인사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의 근조화환이 놓였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등도 근조화환을 보냈다.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빈소 [고려아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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