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 '보스'가 된 '보스...예전만 못한 명절 특수[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코미디 영화가 충무로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올해 설(히트맨)에 이어 추석(보스)에도 웃음을 앞세운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여름시장을 장악했던 '좀비'까지 고려하면 '코미디=성공'이라는 공식이 정립된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보스'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이어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172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도 가족 단위 관객을 공략하며 연휴 내내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그 사이 손익분기점(170만 명)까지 돌파했다. 영화 제목처럼 이번 추석 극장가의 '보스'가 된 셈이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신작인 '어쩔수가없다'가 같은 기간 약 104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원투 펀치'가 이번 극장가의 최종 승자로 등극했다.
지난 설 연휴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박스오피스 1위는 배우 권상우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 '히트맨2'였다. 오컬트 영화인 '검은 수녀들'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254만 명으로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 흥행 순위 3위다.
설과 추석은 극장가의 대표적 성수기로 분류된다. 주말까지 연결된 긴 연휴가 완성되면 극장으로 가는 발길이 부쩍 늘기 때문이다. 온가족이 모이는 시기에 맞춰, 관람 등급이 낮고 모두가 즐기기 편한 코미디 영화로 쏠리게 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코미디 영화 강세는 여름 극장가에도 적용됐다. 배우 조정석을 앞세운 '좀비딸'은 올해 바캉스 시즌의 '1강'이었다. 무려 562만 관객을 모았고, 2025년 개봉된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코미디 외 장르는 대중의 외면을 받으며 극장 박스오피스의 크기는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개천절, 한글날 연휴까지 겹치며 징검다리로 열흘 간의 휴일이 생겼다. 극장가에서는 쾌재를 부를 상황이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더 이상 극장은 명절을 맞은 대중에게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연휴의 시작일인 3일에 맞춰 개봉된 한국 영화는 '보스' 한 편 뿐이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인 '어쩔수가없다'는 일찌감치 개봉 후 시장을 선점했다.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맨:레제편'이 '극장판 귀멸의칼날:무한성편'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연휴 기간, 354만 명이다.
지난 1월 설 연휴 때는 1월 25∼30일까지 엿새 간의 연휴로 꽤 길었다. 흥행 1위는 '히트맨2'(126만 명)였고, '검은 수녀들'(100만 명)가 그 뒤를 이었다. 당시 빅3 중 하나로 불렸던 '말할 수 없는 비밀'(19만 명)은 지난해 연말 개봉된 '하얼빈'(22만 명)의 뒷심에도 밀렸다. 이 기간 4편의 영화가 동원한 관객은 267만 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의 빙하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하지만 회복은 더디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직전인 2019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2월 2∼6일 닷새 간의 연휴 동안 톱3는 '극한직업'(525만 명), '뺑반'(93만 명), '드래곤 길들이기3'(66만 명)였다. 세 영화는 해당 기간 도합 684만 명을 모았다.
같은 해 9월 추석 연휴는 나흘 뿐이었다. 또한 눈에 띄는 대작은 없었다. 하지만 성적은 꽤 준수했다. '나쁜 녀석들:더 무비'(241만 명), '타짜:원 아이드 잭'(133만 명), '힘을 내요, 미스터 리'(80만 명) 등 3편의 한국 영화가 두루 관객들에게 어필하며 450만 관객을 합작했다. 즉, 연휴가 더 짧았던 2019년과 비교하면 올해 명절 관객 추이는 절반∼3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는 어땠을까? 나흘 간에 걸친 설 명절 때는 한국 영화가 자존심을 구겼다. '웡카'(75만 명)가 정상을 밟았고, '시민덕희'(46만 명), '건국전쟁'(23만 명) 순이었다. 세 영화의 관객합은 144만 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한국 영화 신작인 '도그데이즈'(20만 명)와 '데드맨'(14만 명)은 톱3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투자배급사들의 전략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의미다.
지난해 추석 연휴는 '베테랑2'가 독주했다. 9월 14∼18일, 닷새 간의 연휴 동안 이 영화가 393만 관객을 동원하며 체면치레했다. 하지만 쏠림 현상이 강화되며 2위 '브레드 이발소'(14만 명), 3위 '사랑의 하츄핑'(11만 명)과는 격차가 컸다. '똘똘한 한 편'인 '베테랑2'가 홀로 극장가를 견인한 셈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충무로에서는 "더 이상 명절은 극장가 성수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명절 때는 OTT, TV 등에서도 신작이나 특집극이 쏟아진다. 대중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이런 콘텐츠 중에서 가장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영화가 우선순위이기 어렵다. 올해도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사마귀', 디즈니+ '탁류'·'북극성', 티빙 '환승연애4' 등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극장 티켓값이 저렴해지는 '문화가 있는 날'이나 영화 쿠폰이 풀리는 평일에 개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앞선다. 굳이 경쟁 때문에 많은 상영관과 상영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명절 개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대중이 비슷한 시기에 여러 편의 영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르고 골라, 한 편을 보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2등 전략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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