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 “아르헨과 200억 달러 통화 스와프… 페소화도 직접 구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5. 10. 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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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화 구매’ 이례적 수단까지 동원
정치적 위기 몰린 우군 밀레이 방어 목적
美, 한국 요청에는 별다른 반응 없어 대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9일 외환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에 200억 달러(약 28조5000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제공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베선트는 워싱턴 DC를 방문한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장관과 이날까지 나흘 동안 회담을 가진 뒤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경제 리더십은 공정한 무역, 미국의 투자를 환영하는 동맹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트럼프와 가까운 사이인데, 밀레이를 지원하기 위해 ‘페소화 직접 구매’라는 이례적 수단까지 동원됐다.

베선트는 이날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유동성 부족의 순간에 직면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라며 “우리는 행동할 것이다. 오늘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직접 매입했고, 총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통화 스와프란 두 나라가 서로의 통화를 일정 기간 미리 정한 환율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계약이다. 우리 정부는 3500억달러 대미(對美) 투자를 약정한 관세 협상과 관련해 반대급부 성격으로 미측에 통화 스와프를 요구하고 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남미의 우방인 아르헨에 대해서는 트럼프와 밀레이의 개인적 유대를 바탕으로 통화 스와프 체결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베선트는 “재무부는 아르헨티나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특별 조치를 즉시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밀레이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미국과 아르헨티나 경제를 더욱 긴밀히 연결하고자 하는 미 재계 리더들의 목소리도 계속 듣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는 미 동맹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며 아르헨티나 투자 인센티브, 전략 파트너에 대한 투자를 강력히 지원할 수 있는 미국의 수단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번영하는 아르헨티나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 10월 14일 트럼프와 밀레이의 정상 회담을 기대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기간 카푸토 장관과의 재회도 기대한다”고 했다. 이 기간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IMF·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 DC를 찾는데, 지난달 유엔총회를 계기로 베선트와 면담했지만 통화 스와프 관련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미국이 페소화 직접 구매라는 이례적 수단까지 써가며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고 나선 배경에는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며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도 친숙한 밀레이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경제 위기로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있다. 밀레이는 지난달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등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와 베선트는 자신들의 정치 동맹인 밀레이가 10월 26일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돕고, 밀레이의 좌파 경쟁자들이 권력을 되찾을 것이란 공포로 불안해하는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다만 공화당 일각에서도 이번 조치를 놓고 세금을 외국 정부 지원에 사용하는 것이 트럼프가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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