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타율·90타점에도 GG 후보조차 못 되다니, '두 명뿐인' 지명타자 선택지 이대로 괜찮은가

김동윤 기자 2025. 10. 10.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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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KIA 최형우(왼쪽)와 KT 강백호. /사진=김진경 대기자, 강영조 선임기자
2025년 KBO 리그의 골든글러브 후보자가 모두 공개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후보를 발표했다. 2017년부터 이어진 현행 기준에 따라 투수 부문 33명, 포수 부문 7명, 1루수 부문 6명, 2루수 부문 5명, 3루수 부문 6명, 유격수 부문 8명, 외야수 부문 16명, 지명타자 부문 2명 등 총 83명이 후보로 선정됐다.

규정 타석 혹은 이닝을 채운 대부분의 주전 선수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지명타자 부문은 최형우(42·KIA 타이거즈), 강백호(26·KT 위즈) 둘뿐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후보군은 최근 5년 새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였다. 2020년 7명, 2021년 6명, 2022년 4명, 2023년 5명, 2024년 3명에 이어 올해는 두 명으로 줄었다.

기본적으로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포지션 플레이어로 분류된 탓이다.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은 규정타석(446타석)의 ⅔인 297타석 이상을 지명타자로 들어서야 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자격요건과 관계없이 기준이 충족된 포지션 후보로 자동 등록되는 타이틀 홀더는 또 다르다. 수비이닝과 지명타자 타석을 비교해야 할 경우, 각 해당 기준 대비 비율이 높은 포지션의 후보로 등록된다.

전자가 지명타자 출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최형우와 강백호, 후자가 올 시즌 타격왕을 차지한 양의지(38·두산 베어스)다. 양의지는 올해 소화한 517타석 중 145타석을 지명타자로서 소화했으나, 수비이닝이 726이닝으로 기준을 충족해 포수 골든글러브 후보로 들어갔다.

올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선수가 롯데 전준우(39)와 LG 김현수(37)다. 올해 전준우는 부상에도 114경기 타율 0.293(410타수 120안타) 8홈런 7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9로 롯데 타선을 이끌었다. 김현수 역시 140경기 타율 0.298(483타수 144안타) 12홈런 90타점 OPS 0.806으로 LG의 정규시즌 1위에 큰 공헌을 했다. 이들 모두 지명타자 규정타석 기준인 297타석을 채우지 못하고, 타이틀 홀더가 아니라는 이유로 후보조차 되지 못했다. 지명타자로서 전준우는 262타석, 김현수는 189타석을 소화했다.

두산 양의지. /사진=김진경 대기자
당장 지난해 양의지도 기준 미달로 투표 기회조차 얻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양의지는 119경기 타율 0.314(430타수 135안타) 17홈런 94타점 OPS 0.858이라는 뛰어난 성적에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초대조차 받지 못했다. 지난해 포수 수비 이닝이 608⅓이닝, 지명타자로서 규정타석이 161타석으로 기준에 미달한 탓이다. 만약 양의지가 지명타자 부문에 입후보됐다면, 지난해 116경기 타율 0.280(425타수 119안타) 22홈런 109타점 OPS 0.860의 최형우와 좋은 경쟁을 펼칠 수 있었다.

문제는 올해 같은 일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달라진 현대야구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 지명타자 제도는 주로 뛰어난 타격에도 많은 나이로 수비를 나서지 못하는 베테랑들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현대야구에서 지명타자 제도는 조금 더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수비 못하는 베테랑들의 휴식처뿐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공격력을 증대하는 옵션, 더 나아가 육성해야 하는 핵심 유망주들이 1군에서 뛰어놀 기회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올해 문현빈(21·한화 이글스)이 공격력 증대와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좋은 예시다. 문현빈은 데뷔 첫해부터 114안타를 치는 뛰어난 타격 재능을 보여줬음에도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과거 같았다면 문현빈은 1군에서 뛸 수 있는 수비를 갖출 때까지 2군에 머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화는 문현빈에게 지명타자를 맡기면서 자신감 회복과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수비 훈련을 병행하고 차츰 수비에도 나가면서, 시즌 종료 시점에는 당당히 좌익수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 문현빈.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처럼 각 팀이 지명타자 자리를 베테랑 한 명이 아닌 다양한 선수들에게 휴식 혹은 1군 적응의 기회로 활용한다면 297타석이란 현재의 기준은 다소 빠듯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 KBO 리그 골든글러브는 수비 능력만 판단하는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와 달리, 공격과 수비에서 해당 포지션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된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수비와 달리 명료한 타격 성적이 조금 더 반영될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메이저리그의 실버슬러거, 일본프로야구(NPB)의 베스트나인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은 오로지 공격에 대한 가치 평가만 들어간다는 점에서 메이저리그 실버슬러거에 일대일 대응해도 무리가 없다.

메이저리그 실버 슬러거상은 의외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실버슬러거 주관사인 루이빌 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메이저리그 감독과 코치들은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투표한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을 포함한 공격 지표와 선수의 전반적인 공격 가치에 대한 감독, 코치들의 일반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제한하는 건 오로지 감독과 코치가 자기 팀 선수를 고를 수 없다는 것뿐이다.

KBO는 그동안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골든글러브 선정 기준을 바꿔왔다. 일정 성적 이상을 내야 한다는 조건을 없앤 2017년 개정안은 특정 기준을 충족 못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선수들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2023년 신설된 KBO 수비상 역시 한국판 골드글러브가 늦게나마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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