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아침을 맞는 ‘기쁨의 방법’ [.txt]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몇년째 고민하는 것이 있다.
"알다시피 원두를 넣고 끓인 커피였잖니. 필터가 없어서 너무 팔팔 끓이면 바닥에 가루가 엉겨 주둥이가 막힌단다. 그래서 첫 잔을 엉긴 가루와 함께 버리는 거야. 처음에는 주둥이를 뚫으려고 그렇게 한 것 같구나." 아니, 그렇다면 그 모든 감사의 말이 사실은 땅에 오물을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건 그렇고 늘 주둥이가 막힌 건 아니었단다. 시작은 그런 식이었지만 뭔가 다른 게 됐어. 생각이랄까. 그건 일종의 존중, 일종의 감사였단다. 아름다운 여름날 아침이라면 기쁨이라고 불러도 좋겠구나."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몇년째 고민하는 것이 있다. 시작은 이렇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바흐의 푸가를 두 곡씩 연주하곤 했다. 그것은 기계적인 반복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었는데 그것도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 필수 사항이었다. 아침에 바흐를 두 곡씩 연주하는 것은 ‘집안을 축복하는 방식’이고 ‘세계를 재발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의 일부가 되는 기쁨을 누린다.”
나는 카잘스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기쁘게 세계의 일부가 되는 방법 같은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고 살았다. 나도 얼른 기쁘게 세계의 일부가 될 아침 루틴을 찾아야지 결심은 했지만 그게 뭔지 찾지 못했다. 몇년이 흘러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이라는 책에서 로저 페인의 이야기를 읽었다. ‘혹등고래의 노래’라는 음반을 낸 로저 페인에게도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었다. 고래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이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깰 수 있다면 하루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거라면 나도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빨리 고래 소리를 들으면서 아침을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고래 소리는 더 가만히 누워 있고 싶게 만들고 느리게 움직이게 만들고 눈을 꼭 감게 만들었다. 고래 소리는 나에게는 아침보다 밤에 맞았다.
선주민 식물생태학자, 감사와 호혜성, 선물 경제를 계속 이야기하는 로빈 월 키머러는 자신의 책 ‘향모를 땋으며’와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에 같은 일화를 반복해서 썼다. 로빈이 어렸을 때 키머러 가족은 카누 야영을 하며 여름을 보내곤 했다. 매일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로빈 자매가 침낭에서 기어 나오면 해는 동쪽 호숫가에 우뚝 솟아 있다. 조그만 4인용 커피포트는 쉭쉭 김을 내뿜고 있다. 아빠가 버너에서 커피포트를 들어 올리면 모두 잠잠해진다. 아빠는 커피를 땅에 붓고는 얼굴을 아침 해 쪽으로 돌리고 “타하와스의 신들께 바칩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른다. 그저 그 말은 호숫가 삶의 일부분이었다. 여러 해가 지나 로빈은 아빠에게 물었다. “그 제의는 어디에서 왔어요? 할아버지에게 배우셨나요?” “아니, 그렇진 않은 것 같구나. 그냥 그렇게 했어. 그게 옳은 것 같았단다.” 몇주가 지나 아빠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알다시피 원두를 넣고 끓인 커피였잖니. 필터가 없어서 너무 팔팔 끓이면 바닥에 가루가 엉겨 주둥이가 막힌단다. 그래서 첫 잔을 엉긴 가루와 함께 버리는 거야. 처음에는 주둥이를 뚫으려고 그렇게 한 것 같구나.” 아니, 그렇다면 그 모든 감사의 말이 사실은 땅에 오물을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건 그렇고 늘 주둥이가 막힌 건 아니었단다. 시작은 그런 식이었지만 뭔가 다른 게 됐어. 생각이랄까. 그건 일종의 존중, 일종의 감사였단다. 아름다운 여름날 아침이라면 기쁨이라고 불러도 좋겠구나.”
로빈은 이것이야말로 제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는 기도가 되고 세속적인 것은 성스러운 것과 섞이고. 내 가슴에도 감사와 아름다운 가을 아침에 느끼는 기쁨은 있다. 매일 아침 이런 것들을 더 잘 표현해 볼 수 방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게 뭘까? 몇년째 고민 중이다. 혹시, 삶을 감사와 기쁨으로 여기는 여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걸까?
정혜윤 CBS(시비에스) 피디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중·러 정상급, 남북 병행 방문…동북아 ‘격동의 10월’
- ‘대통령 예능’에 고발전 치달은 여야…연휴 막판까지 정치공방
- “묵시록적 공포 속 예술의 힘 재확인”…노벨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
- 팔 지도자 석방·하마스 무장해제 ‘산넘어 산’…갈길 먼 종전
- 노벨상 받으면 트럼프가 달라질까 [코즈모폴리턴]
- ‘홍수 초토화’ 위화도 1년새 주상복합 즐비…달라진 북·중 접경 풍경
- [단독] 삼성전자, 피폭 사고 “책임 통감” 한다더니…수사 의뢰 막으려 했다
- 특검, 박성재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 통일교 한학자 근황…“구치소 앞 기도 소리에 참어머님도 힘난다고”
- 가자구호선단 탄 한국인, 사막 감옥 구금…이 대통령 “외교역량 최대 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