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으면 안 된다"⋯대형마트의 푸념

진광찬 2025. 10. 10.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석 대목에 소비쿠폰 지급 맞물리며 매출 감소 현실화
홈플러스 사태로 경쟁력 악화⋯"성장 동력 발굴 시급"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대형마트가 소비쿠폰 사용처 제외, 업황 부진 등으로 지난 8월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과 매장.[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는 올해 추석만큼은 이 덕담을 수긍하기 어려워 보인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추석 선물마저 이커머스를 통해 집 앞으로 주문하는 추세인 데다,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시기가 맞물리며 대목 장사를 걱정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점포 수 기준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벼랑 끝에 서면서 업계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추석 대목이 하반기 실적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방향키인 만큼 매출 방어 총력전에 나섰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대형마트는 전년 동기 대비 15.8% 급감했다. 방문객과 구매단가가 동반 하락하며 지난 7월(-2.3%)부터 두 달 연속 역성장이다. 이유는 복합적이겠으나 지난 7월 22일부터 지급된 1차 소비 쿠폰의 여파가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같은 기간 편의점 매출은 온라인 강세에도 1.1% 늘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1차 소비 쿠폰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1차 소비쿠폰 사용처(9월 14일 기준)는 음식점(40.3%), 동네 마트·식료품점(15.9%), 편의점(9.5%) 순으로 많이 쓰였다. 주요 편의점들은 소비쿠폰 지급 이후 주력 상품이 아닌 축산·과일 등 매출이 늘었는데, 대형마트 쇼핑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쿠폰 지급 전부터 사용처 제한에 따른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함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문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2차 소비쿠폰 지급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추석 선물 구매가 많은 대목에 소비쿠폰이 맞물리면서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편의점 업계는 이때다 싶어 대형마트에서나 볼 법한 신선식품을 늘리고, 추석 선물 시장을 겨냥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추석 대목은 하반기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2차 소비쿠폰 지급 시점에 맞춘 대규모 할인 행사로 맞불을 놨다. 명절 선물 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지만, 1차 소비쿠폰 사용 행태를 고려하면 일부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쿠폰 사용 기한이 모두 지나도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지 않다. 대형마트 경쟁력이 악화했음을 보여주는 홈플러스 사태가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M&A를 추진하면서 영업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이마트·롯데마트가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본다. 다만 홈플러스가 전기세를 체납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신뢰 회복 실패 시 업계 전체 위기 번질 수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또 연말까지 이어지는 정부의 상생페이백 제도 역시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전년보다 카드 사용액이 늘어난 소비자에게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데, 대형마트 사용은 제한됐다.

이마트가 퀵커머스 서비스 제공 점포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이마트 점포에 퀵커머스 배송을 위한 패킹존이 마련된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

이에 매출 감소 충격에서 빨리 빠져나와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게 주요 과제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매장에서 즉시 배송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 점포를 현재 61개 점에서 연말까지 80여개 점으로 확대하고, 운영 수도 1만개 이상으로 늘린다. 지난 10개월 동안 서비스 이용 추세를 분석했더니 퀵커머스 이용 고객의 절반 이상은 2030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이커머스에 익숙한 젊은 고객층의 저변을 넓혀 향후 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하는 계기를 만든다는 목표다.

롯데마트는 식료품에 투자한 '그랑그로서리' 확대 등 점포 경쟁력을 키우며 중장기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섰다. 그랑그로서리는 매장 면적의 90%를 식품으로 채운 특화매장인데, 2023년 12월 은평점 리뉴얼 오픈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도곡점, 지난 6월 구리점 등으로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1조원을 들여 영국 온라인 유통기업 오카도의 자동화 물류 시스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는 지난해와의 추석 시점 차 영향과 소비 쿠폰의 사용처 제외 영향이 불가피해 3분기가 보릿고개가 불가피하다"며 "백화점은 소비쿠폰 사용처와는 차별화된 소비 채널로서 사치재 소비 반등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렸지만, 대형마트는 사용처와 업태적 유사도가 높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