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담배 피지 마세요”… ‘폐암 사망’ 배우 율 브리너
1985년 10월 10일 65세

미국 배우 율 브리너(1920~1985)는 뮤지컬 ‘왕과 나’로 1952년 토니상을 받고 영화 ‘왕과 나’로 1956년 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다. 1983년 폐암 투병 사실이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 팬티지 극장에서 여전히 ‘왕과 나’ 무대에 서고 있던 중이었다. 암 발병에도 연기와 삶에 대한 의욕을 강하게 드러냈다.
“나는 왕을 연기하고 있을 때가 제일 좋은 컨디션일 때다. 아픔을 잊기 위해서는 무대에 서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나는 아홉 개의 생명을 가졌다는 고양이가 되고 싶다. 그리고 암에 걸린 10명 중 한 사람만 살아날 수 있다면 그 10명 중의 행운의 하나가 되고 싶다.”(조선일보 1983년 11월 25일자 7면)

율 브리너는 약 2년 후인 1985년 10월 10일 65세로 세상을 떠났다. 앞서 6월 30일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뮤지컬 ‘왕과 나’ 고별 공연을 마쳤다.
율 브리너는 ‘왕과 나’에서 고집 세지만 나라 발전에 애쓰는 시암(태국)의 뭉꿋 국왕 역할을 연기했다. 시암 왕을 연기한 횟수는 영화를 빼고도 4625회에 이른다. 1951년 초연 후 34년간 시암 왕으로 산 셈이었다. 상대 역인 왕자를 가르치는 교사로 영국에서 초빙된 여인 안나 역할의 여배우는 그동안 12명이 바뀌었다. 영화에서는 데보라 카가 안나를 연기했다.

영화 ‘왕과 나’는 한국에서 1957년 7월 24일 개봉했다. 영화를 상영한 국도극장은 신문에 “1956년도 아카데미상 5개부문 수상에 빛나는 영화 사상 최고의 거대작”(1957년 7월 22일자)이라고 광고했다.
율 브리너는 같은 해 출연한 영화 ‘십계’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집트 왕자 람세스 역할로 모세 역 찰톤 헤스톤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나타냈다. ‘십계’는 국내에 1973년 6월 16일 국제극장에서 개봉했다. 율 브리너는 이밖에도 ‘위대한 7인’ ‘대장 부리바’ ‘카라마조프의 형제’ ‘아나스타시아’ ‘여로’ 등 영화 36편에 출연했다.

율 브리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났다. 1940년 미국으로 이주해 2차대전 중 미 육군으로 복무했다.
브리너 집안은 한국과 관련도 깊다. 스위스계 러시아인인 할아버지 줄리어스 브리너는 대한제국 시기 압록강 목재 채벌권을 얻어 큰 부를 일궜다.
언론인 이규태는 “(율 브리너가) 명성을 얻기까지는 유복했던 상속재산의 뒷받침이 컸다던데 따지고 보면 그 돈이 압록강의 우리 한국나무 베어 판 돈일 테니 무상하기만 하다”(1985년 10월 12일자)고 썼다.
율 브리너는 폐암으로 사망하기 전 금연을 권하는 공익 광고에 출연했다. 그는 하루 5갑도 피우는 ‘헤비 스모커’였다. 사후 방영된 광고에서 율 브리너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떠나지만 여러분께 이 말은 해야겠습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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