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힘 요청 없었는데… 국정원 前특보들 '홍장원 CCTV' 준비 조태용에 보고
국힘 '홍장원 CCTV' 요구 전날 사전 준비
외부용 보안 처리 신청 조태용 유선 보고
공전자 기록 위작, 정치 관여 등 혐의 공범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근무했던 전직 국정원 특별보좌관들을 피의자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동선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 공식 요청이 없었음에도 사전 준비하면서 조 전 원장에게 보고한 정황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CCTV 영상은 홍 전 차장의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 증언의 신빙성을 흔드는 국힘 측 정치공세에 동원됐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전날 조 전 원장 시절 국정원장 비서실 특보를 지낸 A, B씨를 형법상 공전자 기록 위작·동행사,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두 사람은 윗선인 조 전 원장 조사를 향한 길목의 마지막 연결고리에 해당한다. 지난달 국정원 비서실과 두 사람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한 특검팀이 조 전 원장 조사 전 이들 진술을 통해 최종적으로 혐의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국정원 전산망 기록과 통신내역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B씨가 올해 2월 18일 홍 전 차장 동선이 담긴 국정원 CCTV를 담당자에게 보안 처리하도록 신청한 사실을 파악했다. 외부용으로 영상 일부를 식별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명목은 '법원 등 제출용'으로 적시됐으나, 당시 법원 포함 어떤 기관에서도 해당 자료를 요구한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특검팀은 B씨가 전산에 허위사실을 입력해 작업을 요청한 후 선임인 A씨와 조 전 원장에게 유선 보고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공범으로 판단했다.

실제 내란 국조특위1 소속 국힘 의원들이 국정원에 홍 전 차장 동선 CCTV 제출 요청을 한 건 이튿날인 2월 19일이다. 홍 전 차장은 앞서 같은 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계엄 당일 오후 11시 6분쯤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서 메모지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 명단을 적었다"고 1차 증언을 했다. 반면 조 전 원장은 13일 "CCTV를 보면 홍 전 차장은 그때 공관이 아닌 청사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고 해 주장이 대립되는 상황이었다.
국힘 측은 홍 전 차장의 2차 증인 출석이 예정된 20일 탄핵심판 시작 직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CCTV를 공개하며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일) 오후 11시 6분보다 8분 앞선 10시 58분 이미 본청 내부로 들어선 것이 확인됐다"고 짚었다. 홍 전 차장 증언과 실제 동선이 다른 만큼 그의 체포 명단 폭로도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후 홍 전 차장은 탄핵심판에 출석해 "여 전 사령관이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한 건 공터에 있던 오후 10시 58분이고, 받아 적은 건 오후 11시 6분 사무실"이라고 증언을 정정했다. 시간과 장소는 혼동했지만 체포 명단 메모는 사실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특검팀은 국힘 측에서 요청하기도 전에 정치공세에 활용된 CCTV를 B씨가 미리 신청한 점에 미뤄, 조 전 원장 등과 국힘 측 물밑 소통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 전 원장의 계엄 당일 행적 CCTV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국정원은 "국가 안보 이익과 관련된다"며 거절했다. 조 전 원장 등이 홍 전 차장 증언 신빙성을 떨어뜨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국힘 측 정치활동에 관여했다는 게 특검팀 시각이다. 국힘 정치공세의 근거가 된 CCTV는 전산에 거짓 기재하면서까지 사전 준비해 넘긴(공전자기록위작·동행사) 반면, 민주당 요청은 거부하면서 CCTV를 선별적으로 제공했단(정치관여) 취지다.
특검팀은 A, B씨 진술 분석을 마치는 대로 내주 중 조 전 원장을 불러 지시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조 전 원장은 불법계엄을 사전 인지하고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직무유기, 위증,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국무위원이 아니지만 계엄 당일 오후 9시쯤 대통령 집무실에 호출돼 윤 전 대통령의 계엄 계획을 먼저 들은 5명 중 1명이다. 특검팀은 그가 손에 든 문건을 양복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대통령실 CCTV도 확보한 상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0800220004953)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315120003119)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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