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미국 전시작전계획을 넘어선 국제평화공원

최윤필 2025. 10. 1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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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으로 영국은 미국으로부터 약 49억 달러에 달하는 전쟁 빚을 졌다.

독일로부터 받을 배상금으로 빚을 갚겠다는 계획은 독일 경제상황 악화로 사실상 불가능했고, 전쟁 막바지에 참전하면서 별 피해를 입지 않은 채권국 미국의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워 플랜 레드'에서 미국은 영국과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번질 경우 영연방국가인 캐나다를 선제 침공해 영구 합병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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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워터턴-글레이셔 국제평화공원
1932년 탄생한 캐나다-미국 서부 국경의 '워터턴-글레이셔 국제평화공원'. 위키피디아

캐나다 앨버타주 워터턴 레이크(Waterton lake) 국립공원과 미국 몬태나주 글레이셔 국립공원이 1932년 6월 워터턴-글레이셔 국제평화공원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비무장 국경을 공유하며 시민들도 여권이나 비자 없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두 나라여서 ‘국제평화공원’이란 용어가 어색할지 모르지만, 1920~30년대 양국 관계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전간기 미국의 가상 군사작전 계획인 ‘War Plan Red’에 따르면 캐나다는 미국의 잠재적 적국이었고, 배경에는 1차대전 이후 냉각된 미-영 관계가 있었다.

1차대전으로 영국은 미국으로부터 약 49억 달러에 달하는 전쟁 빚을 졌다. 독일로부터 받을 배상금으로 빚을 갚겠다는 계획은 독일 경제상황 악화로 사실상 불가능했고, 전쟁 막바지에 참전하면서 별 피해를 입지 않은 채권국 미국의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위상, 특히 해상 패권 역시 미국의 해군력에 밀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1929년 대공황에 이은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보호무역주의로 영연방 블록은 미국과 무역-관세전쟁까지 치러야 했다. ‘워 플랜 레드’에서 미국은 영국과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번질 경우 영연방국가인 캐나다를 선제 침공해 영구 합병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탄생한 게 ‘워터턴-글레이셔 국제평화공원’이었다. 그 프로젝트는 워터턴 산림관리관이던 아일랜드 출신 환경운동가 조지 쿠터네이 브라운(1839.10.10~1916.7.18)의 구상에서 시작됐다. 숲과 물길로 이어진 두 자연이 국경으로 나뉘어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건 부당하다고 여긴 그는 먼저 글레이셔 북부지역 산림 관리 책임자 앨버트 레이놀즈를 만났고, 그들의 설득에 두 지역 로터리클럽이 나서 국제 정세와 대공황의 어려움 속에서 어렵사리 양국 의회의 동의(입법)와 영국 왕실의 승인을 얻어냈다. 국제평화공원은 현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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