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평화구상 1단계 합의
중재한 트럼프, 서명식 참석할 듯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제안한 ‘20개 항목의 가자 평화 구상’ 3단계 중 1단계에 합의했다. 하마스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지 5일 만이다.
이에 따라 하마스는 3~4일 내에 남은 이스라엘 인질(시신 포함)을 모두 송환하고, 이스라엘군은 전투 중단 후 군 병력을 소폭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할 예정이다. 만 2년을 넘어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가자 전쟁)을 끝맺기 위한 첫 단추가 채워진 셈이지만, 하마스 무장 해제 및 과도정부 수립 등이 포함된 2단계를 넘어 최종 평화 공존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1단계 합의 서명식은 양측 협상이 벌어진 시나이반도 남단의 이집트 휴양 도시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테이프 커팅’ 성격의 이 행사에 트럼프가 직접 참석해 현장 발표와 서명식을 직접 주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주말에 이집트에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첫 문턱 넘었지만… 하마스 무장 해제·과도정부 구성 ‘산 넘어 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평화 구상 1단계 합의로 2년 넘게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은 일단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그동안 팔레스타인에서 약 6만8000명, 이스라엘에서 약 2000명이 사망했다. 가자지구의 70%가 완전히 파괴됐고, 인구 230만명 중 절반 이상이 기근 상태에 빠졌다. 전쟁의 참화를 끝낼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양측의 합의 사실을 알리며 “모든 인질이 매우 곧(very soon) 석방되고, 이스라엘은 ‘합의된 선’까지 군을 물릴 것”이라고 했다. 중재국 카타르도 이를 공식 확인하면서 “이번 합의는 전쟁 종식과 인질·수감자 석방, 인도주의 지원 재개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스라엘에 위대한 날이다. 신의 도움으로 모든 인질을 데려올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9일 중 1단계 합의를 승인하기 위한 내각 회의를 소집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내각의 승인 시점부터 72시간(3일) 내에 모든 인질을 송환해야 한다. 하마스가 돌려보낼 이스라엘 생존 인질은 20명, 이스라엘이 석방할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2000명 내외로 알려졌다.

관건은 다음 단계로의 이행이다. 트럼프가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발표한 ‘20개 항목의 가자 평화 구상’은 전쟁 중단, 하마스 무장 해제, 가자 재건과 행정 이양을 핵심으로 하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8일 합의는 그 첫 단계다. 앞으로 사흘간 생존 인질과 시신 송환,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이 이뤄지고 동시에 ‘합의된 선’까지의 이스라엘 병력 철수가 뒤따른다.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지원과 의약품·식량 반입이 즉시 재개되며, 미국·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유엔이 포함된 국제 공동 감시 위원회가 조직된다.
종전을 향한 실질적 ‘본게임’은 2단계부터다.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가자 통치 구조 재편이 이뤄진다. 하마스는 테러와 전쟁에 활용해 온 로켓 등 무기 생산 시설 및 수백㎞에 달하는 지하 터널을 모두 해체해야 한다. 하마스 간부들은 그 대가로 사면을 받거나, 해외 망명을 할 수 있다. 가자지구 행정은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중심의 ‘과도 행정위원회’가 맡고, 국제 감시단이 무기 해체 과정을 감독한다. 트럼프는 이 과정을 이끌 ‘평화 이사회(Peace Council)’를 만들어 자신이 의장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그러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명확한 시한과 보장이 없이는 무장 해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무장 해제를 하더라도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고 이스라엘로부터 ‘암살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사실상 해체를 요구하고, 국제사회도 하마스가 정치·행정적 역할을 맡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단계는 트럼프식 압박 외교의 결실이지만, 하마스 무장 해제와 행정 이양을 둘러싼 2단계 협상은 다시 교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호 인정과 자치의 큰 틀을 정하며 두 국가 해법의 토대를 놓은 1990년대 오슬로 협정도 후속 협상에서 이견만 노출하다 결국 좌초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내부 반발도 여전하다. 인질 가족들은 1단계 합의를 크게 환영하고 나섰지만, 극우 연정 내 일부 장관들은 “테러범을 풀어주는 대가로 얻는 평화는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강경파 역시 “완전 철수 보장이 없는 합의는 항복”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현장에서 우발적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AFP는 전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인질이 품위 있게 석방되고, 전쟁이 완전히 멈춰야 한다”며 “유엔은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자 전 세계가 안도할 순간”이라고 말했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결정적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한 프랑스·캐나다 등도 일제히 “종전을 향한 전환점”이란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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