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들, ‘걸음 바꿔 가’도 못 익히고 자대로… 생활관선 폰만 붙들고 있어”

김동하 기자 2025. 10. 1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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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강 무너진 신교대 훈련
한 기계화사단의 100㎞ 행군 모습./연합뉴스

완전 군장을 메고 20㎞를 걷는 야간 행군은 신병 훈련 5주의 마지막 관문이다. 하지만 요즘 훈련소나 신병 교육대 대부분에서는 야간 행군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신병 교육대 간부는 “이전에는 50분 행군하고 10분 쉬었는데, 요즘은 30~40분 걷고 그만큼 더 쉬는 식으로 12~13㎞ 정도 행군한다”며 “행군이 아니라 밤 산책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부대의 한 중대장은 “신병들이 훈련소에서 ‘걸음 바꿔 가’ 같은 제식은 물론 12동작으로 된 국군 도수(맨손)체조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온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에 올라온 육군 모 사단 신교대 수료식 영상에서는 신병들이 대열을 갖춰 이동하면서 손발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 논란이 됐다. “신교대 입소가 아니라 수료식이라고?” “제식을 안 배운 것 같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화생방 훈련은 천식이나 아토피 등을 이유로 빠지는 신병이 늘었다. 사격 자세를 교정하는 사격술 예비 훈련(PRI)은 ‘피(P) 나고 알(R) 배고 이(I) 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도가 높았지만 옛말이 됐다고 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기초 군사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되고 나서도 전투력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전방 사단에서 복무 중인 이모(29) 중사는 “장병 처우와 복무 환경은 갈수록 개선되는 반면 기강은 해이해지고 있다”며 “군복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음식을 먹으며 걷는 신병도 있었다”고 했다.

이 중사는 “휴대폰 사용이 불가능하던 시절엔 다들 체력 단련하거나 축구·족구라도 했는데, 요즘은 전부 생활관에서 휴대폰만 붙들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복무 중인 A 중사는 “신교대에서 사건·사고가 날 때마다 기초 훈련이나 행군 등 필수 교육이 약해지거나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한 예비역 간부는 “부모들이 대대장 전화번호까지 알아내 민원을 할 정도로 훈련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5주짜리 신교대 훈련은 병사 분류나 서류 작성 등에 시간이 걸려 실질적 훈련 기간은 4주 정도에 그친다. 군 관계자는 “전시에 분대 기관총 사수 부상에 대비한 K3 교육이나 지뢰 매설, 부비트랩 설치 훈련 등을 하기에 5주는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라고 했다. 초급 간부들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최근 전역한 육군 대위 B씨는 “개머리판을 접지 못하는 초급 장교를 봤는데, 어떻게 병사들을 교육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육군 교육사령관 출신 예비역 장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러시아군이 크게 고전한 것은 신병 훈련 기간이 4주 정도였기 때문”이라며 “6·25 당시 미군은 한국군을 12주 동안 훈련하며 정예화해 전장에 투입했다”고 했다.

병사 복무 기간이 24개월인 싱가포르는 신병 대부분이 최소 9주 기본 훈련을 받는다. 입대 전 체력이 달리거나 비만하면 이 기간이 17~19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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