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세상] 총 뺏긴 007
권총·본드걸 지운 포스터 논란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영화 ‘007 시리즈’ 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사들인 뒤 이달부터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방영을 시작하면서 작품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시리즈의 상징인 권총과 본드걸을 포스터에서 지웠기 때문이다. 폭력성·선정성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으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조롱하는 의미)’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 프라임에서 007 스트리밍을 시작하면서 온라인상 포스터에서 권총이나 본드걸의 모습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이로 인해 시리즈 첫 작품 ‘살인 번호’(1962) 의 기존 포스터에서 초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가 팔짱을 낀 채 들고 있던 총이 사라졌다. ‘골든 아이’(1995) 속 5대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스펙터’(2015) 포스터의 경우, 6대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 사진을 확대해 총을 든 오른손이 보이지 않도록 잘랐다.
본드걸 역시 아마존 프라임 포스터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문레이커’(1979) 원본 포스터에는 여러 본드 걸이 우주복을 입은 3대 본드 로저 무어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 프라임 포스터에서 로저 무어는 총도, 여성도 없이 혼자 멀찍한 곳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이었고, 다시 총기를 든 손이 보이지 않는 영화 스틸컷으로 바뀌었다. 모든 시리즈 포스터에서 권총과 본드걸이 빠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마존과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를 겨냥한 비판과 조롱이 쏟아졌다.
비판은 007 소설 원작자 이언 플레밍의 모국 영국에서 두드러졌다. 대중지 더 선은 “‘깨어 있는’ 아마존”이라는 표현으로 이번 조치가 ‘워크’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했다. 정보기술 전문 매체 더 레지스터는 “60년 동안 어떤 악당도 뺏지 못한 총을 제프 베이조스는 빼앗았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총도 본드걸도 없는 007’의 손에 샌드위치나 주방 도구가 쥐어지는 등의 풍자 게시물이 올라왔다. 베이조스는 올해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 지지 행보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극도로 반감을 보여온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007 시리즈는 63년간 25편이 제작되면서 여러 스타 배우와 유명 주제가를 탄생시켰다. 지난 2월 아마존이 시리즈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확보하면서 차기작도 아마존 산하 MGM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포스터 논란을 계기로 향후 차기작에서 007 본연의 색채가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은 새로운 007 영화 제작에 돌입한 상태다. ‘컨택트’와 ‘듄’ 시리즈 등을 제작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하며 주연배우는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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