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력한 정치·행정에 경종 울린 ‘청계천式’ 혁신

서울 강북 도심을 흐르는 청계천이 복원 20주년을 맞았다. 하천을 덮었던 콘크리트와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5.84㎞ 물길을 되살린 이 사업은 초기에 주변 상인들 저항과 교통 대란 우려로 논란이 됐지만, 지금은 서울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연간 1600만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처이자 외국인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청계천이 이룬 성과는 주요 외신들이 도심 재생의 모범으로 소개할 만큼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복원 전 4종에 불과했던 서식 어류는 28종으로 늘었다. 2급수 이상 맑은 물에서 산다는 쉬리도 나왔다. 멸종 위기종인 원앙과 새매, 황조롱이 등도 청계천에서 볼 수 있다. 청계천에 물이 흐르고 녹지가 조성되자 기온이 인근 도로보다 평균 3~5도 낮아지는 열섬 현상 완화 효과도 뚜렷해졌다. 하천을 따라 형성된 바람길이 도심의 대기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있다.
청계천은 단순한 하천 복원이 아니라 교통·환경·도시 계획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서울 도심을 바꾼 발상의 전환이자 혁신이었다. 청계천 사업과 함께, 승용차에 집중된 교통량을 대중교통으로 분산하기 위해 버스 중앙 차로를 만들었고, 환승 할인 제도도 도입했다. 이는 서울을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복원 사업과 연계해 주변 지역의 재개발을 추진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같은 랜드마크가 들어서도록 유도해 도심 전체의 활력을 높였다. 유동 인구가 급증하면서 낡고 침체됐던 상권은 활기를 되찾았고 청계천 일대는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청계천 복원은 날 선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가스통을 들고 시청으로 향했던 상인들을 4700번 넘게 만나 설득했다. 문전박대당해도 포기하지 않고 갈등을 극복하려는 끈질긴 소통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눈앞의 어려움에 밀리지 않고 미래를 보는 장기적 비전으로 새로운 도시 생태계를 창조한 청계천 모델은 문제 해결 능력을 잃고 헤매는 한국 정치와 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교과서와도 같다. 공공 부문에 제2, 제3의 청계천식(式) 혁신이 나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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