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탈북민 리포트- 경계는 넘었지만 문턱은 남았다] 8. 전문가 지상좌담회

김영희 2025. 10. 1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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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경력 불인정
언어·문화적 차이 소외감
고용 격차 심화·경제활동 위축
‘조건부 생계급여’근로의지 저해
인턴제 도입 경력 형성 도움 필요
1인 가구 안전망·보육기관 설치
심리상담 홍보 등 밀착지원 절실
강원도,취업·교육·의료 제공
시군, 인식개선 사업 추진 등
안정적 정착 협력해야

“자립형 정책 전환·지역 컨트롤타워 구축 통합 이끌어야”

분단 80년을 맞은 한반도에서 탈북민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기를 기대받아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학력과 경력의 불인정, 언어와 문화의 차이, 고용과 소득의 격차는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탈북민을 특정 집단으로 구별하기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제도적·사회적 통합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지상좌담은 탈북민이 겪는 현실적 문제와 현장에서 체감되는 한계를 짚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 마련해야 할 지원 과제와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Q. 우리가 ‘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탈북민이 여전히 문턱 앞에서 머무는 이유.

△ 조현정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제도적·경제적·문화적 장벽을 자동적으로 넘기 어렵다. 법적으로는 동일한 지위를 가졌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데 여러 제약이 따른다. 첫째, 학력과 자격의 불인정 문제다. 북한 학력은 고등학교까지만 인정되고, 대학 교육과 자격·경력은 노동시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초기 임금과 고용격차가 크게 발생한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최근 5년간 주요 경제활동 지표를 조사한 결과, 탈북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일반국민보다 1.3% 낮고, 고용률은 3.4% 낮았다. 실업률은 오히려 3.3% 높게 나타나, 제도적 인정 부족이 현실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한 낙인과 차별이다. 북한 말투나 생활습관은 직장과 주거지에서 배제의 원인이 되며, 연구 결과 차별 경험은 삶의 만족도를 낮추고 경제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결과는 2024년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서 일부 반영되고 있다.

△ 김영우 해솔직업사관학교 이사장=분단 80년을 맞은 지금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동질성을 강조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심지어 DNA마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통일을 위해 곧 같아져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오류일 수 있다. 남한 사회 적응은 세대를 이어가며 완성도를 높여가야 할 과제다.

Q.탈북민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크게 문화·언어·경제 세 가지, 현장 체감하는 우선순위는.

△ 김영우=문화·언어·경제의 문제는 따로 떼어 순위를 매길 수 없다. 그들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열등감, 미래 불안, 외로움이 내면에 자리한다. 이를 해소해야만 외부 세계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다. 탈북민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면 나머지 문제는 자연히 보완될 수 있다. 언어로 인한 차별은 있을 수 있으나, 결국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의 캐치프레이즈 ‘당당하게, 사뿐 사뿐’은 이런 맥락을 잘 보여준다.

△ 박현숙 강원남부하나센터장=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과 직결된다. 억양이나 말투로 인한 차별은 탈북민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다. 원주의 한 대학원생은 논문 심사에서 교수로부터 “북한 사람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으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캐나다는 외국인 청소년에게 별도의 ‘웰컴 클래스’를 운영하되 주요 교과는 원래 학급에서 수업을 받도록 하여 분리가 아닌 통합을 추구한다. 우리도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 조현정=입국 후 탈북민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도 언어 문제다.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7.9%가 일상에서 외래어를 접한다고 응답했는데, 북한은 외래어 사용이 거의 없다. 따라서 탈북민은 취업이나 교육 현장에서 언어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필자 역시 입국 초기 5년 동안 외래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언어는 문화와 직결되기에 이는 곧 문해력과 문화 격차로 이어진다.

Q.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지원’은 어떤 방식이 이상적인가.

△ 김영우=생활 안정은 곧 안정적 취업처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탈북민의 기대치와 현실이 맞지 않아 괴리가 있었다. 이제는 탈북민 스스로 경험을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중앙정부·지자체·민간이 협력하는 이상적 거버넌스는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 박현숙=탈북민 초기 정착은 자립과 직결된다. 현재 제도상 최초 거주지 전입 후 6개월간 조건부 생계급여를 받는데, 이 기간 소득이 발생하면 수급이 중단된다. 그 때문에 일을 포기하거나 비공식 노동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만났던 한 청년은 “일을 시작하면 생계급여가 끊기니 차라리 안 나간다”는 조언을 듣고 근로 의지를 접었다. 만약 인턴제도 같은 안전망이 있었다면 경력을 쌓으며 자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탈북민의 30% 이상이 1인 가구인데, 아프거나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연고자가 없어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

Q. 현재 정책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 조현정=여성 탈북민은 전체 3만4352명 중 72.1%를 차지한다. 특히 30~50대가 많아 자녀 양육, 교육, 취업 등 일·가정 양립 과정에서 어려움이 크다. 사회통합조사에서도 여성 탈북민 취업 장애요인 1순위가 ‘육아 부담’으로 나타났다. 거주기간이 늘어나도 여전히 육아가 취업의 가장 큰 장벽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3~7세 주 단위 보육기관’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지원법에 이를 명시해 예산 확보 후 하나원 시설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이 정책은 돌봄 공백을 줄이고 근로 여건을 개선하며, 심리·정신 건강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 김영우=탈북민은 입국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다. 문제는 사회·경제적 격차에서 오는 이질성이다. 지난 30년간 정부와 민간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사회안전망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탈북민 자신들이 차별을 극복하고 자력으로 사회에 동화해야 할 때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노력 끝에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Q. 탈북민 심리상담 수요는 높지만 실제 참여율은 낮다.

△ 김영우=길지 않은 인생의 여정에서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고 얻은 훈장이 우울증 등 비정상 심리상태라고 한다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쉽게 밖으로 걸어 나오지 못한다. 신뢰와 위로 속에서만 참여가 가능하다. 상담자의 역량 부족과 지속성 문제도 과제다.

△ 박현숙=심리상담 수요는 높지만 실제 참여율은 낮다. 많은 분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개인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로 치부한다.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이 정도는 혼자 견뎌야 한다”는 태도가 많다. 하지만 상담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사례도 있다. 한 가장은 가족 해체와 생활고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으나 상담을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이런 성공 사례를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Q. 탈북민들을 위한 지원에서 어떤 커리큘럼이 보완돼야 하는지.

△ 김영우=탈북청소년은 중·고등 교육 자체가 부재한 수준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남한 아이들과 같은 잣대로 경쟁하게 하는 것은 무리다. 해솔학교는 맞춤형 교육으로 그들의 역량을 키우려 한다. 이는 통일 인재 양성이 아니라 남한 청년과 같은 수준의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사회는 ‘원스톱 케어’를 제공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대량 입국 상황에서는 큰 혼란이 우려된다.

△ 조현정=최근 탈북민 입국 수는 크게 줄었고, 5년 이상 거주자가 90%를 넘는다. 그들은 자신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강원도는 시·군과 기관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도 차원에서 예산을 매칭해 취업·교육·의료 지원을 균형 있게 제공하고, 도청을 중심으로 시·군에서도 관내 탈북민의 특성에 맞는 소통 및 통합 인식개선 사업, 건강한 가정형성 사업, 생활 밀착 사업 등을 관내 지원사업으로 개발하고 추진해야 한다. 시·군은 탈북민 위기가구를 발견하고 지역 하나센터, 신변보호담당관, 동주민센터 복지부서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촘촘한 사례관리도 동반해야 한다.

Q. 마무리.

△ 조현정=2024년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 필요성 응답은 2014년 73.6%에서 2024년 46.5%로 크게 줄었고,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53.5%까지 늘었다. 한국 사회의 통일 담론은 남북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더군다나 북한이 2023년 12월 ‘적대적 두국가’를 제시하면서 현 정부의 남북관계 전망도 쉽지 않다. 그러나 통일 교육은 여전히 필요하다. 국립통일교육원의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세대별 의무교육으로 접근해야 한다.

△ 박현숙=북한이탈주민은 ‘먼저 온 통일의 미래’다. 그들의 안정적인 정착 과정은 곧 통일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제도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작은 배려가 더해질 때 통합은 현실이 된다. 강원도의 품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경험이 쌓일 때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갈 미래가 단단해질 것이다.

△ 김영우=현실적이지 않은 통일 논의는 공허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 절벽, 저성장, 도덕성 상실 등 대한민국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통일 담론은 필요하다. 그 준비과정은 남과 북의 경제적 협력과 지원, 다음 단계로 남과 북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위선이다. [끝]

김영희·최경진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좌담회 참석자= △조현정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교육학 박사)△김영우 해솔직업사관학교 이사장 △박현숙 강원남부하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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