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기업·공무원은 몰아세우고 여당 폭주는 못 막는 대통령
검찰청·방통위 폐지하고
외교·안보 라인 청산 주장
다음은 ‘수박 척결’일 것
대통령이 여당 못 잡으면
내년엔 손도 못 댄다

개천절부터 추석 연휴를 거쳐 한글날로 이어진 긴 연휴가 끝났다. 정치권은 이번 명절 앞에 뻔한 덕담조차 나누지 못했다. 대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수습 기간에 녹화됐다는 대통령 부부의 TV 예능 방송을 두고 험한 공방이 오갔다.
요즘은 명절에 정치 이야기하면 눈치 없다 소리 듣지만 이른바 고관여층들 사이엔 한미 관세 협상의 난항, 국가 전산망 셧다운과 담당 공무원 사망, 총무비서관에서 1부속실장으로 보직 변경된 김현지 비서관, 이진숙 방송위원장 긴급 체포와 석방 등의 이야기가 오간 듯하다.
내주부터는 국정감사가 시작되는데 그림은 뻔하다. 야당은 추석 밥상 이슈들을 이어가려고 할 것이고, 여당과 여당의 우당(友黨)은 “내란 종식은 아직 멀었다”며 법원과 검찰을 맹공하고, 행정적인 부분에선 “이재명 정부가 일 시작한 지 넉 달밖에 안 됐다”면서 전 정부의 문제점들을 열심히 파헤칠 거다. 국회에서 여야가 삿대질하는 동안 특검도 열심히 일하고, 경찰도 검찰 몫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닥치게 된다.
이런 흐름은 이재명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애초 생각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 경축사보다 ‘조국 사면’이 더 화제로 떠올라 지지율 변곡점이 생긴 광복절부터 지금까지 좋지 않은, 생각과 다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8월 말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동안 여당은 노란봉투법·상법 등을 사실상 강행 처리했다. 대통령 귀국 후 좋은 흐름을 되살리기 위해 ‘여야 대표 초청 회담→여야 원내대표 협상(타결)→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으로 이어지는 일정이 설계됐지만 여당 대표가 합의안을 걷어차 버렸다.
지난달 말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이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도 검찰청 폐지·방통위 폐지·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강행 등이 여당의 ‘성과’로 뉴스를 탔다. 여당 대표의 후원회장(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너무 많다”며 대통령을 수행 중인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 청산을 주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러 여당 의원은 물론 현직 외교부 1차관도 앉아 있는 자리였다. 이에 대통령을 수행하던 고위 관계자가 미국 현지에서 “우리는 다 실용파”라고 해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여당 대표 주최 공개 토론회에서 대통령 외교·안보 참모를 갈아치우라는 이야기가 나온 걸 전에는 본 적이 없다. 검찰이나 사법부 ‘개혁’을 두고 여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는 분석에, 미국·중국·북한 대처를 두고 여권 내 ‘동맹파·자주파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안 좋은 흐름이 이어지자 대통령의 말도 안 좋아지고 있다. 한동안 꽤 실용적이고 둥글둥글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요샌 거칠고 시시콜콜하며 구체적이다.
대통령이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 권력 기관에 서열이 있다”고 말하면 대변인이 어떻게든 ‘해례본’을 만들어야 한다. 바나나 값이 오르는 이유로 장관을 닦달하던 대통령이 “제가 추측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분석된 건 아닌데 정부 통제 역량의 상실이다”라고 지르면 실무자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검사들이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해서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또 상고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고 하면 바로 다음 날 여당 의원 누군가가 ‘상고 금지 법안’을 발의하게 된다. 연휴 전날 회의에서 대통령이 “여러분도 좀 쉬라”면서도 웃으며 “공직자가 솔직히 휴일이 어딨나. 원래 24시간 일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이면 공직 사회 현장에선 탈이 난다.
대통령 발언이 당 대표 발언을 닮아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좋지 않은 흐름의 원인이 뭔지는 따져볼 일이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나 그들을 추종하는 ‘윤어게인 극우 세력’이 준동해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발목을 잡아서? 모두 알다시피 그쪽은 그럴 힘도 없다. 힘이 센 건 여당이다. 대통령은 기업과 공무원은 잘 몰아세우지만 여당에는 아무 말도 못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쪽에선 “무슨 이야기인지 우리도 알지만 당 입장에선 ‘내란 종식’과 ‘3대 개혁’이 중요하니 연말까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내란 세력 척결’ 다음 수순은 ‘수박 척결’이다. 지금 여당발 흐름을 바로잡지 못하면 내년엔 손도 못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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