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추석 민심 들어보니]"민주당, 이제는 실천으로 보답하라"
침체된 민생경제 회복 ‘최대 화두’
당리당락 정쟁 몰두 정치권에 경고
鄭 대표"호남에 빚을 갚겠다" 강조
첫 시험대는 내년도 예산 확보 꼽혀
군공항·의대 등 숙원 해결도 중요

추석 연휴가 끝났다. 최장 10일간의 황금 연휴를 맞은 이번 추석 명절, 광주·전남 지역민들도 오랜만에 가족들과 같은 밥상에 둘러앉아 '식구(食口)의 정'을 듬뿍 누렸다. 하지만 추석 명절 밥상머리에서 오간 민심은 마냥 풍요롭지만은 않았다.
남도일보가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광주 5개·전남 22개 자치단체에 거주하거나 고향을 방문한 지역민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추석 민심의 최대 화두는 단연 '민생'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서민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민생을 내팽개치고 당리당락적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을 향한 지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한 모습도 보였다.
자영업자 양성오(37·광주 동구)씨는 "먹고 사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없다"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치권이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싸우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주부 최선희(68·전남 목포시)씨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정치권이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민심의 방향은 명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만큼, 민생 위기 극복에 대한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을 향해 '약속의 계절은 끝났다. 이제는 실천으로 응답하라'는 엄중한 경고장도 날렸다. 회사원 김정구(36·광주 남구)씨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재료와 자원이 있어도 목걸이나 팔찌로 가공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며 "이제는 민주당이 약속한 것들을 실천하고 성과로 보여줄 차례"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이러한 민심의 무게를 통감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연휴 기간 광주·전남을 찾아 "호남에 신세를 많이 져서 그 빚을 갚겠다"며 "호남 발전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만든 만큼 연말쯤에는 좋은 소식으로 성과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달 '2025 전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를 언급하며 "호남이 없었으면 오늘의 민주당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국정 철학을 재확인하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와 연계된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운영 의지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당의 뿌리이자 심장부인 호남의 지지 없이는 민주당의 미래가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말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으로 응답해야 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실천'을 확인할 첫 시험대는 다가오는 2026년도 예산 정국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는 민주당 안도걸(광주 동남을)·정진욱(광주 동남갑)·조계원(전남 여수을) 의원 등 3명이 포함됐다. 광주의 인공지능(AI) 2단계 사업과 미래차 산업 육성, 전남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지원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산적한 현안 예산을 이들이 얼마나 지켜내고 증액시켜내느냐에 지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예산 확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십 년 묵은 지역의 숙원사업 해결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 문제와 전남 국립의과대학 신설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군 공항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해 범정부 TF 구성을 지시했지만, TF는 실무 협의만 진행했을 뿐 3개월이 넘도록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 역시 전남도가 건의한 2027년이 아닌, 교육부가 2030년 개교 로드맵을 제시하며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추석 민심 흐름도 비슷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민주당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특별한 희생을 한 호남권에도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면서 "특히 도민들이 균형성장을 위해 가장 많이 말씀하신 것 중 하나가 농림축산식품부 이전과 같은 정부부처의 이전이었다"고 전했다.
같은 당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은 "국정감사 이후 내년도 예산 심의를 앞두고 광주의 실질적 현안 사업들을 살뜰히 챙겨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와 AI모빌리티 사업을 비롯해 광주의 미래 먹거리 사업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민생경제에 필요한 사업들을 꼼꼼히 챙겨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광주·전남 민심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호남에 빚을 갚겠다'는 약속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 민주당이 어떤 '실천'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