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 무너진 와인의 땅…새 희망 심는 농가들 / 풀버전
[앵커]
오늘부터 사흘에 걸쳐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 각지의 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와인의 상징 같은 곳 '보르도' 지방이죠. 그런데, 그곳의 농장주가 4대를 이어온 포도밭을 갈아 엎었습니다. 기후변화가 몰고온 폭염 때문입니다.
임예은 기자입니다.
[기자]
하늘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온통 잿빛입니다.
푸른 이파리는 사라지고, 불에 그을린 나무들만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두 달 전, 프랑스 남부 오드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은 파리의 1.5배에 달하는 넓은 땅을 집어삼켰습니다.
[프랑수아 바이루/당시 프랑스 총리 : 오늘의 사건은 지구 온난화와 가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입니다.]
이곳에서 대를 이어 70년 동안 포도밭을 지켜온 에밀리 씨.
올해는 일찌감치 기대를 내려놓았습니다.
[에밀리 베르담/'생로랑' 지역 포도 농장주 : 포도는 완전히 말라서 전혀 없어요. 올해는 포도를 한 알도 수확하지 못할 거 같아요.]
세계적인 와인 산지, 보르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40도 넘는 폭염과 끝없는 가뭄에 열매가 바짝 말라버렸습니다.
수확량은 줄었고, 더는 예전의 맛을 내지 못합니다.
[에릭 에티엔/'보르도' 지역 포도 농장주 :손실은 30~50% 정도로 예상합니다. (보르도에서) 최근 10년 중 가장 적은 생산량이 될 겁니다.]]
이렇게 푸르지 않고 불그스름한 이파리들, 날도 덥고 햇볕이 뜨거워 사실상 타버린 겁니다. 이 밑에 열매들도 대부분 말라비틀어졌습니다.
인근 농장주 아흐노 씨.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포도밭을 갈아엎었습니다.
[아흐노 르상파/'보르도' 지역 포도 농장주 : 여름 기온이 너무 높다 보니 포도나무가 잘 자랄 수가 없습니다. 이번 봄에 나무를 뽑았죠.]
증조부모 때부터 지켜온 땅이 텅 비자, 이제는 낯설고 두렵습니다.
지역의 유산이자 자부심이던 포도 농가도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 앞에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농민들은 하나둘씩 떠나갔고, 세대를 아우르는 포도밭은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갈아 엎은 포도밭엔 포도가 아닌 올리브 나무가 심어졌습니다. 올리브는 덥고 건조한 남유럽에서 주로 재배하는데 기후가 바뀌면서 프랑스까지 올라왔습니다.
계속해서 임예은 기자입니다.
[기자]
프랑스 남부 내륙 고원지대 카르카손의 한 농장.
그런데 이 작고 둥근 건 포도가 아니라 올리브 열매입니다.
[세비스티앙/'카르카손' 지역 올리브 농장주 : 앞으로 3주에서 한 달 정도 뒤에 올리브색이 변하기 시작할 때 수확을 하게 됩니다.]
지금 밭에 심겨 있는 나무는 제 키보다 높게 자랐습니다.
한번 보면요, 나뭇가지마다 올리브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 밭을 한번 둘러보면요.
포도나무 가지들이 미처 정리되지 못한 채 잔뜩 엉켜 있는 모습 볼 수 있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포도밭이었습니다.
15년 동안 이 땅을 지켜온 야닉 씨는 생계를 위해 포도나무를 뽑았습니다.
[야닉 마스몽데/'카르카손' 지역 올리브 농장주 : 점점 보르도 와인 산업이 위기에 빠지는 걸 보게 되었고 다른 가능성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의 연평균 기온은 1도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덥고 건조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에서 주로 재배하던 올리브가 프랑스까지 올라오게 된 겁니다.
[야닉 마스몽데/'카르카손' 지역 올리브 농장주 : (올리브 나무가) 적응하고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날 포도나무가 더 자랄 수 없는 땅에서도요.]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포도 농장들이 올리브를 대체작물로 선택하면서, 프랑스의 올리브 생산량은 2023년~2024년 6811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프랑스 내 생산은 비용이 크고 수익은 적어 효과적인 생존전략이 될 수 없단 지적도 나옵니다.
[나탈리 올랏/프랑스 농업연구소(INRAE) 선임연구원 : 기후의 미래는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온도 상승의 근본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화면출처 프랑스 'BFM TV']
[영상취재 김진광 영상편집 박수민 영상디자인 신재훈 영상자막 장재영 심재민 홍수정]
※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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