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시, 어린이 세계 비추는 거울이죠

하영란 기자 2025. 10. 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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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넘기기 66
오인태 작가 '나쁜 아이는 없다'

어린이는 그 자체로 고유성 지닌 존재
자아와 대상 하나 돼 탄생한 언어형상체
어린이의 직관으로 세계를 시로 그리다
오인태 작가

그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라는 말이 있다. 언어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세계에 대한 태도가 드러난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의 한계이다'고 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자신을 표명한다. 비언어적 요소가 중요하지만 언어는 '나'의 세계를 말해준다.

그럼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가르칠 것인가? 아이들은 무조건적인 훈육의 대상이 아니다. 어린이는 발달단계에 따라 사고가 달라진다.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해, 또 가르치기 위해 이런저런 책을 참고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린이의 자아의식은 '동일화의 심리'를 지나 '자기중심성의 균열'이 일어나고, '비판적 자아의 형성'시기를 거쳐 '성적 자아의 형성'을 지나 '사회적 자아와 관념적 자아'가 생긴다"라고 말하는 오인태 작가의 책 '나쁜 아이는 없다'를 참고하면 어떨까.

아이를 모르고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초등교사의 전문성은 교과 지식이 아니라 교육대상인 아동에 대한 이해에 있다고 역설해온 오인태 작가가 수년간 현장에서 가르치고 수집하고 연구한 것을 토대로 쓴 보고서이자 책이 '나쁜 아이는 없다'이다.

책 머리에서 오인태 작가는 "이 책은 어린이시, 곧 아동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연구에서 아동을 아동답게 하는 아동성과 시를 시답게 하는 시성(詩性)이 일치한다는 것을 밝혀 어린이시의 생성 심리와 표현상의 특성이라는 제목을 단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이를 단지 덜 자란 어른으로서가 아니라 어린이 그 자체로서 고유성을 지닌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주장에 좀 더 설득력 있는 근거를 보내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했다.
오인태 작가의 저서 '나쁜 아이는 없다' 책 표지.

오인태 작가는 "어린이시는 동시와 다르다. 동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다. 이때 매개물인 동심은 어른들이 임의로 설정한 것일 뿐, 아동성과는 같은 말이 될 수 없다. 동심은 다분히 문학의 관점에서 아동에 대해 어른들이 유추한 주관적인 견해이지 아동심리학에 근거해 분석한 어린이의 고유한 인지 특성인 아동성이 아니다"라며 "동일성은 자아와 대상을 동일체로 보는 인식이다. 동일성은 자기중심적인 심리가 기제로 작용한 것인데, 어린이의 자기중심성은 타자, 또는 대상에 대해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대상과 자아를 동일체로 보는 인지 특성이다"라고 한다.

"시는 시인의 시적 자아가 대상에 완전히 몰입하여 마침내 자아와 대상이 하나가 된 순간에 탄생한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어린이시는 어린이의 자아의식과 관계인식, 어린이의 언어를 엿볼 수 있다. "어린이시는 어린이의 자아의식이 그대로 투영된 언어형상체다. 자아의식의 형성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아동성을 지닌 어린이들은 구체적인 대상과 자아를 동일화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형상성을 갖는다. 한순간 그 일체감에 몰입하거나 집중함으로써 시가 된다. 그러나 5·6학년 어린이들은 대상, 때로는 자아조차도 멀찌감치 관조하기 일쑤다.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 쓰기 지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착한 마음, 나쁜 마음/ 좋은 마음, 좋지 않은 마음/ 내 마음은 어떨까?/ 착할까?/ 나쁠까?/ 착해져야지./ 좋아져야지./ 나빠지지 말아야지./ 약해지지 말아야지/ 그렇게 말해도 어느새 빗나가는 내 마음/ 이제부턴, 이제부턴/ 절대 흔들리지 말아야지('자아와 대상의 맞섬, 무너지는 시', 5학년 어린이시 '마음')

"이 무렵 어린이시가 못내 불안하고 불만스럽게 읽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자아와 대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고, 따라서 둘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울 수 없는 탓이다. 시란 세계와의 융화다. 이것이 시 정신의 핵심이다"라고 오인태 작가는 말하며 "초등학교 고학년 시는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의 외부 기제와 거기에 맞서 갈등, 대립, 적대시의 양상으로 반응하는 관계 인식을 드러낸다. 시가 관념에 빠지고 자아와 대상의 동일성이 깨어져 시가 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한다.

오인태 작가는 "어린이시는 단순히 어린이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교육 자료로서 뿐만 아니라, 문학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시사점이기도 하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아동의식의 발달을 오인태 작가는 어린이들의 글말인 시를 통해서 살폈다. "시적 사고는 언어 이전에 대상과 맞닥뜨리면서 직관으로 교감하는 일이다" 이 말은 어린이시 역시도 그 시를 통해 원초적인 세계와의 대화를 엿볼 수 있다는 말이다.

어른이 쓴 동시에 물들지 않고 어린이만의 직관으로 이 세계(대상)를 자아화한 어린이시를 쓰기를 기원한다. 어린이시를 가르치는 이도 어린이의 자아 성장의 단계를 고려해서 가르치기를 바란다. 어린이시에는 어린이(아동성)가 투명하게 보여야 한다. 작가는 어린이시를 아동 스스로 쓴 시이고, 아동성에 따라서 쓴 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것을 지켜주는 일이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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