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부터 윤석열까지…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책과 삶]
김가현 지음
갈무리 | 240쪽 | 1만7000원

최근 한국 정치현장을 달궜던 논란 하나는 ‘무속’이다. 국민들은 권력과 주술이 결탁해 공식적인 통치체제를 뒤흔들던 기괴한 현상을 겪었고,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지금 목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불법계엄 사태로 촉발된 문제의식은 이 책의 출발점이다. 전직 대통령 부부의 행태는 조선의 문제적 군주들의 행태와 닮았다. 사학자인 저자는 ‘주술에 기댄 역사적 평행이론’이라는 틀로 이를 비교, 분석한다. 군주 3인은 연산군, 광해군, 고종이다. 감정 통제력을 상실한 ‘분노의 왕’ 연산군은 언로를 막고 가혹한 통치를 하며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일으켰다. 내면의 불안과 결핍은 무속이 채웠고 굿을 관장하던 성수청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는 무당 행세까지 했다.

즉위 전부터 정통성 시비에 시달렸던 광해군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안 정국을 이어갔다. 역모 고변이 이어졌고 여기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민생과 치안은 내팽개쳐졌다. 관우 신앙에 빠졌던 고종은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진압한 청군을 관우의 현신으로 믿었으며, 명성황후는 자신을 관우의 딸이라 칭한 무당 진령군의 점괘에 따라 국가 중대사를 결정했다. 왕실 권위 강화를 위해 추진된 경복궁 중건은 공사현장에서 ‘신묘하게’ 발견된 예언석으로 명분을 확보한다.
저자는 이 같은 주술적 행태들이 최근 몇년 새 현대적으로 변주돼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TV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선 대통령 후보, 주술적 서사로 추진된 대통령실 이전, 천공과 건진법사, 입틀막 경호까지.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용꿈을 꾼 지도자가 아니라, 기꺼이 용의 신화에서 깨어나고자 하는 시민의 연대”라고 말한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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