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2장] 집강소-민본의 시대(242회)

윤태민 기자 2025. 10. 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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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이 그럴듯하여 최경선이 물었다.

"그렇게 말했다면, 사물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있는 분이다. 학문적 깊이와 세상을 내다보는 경지가 높은 분 같으니 모셔올 수 있겄는가."

"오실 신분이 아닙니다."

"어째서?"

"나설 분이 아닝게요."

그러면서 그가 송경찬에게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부안의 변산반도 앞바다에서 군선(軍船)을 호령하는 어른이십니다. 신분상 노출되면 안 됩니다."

"왜?"

"수군 장수잉개요. 이태형 수군첨절제사 어른 올시다. 고군산열도에서 복무하는 함평 출신 어른인디, 우국지정이 높습니다. 또한 이 어른이 상당하니 통크게 동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송경찬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 역시 조금은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함평군수 몰아낼 때 한 역할 했고, 왜군 출신을 투항시켜 막료로 쓴 사람이었다. 호남 서남부 바다를 장악하여 수군 활동을 펴며 어느 순간부터 젊은이들을 동학농민군에 보내주었다.

"이런 분일수록 보호해야 할 인물입니다. 세상이 워낙에 험한 난세인데다 여차하면 모함과 밀고가 일상화되었으니 이런 인물이 다칠 수 있지요. 그 어른은 적절한 시기에 우리 농민을 위해 전면에 나설 인물이구만이요."

이태형은 청군과 왜군이 동학농민군을 궤멸시키기 위해 조선 반도에 파병되어서 나라를 분탕질하는 꼴을 볼 수 없어 무장(武將)으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보고, 조정에 상소문을 수차례 올렸다. 외세를 불러들인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개입과 간섭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동학농민군의 저항의 이유를 간파하여 시정하여 그들이 발호하는 씨를 말려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하지만 이것이 역으로 반란을 꾸미고 역모를 꾸민다는 음해를 받았다.

이태형은 식자층이 나라를 바른 방향으로 끌어가기는커녕 되려 외세를 불러들여 망국을 부른다고 분개하였다. 이는 종당에 자주권 상실과 식민지로 전락하여 종으로 살아간다고 우려하였다. 하지만 왕조나 사대부, 배운 유림들이 불나방이 호롱불에 엉기듯이 외세에 달라붙어 나라의 진운을 간수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이런 저간의 시정을 거칠게 요구하는 동학을 타격하고자 외세까지 불러들이니, 일종의 모욕으로 여긴 것이다.

"그자들은 장차 외세가 득세해도 작위와 녹봉을 받는 따위 부와 권력을 보장받는다고 고소하게 여기는디,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나라 팔아먹는 불한당이 되고 말 것이다."

어느 날 이태형은 천보산에게 이럴 뜻을 일깨워 주었다. 천보산이 물었다.

"어르신, 사대부 중 외세에 빌붙어 나라를 배신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보상과 자리를 누린다는 것이 사실입니까요?"

"그러니 이것을 묵과할 수 없네. 머슴들이나 노비들이 일어났으니 더 많이 합류하도록 나서게."

"이렇게 되면 첨절제사님이 다치지 않겠습니까요?"

왕조가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분명 반역이다. 그래서 이들 세력을 반동이라고 때려잡는다. 백성을 강압과 체포·구금으로 몰아붙인다.

"왕이 잘못하면 장수가 용기를 내어 시정을 요구하고, 이것이 안되면 뜻을 세워 일어나야 한다."

이태형은 수시로 함평으로 나가 동지들을 독려했다. 이때 그를 찾은 천보산에게 이렇게 일렀다.

"하인, 노비 등 원한이 많은 자일수록 동조할 것이야."

이렇게 하여 그는 지주 계급의 하인들을 끌어모았던 것이다. <계속>